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운영중인 슈퍼컴퓨터센터가 별도 국립연구기관으로 격상된다.
4일 관계당국 및 기관에 따르면 슈퍼컴퓨터센터는 최근 자체적으로 「국가슈퍼컴퓨터센터(NSC:National Supercomputing Center) 구축안」을 마련,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조영재 의원 등과 함께 청와대·기획예산위원회·과학기술부·정보통신부 등 관련부처와 잇단 협의를 거쳐 NSC 설립에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기획예산위원회는 최근 내부적으로 산하기관 구조조정 작업의 틀을 깨지 않는 조건에서 센터 설립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예산위는 특히 최근 슈퍼컴퓨터 이용자들로부터 슈퍼컴 이용실태 자료를 수집, 이를 토대로 국가슈퍼컴퓨터센터 설립에 따른 세부 추진방안까지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측도 슈퍼컴퓨터센터와 접촉 후 국가슈퍼컴퓨터센터 구축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는 별도로 기획예산위·행정개혁위원회·총리실 관계자들은 지난달 28일 슈퍼컴퓨터센터를 방문해 국내 슈퍼컴퓨터 현황 및 비전, 슈퍼컴퓨팅 연구개발 현황에 대한 보고를 받는 등 국가슈퍼컴퓨터센터 설립과 관련한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슈퍼컴퓨터센터의 자체안과 기획예산위원회 방안에 따르면 국가슈퍼컴퓨터센터는 ETRI 슈퍼컴퓨터센터를 기반으로 행정자치부 등 각 부처가 현재 보유하고 있거나 도입할 슈퍼컴퓨터를 묶어 범부처별 슈퍼컴퓨팅센터 역할을 하면서 여기에 슈퍼컴퓨터 관련 연구개발 기능까지 갖는 별도 국립연구기관으로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출연연구기관 구조조정과 맞물려 국가슈퍼컴퓨터센터를 국무총리실 산하 공공연구회 소속으로 편입시킨다는 방안이다.
이처럼 독립된 NSC가 구축될 경우 슈퍼컴 신기종 도입에 따른 예산확보는 물론 독자적인 연구체계를 구축할 수 있어 국내 기초과학·산업응용 분야에 대한 파급효과가 크게 증대될 전망이다.
정부가 이같이 국가슈퍼컴퓨터센터 구축을 가시화하고 있는 것은 슈퍼컴 분야의 중복투자 방지는 물론 과학기술 인프라 구축을 위한 슈퍼컴의 역할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선진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들이 최근 슈퍼컴퓨터 운영사업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도 한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35개의 슈퍼컴퓨팅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미국은 지난 91년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법을 제정, 92년부터 매년 10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으며 일본 역시 정부 주도하에 정부부처 및 산하 연구기관을 연결하는 IMnet(Inter Ministry research information Network)을 구축, 7개의 슈퍼컴퓨팅센터를 두고 부처별로 고성능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슈퍼컴 도입 운영을 위한 정책 및 조정 기능의 부재로 기술 및 연구개발 수준이 일본의 18분의 1, 유럽연합(EU)의 25분의 1, 미국의 55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슈퍼컴퓨터센터는 정부의 이러한 방침에 대해 환영의 뜻을 표시하면서 99년도 예산확보 및 기관 운영의 효율성을 위해 조속한 시일내 확정되기를 희망했다.
<대전=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