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포커스> 퓨전디자인 노순창 대표

 『분사라는 낯선 길을 택하기는 했지만 새로운 희망이 보입니다.』

 지난 9월 삼성전자로부터 분리, 독립한 디자인 전문회사 퓨전디자인의 노순창 대표(43)는 요즘 새로운 일을 한다는 희망과 설렘으로 차츰 일에 재미를 붙이고 있다.

 비록 사장, 실장까지 합쳐 총 6명으로 이뤄진 소기업이지만 창의성과 전문성이 바탕이 된 무한한 가능성이 어느 대기업 못지 않은 비전을 품게 한다.

 퓨전디자인은 삼성전자가 최근 사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중소전문업체로 이관, 아웃소싱하기로 결정한 유무선겸용전화기·소형가전제품 등에 대한 디자인을 맡았던 디자이너들과 마케팅 전문인력이 모여 설립한 회사다.

 자본금 1억원. 퇴사할 때 받은 퇴직금을 각자 일정비율씩 나눠 출자했기 때문에 모두가 회사의 주인인 셈이다.

 『퓨전은 일반 디자인 회사와는 좀 다릅니다. 물론 태생 자체가 분사에서 출발해서이긴 하지만 무엇보다도 구성원 전원이 실무경험이 풍부하고 고도의 훈련을 받았다는 것이 강점이죠. 마케팅에 대한 감각과 철저한 시장분석을 바탕으로 현장감 있는, 제대로 된 디자인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노 사장이 이렇게 힘주어 말하는 퓨전의 힘은 지난 주 삼성전자가 출시한 스티커 사진기 「포토플라자 윙고」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분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맡은 일인 데다 처음 해보는 아이템이라 당황할 법도 했지만 그동안 닦아놓은 감각과 추진력, 그리고 팀워크로 이 일을 해결했다.

 스티커 사진기는 일반 가전제품과는 달리 청소년들이 주요 고객인 데다 외형 디자인보다는 내부 일러스트레이션이 중요했다. 갖가지 배경화면에 다양한 모습을 찍기 원하는 청소년들의 요구를 따라잡기 위해서 디자이너들이 직접 일본 등지로 해외출장을 다녔고 대학생 인턴사원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는가 하면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수 차례 했다. 또 배경화면 및 자료로 쓰여질 화면에 대한 저작권 문제도 처리해야 했다.

 납기일자를 맞추는 것도 중요했다. 스티커 사진기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아이템이어서 경쟁업체들이 소문을 듣게 되면 어느새 대응모델을 내놓기 때문에 계획에 차질이 생겨서는 안되기 때문이었다.

 『결코 쉽지만은 않았지만 첫 작품이었던 만큼 애정도 느껴지고 어느 정도 성과도 맛보게 돼 기쁘다』는 노 사장은 이제 시작일 뿐,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고 말한다.

 회사의 체계를 세우고 각자의 지위와 역할을 잘 설정해 보다 경쟁력 있는 조직으로 키워 내야 하며 빠르게 변하고 있는 세계시장의 흐름을 파악해 획기적인 수출전용 제품도 개발해 볼 계획이다.

 또 분사하면서 모회사인 삼성전자와 체결한 디자인 아웃소싱계약도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홀로서기가 가장 큰 목표라는 노 사장은 『창의적인 디자인 개발을 통해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고 2001년까지는 전체 매출 중 삼성전자의 비율을 40% 이하로 낮춰 독립적인 디자인 전문회사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히고 있다.

<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