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대우 합병.. 가전판도 어떻게 바뀔까

 삼성그룹과 대우그룹이 자동차와 전자를 맞교환하는 재계 최대의 빅딜 가능성이 점차 짙어지고 있다.

 삼성그룹은 이번 빅딜과 관련, 골칫거리로 전락한 자동차부문에서의 명예로운 퇴진을 반기는 분위기다. 대우그룹 역시 현대자동차가 기아자동차를 인수하면서 주력부문인 자동차에 위기의식을 느꼈으나 삼성자동차의 인수로 양사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는 데 만족해하는 눈치다.

 이같은 분위기로 보아 삼성전자가 대우전자를 합병하는 빅딜이 성사될 가능성은 매우 클 것으로 보여 국내 가전산업 판도에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양사의 합병이 이루어진다면 국내 가전산업은 20년 넘게 유지돼온 3사체제가 무너지고 2사체제로 재편되는 셈이다.

 그동안 내수시장에서 4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해온 삼성전자는 대우전자의 몫인 20%의 시장점유율을 더 얹어 절반이 넘는 60%의 점유율을 차지하게 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와 함께 치열한 선두경쟁을 치러온 LG전자는 가전업계 터줏대감이라는 명예를 뒤로 한 채 내수시장 헤게모니를 삼성전자에 넘겨주어야 할 처지다.

 그러나 LG전자측은 가격내리기 경쟁으로 치달은 가전3사간 경쟁관계가 상당히 해소되기 때문에 양사체제로의 재편을 그리 꺼리는 입장은 아니다.

 가전3사는 또한 국내시장 못지않게 해외시장에서도 치열한 경합을 벌여왔기 때문에 양사체제로 재편될 경우 같은 거래선을 두고 서로 줄다리기해온 거래선 빼앗기 행태가 상당부분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같은 제품을 좀더 높은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는 결과를 낳게 되기 때문에 국내 가전산업의 가장 큰 현안인 채산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가전산업이 양사체제로 재편될 경우 가장 큰 관심거리는 과연 해외시장에서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느냐의 여부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브랜드 판매에만 치중해온 반면 대우전자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판매에 주력했기 때문에 양사간 영업체제나 생산구조가 매우 다른 게 사실이다.

 삼성전자가 기존 시설을 고급브랜드 제품생산에 투입하고 OEM제품에 강점을 둔 대우전자의 생산시설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을 구사한다면 양적인 면에서 상당한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질적인 도약을 중시해 기존 고급브랜드 전략을 고집할 경우에는 대우전자의 생산시설 대부분이 이미 하나 둘씩 정리해나가고 있는 삼성의 저부가가치 생산시설과 중복되기 때문에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중복이 되지 않고 활용도가 높은 대우전자 해외공장의 일부분을 빼고는 대대적인 매각이나 인수합병을 시도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LG전자와의 거래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해외공장의 경우 삼성과 LG가 지역에 따라 필요한 곳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정보가전시대에 대비, TV를 주축으로 하는 영상 및 비디오사업을 차세대 주력품목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어서 백색가전부문에서는 양사간 또는 해외업체들과 상당히 복잡한 기업인수합병(M&A)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성호기자 sungh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