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6백만불의 사나이」란 외화가 TV에 방영돼 인기를 끌었다. 사고로 크게 다친 주인공은 눈과 팔, 다리를 전자시스템으로 대체해 일반인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특수임무를 척척 해결해낸다. 당시에는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었지만 최근 컴퓨터기술의 급속한 발달은 6백만불의 사나이를 현실로 보여주고 있다. 의학과 컴퓨터공학이 만나 새로운 인류를 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손이나 발, 심장, 혈관 등 신체의 일부를 전자시스템으로 대체해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는 이미 일반화된지 오래다. 신체 몇몇 부분의 대체는 이제 특별한 뉴스가 못될 만큼 널리 퍼졌다. 특히 최근에는 인체를 대신한 「전자 신체」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사람이 할 수 없는 일까지 대신해주는 데까지 발전하고 있다.
전자신체에 대한 연구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전자 눈」. 도로에 설치된 감시카메라나 화성탐사선 「소저너」에 설치된 영상탐지장치도 전자눈의 하나다. 이 전자눈은 어두운 곳이나 깜깜한 밤에도 대상물을 확인하고 기록할 수 있고 웬만한 추위나 더위에도 거뜬하다. 아주 먼 거리에 있는 물체의 탐지도 가능하다. 사람이 볼 수 없는 미세한 부분까지 보여주는 전자눈도 있다. 미국 아인슈타인의대는 외과수술용 메스의 끝 부분에 전자눈을 부착, 환자가 불필요한 상처를 입지 않으면서 복부수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전자눈 연구자들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분야는 역시 인간의 눈을 대체할 수 있는 인공 눈이다. 이 기술이 실용화되면 장애나 선천적인 원인으로 앞을 볼 수 없는 사람들에게 빛을 보여줄 수 있다. 일본 과학기술청의 기술예측조사 보고서는 오는 2019년쯤이면 인공망막의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결과는 그 시기가 더 앞당겨질 것이란 예측을 하게 한다.
인공망막은 안경에 장착된 단추만한 비디오카메라를 통해 빛이 전달되면 여기서 발생한 전기자극을 시신경에 전달해주는 것이다. 최근 일본 미쓰비시전기는 보통우표 크기의 인공망막 카메라를 개발했다. 인공망막칩과 마이크로프로세서, 메모리가 함께 들어있는 이 카메라를 이용하면 사람의 방을 나가는 주인의 행동을 인식해 불을 끌 수도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전기공학과 리우 박사팀은 망막의 감광장치는 손상됐더라도 눈의 신경과 신경절이 맞닿아 있는 시각장애자들에게 이식할 수 있는 마이크로칩을 개발하고 있다. 이 칩의 화소는 50㎝ 정도 앞에서 몇개의 손가락을 구분할 정도의 시력을 구현하고 있는데 조만간 신문을 읽을 정도가 될 것이라고 이 연구팀은 전망하고 있다.
달고 짜고 시고 쓴 음식의 맛을 구분해내는 연구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미국 텍사스대학의 연구진은 최근 음식의 맛을 구별해내는 「전자 혀」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제품은 수백가지의 화학물질을 탐지하는 마이크로센서를 하나의 실리콘웨이퍼에 얹어 인간의 혀 모양으로 만든 것으로 탐지한 식품의 맛을 색으로 표시하면 이를 컴퓨터가 판독해낸다. 이 전자혀의 성능은 뛰어나서 기본적인 4가지 맛 이외에 여러가지 맛이 뒤섞여 있는 미묘한 차이도 구분해낸다. 연구진들은 이 제품을 소변 속의 코카인이나 물속에 있는 독약을 탐지하는 등 직접 사람이 하기 어려운 맛의 탐지는 물론 식품회사의 맛 테스트용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냄새를 탐지하는 「전자 코」의 개발도 추진중이다. 전자코는 냄새나는 분자가 감지될 때 전류로 나타나는 변화를 전자학적으로 기록, 표준치와 비교해 박테리아의 유무를 알아내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냄새로 박테리아를 탐지해 각종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전자코를 개발중이다. 이 코는 예비실험에서 포도상구균을 1백%, 대장균을 92% 탐지해냈다. 과학자들은 이 장치가 인간의 질병을 탐지해내는 데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미 육군은 미국 레이테온시스템사에 의뢰, 「로봇 군인」에게 장착할 인공 신경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 인공신경은 주변환경과 행동의 관계를 학습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신경신호를 자율적으로 앞이나 뒤로 보낼 수 있고 새로운 환경에 대한 대응계획을 세운다.
로봇 팔이나 다리는 이미 일반화 된 인공신체다. 사람이 접근하기 힘들거나 계속하기 힘은 정교한 작업은 이미 로봇 팔과 다리가 대부분 대체하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윌크스대의 스타인 교수는 붓을 쥐고 그림을 그리는 로봇을 개발했다. 이 로봇은 병이나 부상 때문에 손을 사용할 수 없게 된 예술가들을 위해 대신 그림을 그려준다. 이밖에도 로봇 팔이나 다리는 방사능지역 작업, 원격수술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사람 마음대로 움직이기 힘든 인공 손가락이나 팔을 대신해 아예 뇌파로 시스템을 움직이려는 시도도 활발하다.
미국 에모리대학의 배케이 박사팀은 뇌신경 전달 전극을 뇌속에 넣어 환자들이 컴퓨터를 통해 통신하도록 해주는 장치를 개발했다. 머리에 삽입된 전극으로 환자들은 컴퓨터 스크린상의 커서를 움직일 수 있고 이런 작업을 통해 「목이 마르다」 「불을 꺼 주세요」 같은 컴퓨터 합성음성을 만들 수 있다. 아직은 간단한 말밖에 못하는 실정이지만 환자들이 훈련을 통해 컴퓨터를 자유롭게 작동할 수 있게 되면 무슨 말이든지 다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기술이 신체가 완전히 마비된 사람들도 인공수족을 움직일 수 있는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신체기능을 대신하는 컴퓨터시스템의 연구는 국내에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 95년에는 LG전자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에서 가스와 휘발성 물질을 탐지해내는 전자코 시스템을 개발했으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대학의 연구소에서는 뇌파를 이용한 컴퓨터 시스템 운용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장윤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