병역 특례제도 개선
지난해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병역기피문제가 큰 사회 문제로 대두되자 지난 5월 국방부는 병역특례제도를 오는 2001년까지 단계적으로 완전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국내업체의 기술 및 문화체육 발전을 크게 위축시킨다는 교육부와 정보통신부·문화관광부 등의 의견을 수용, 국방부는 병역특례제도를 2000년까지 현행대로 유지키로 다시 확정해 발표했다.
한차례 해프닝으로 끝난 이 사건은 병역특례제도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상반된 시각을 보여주는 일례다.
병역특례제도는 일정조건을 갖춘 병역의무자에 대해 연구기관·제조업체 및 공익분야 등에 일정기간 복무하면 병역의무를 마친 것으로 해주는 제도다. 크게 산업체나 산업관련 정부기관에서는 우수 기술인력을 병역으로 인한 공백기 없이 연구활동에 종사토록 함으로써 국가기술력이 제고된다는 측면에서 병역특례 요원의 확대를 바라고 있고, 국방부는 형평성과 국민감정을 고려해 최소한으로 운용한다는 방침이어서 서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병역특례 요원의 확대를 요구하는 쪽은 주로 중소업체다. 대기업에 비해 우수인력 확보가 어려운 중소기업에서는 병역특례 요원을 통해 기술력을 보강하려 했으나 회사당 1, 2명선에 그치고 있는 현재의 인원 배정으로는 실질적인 효과가 적다고 주장한다. 지난 97년 병역특례 배정요원은 총 9천8백66개사에 4만2천8백50명이다. 이는 소요인원 대비 60% 정도에 머무르는 수치다. 또 벤처기업을 창업하려는 학생들에게 병역의무는 또다른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벤처기업을 창업하고 병역특례요원을 받기까지 공백기가 있어 군복무를 마치지 않고서는 현실적으로 창업하기가 불가능하다. 이를 감안해 중소기업청에서는 벤처기업 창업자에게도 병역특례 혜택을 주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고급기술인력으로 구성되는 전문연구요원의 경우 유학생 학위취득 연령 제한이 개선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외국에서 과학기술을 연구하는 박사학위 준비생들은 27세면 무조건 귀국해야 한다. 정부가 박사학위 취득 연령을 27세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7세 이전에 박사학위를 취득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군복무대상 유학생들은 석사학위만 마치고 국내에 귀국, 취업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다보니 개인뿐 아니라 국가차원에서도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논란이 어떤 계층에서는 「배부른 소리」라 항변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그러나 젊고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는 등 개개인의 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한다는 것에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황제」로 군림하고 있는 빌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세운 것은 하버드대학 3학년 때였으며 델 컴퓨터 창업자인 마이클 델은 텍사스의대 1학년 재학시 델 컴퓨터를 창업했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병역특례제도를 좀 더 보완, 국가경쟁력을 제고하자는 목소리도 이같은 「타산지석」을 통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