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욱 사장과 조정남, 김수필 부사장이 모두 한단계씩 승진한 이번 SK텔레콤의 사장단 인사는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이 회사의 비중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동시에 이들 경영진이 보여준 뛰어난 실적을 평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SK텔레콤의 최고경영층 가운데 1명의 퇴출도 없이 모조리 승진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체제로 문책인사가 일반화하고 있는 현 재계 분위기상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SK텔레콤은 개인휴대통신(PCS) 사업자들의 등장으로 고전하리라는 당초 예상을 깨고 올해에도 가입자 5백만명을 쉽게 돌파하는 등 여전한 시장지배력을 과시했다.
실제로 SK텔레콤은 가입자 증가율에서는 후발 사업자들에 미치지 못했지만 전체 신규 가입자수 면에서는 후발주자들을 제치고 가장 많은 신규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 때문에 경영자는 실적으로 평가받는다는 평범한 명제가 이번 인사의 원칙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인사와 관련, 주목되는 것은 조정남 부사장의 대표이사 사장 기용이다. 그동안 SK텔레콤호 선장역을 맡았던 서정욱 사장의 부회장 승진은 어느 정도 예견돼 왔지만 후임 사장에 대해서는 감을 잡기 어려웠다고 한다.
정보통신기업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그룹사에서 사장이 옮겨오는 것도 다소 무리가 따르고, 로열패밀리는 최태원 회장을 제외하고는 아직 경영 전면에 나서기는 이르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김수필·조정남 두 부사장 가운데 1명의 내부승진설이 유력하게 대두됐었다.
이런 와중에 김 부사장은 손길승 회장의 고교 후배(진주고)라는 점이 어떻게 작용할지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결국 생산 및 기술을 총괄했던 조 부사장이 사장으로 기용됐고 마케팅을 담당했던 김 부사장은 그룹사인 SK옥시케미칼 사장으로 나가는 것으로 교통정리, 현 경영층을 모두 배려한 셈이 됐다.
SK텔레콤은 앞으로 서정욱 부회장이 후견역을 맡고 실무는 신임 조 사장이 담당하는 일종의 역할분담이 예상된다.
그러나 정작 인사태풍은 다음주로 예정된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이라 할 수 있다. 거의 20%에 가까운 임원이 옷을 벗을 것이라는 설도 나오고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조직개편이 단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SK텔레콤의 후속작업이 주목된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