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 방침의 하나로 한국종합기술금융(KTB)의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이를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벤처기업 지원에 많은 경험을 갖고 있는 KTB를 민영화하겠다면서도 중소기업청 등 다른 정부부처에서는 오히려 벤처투자업체를 신설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정부정책에 일관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7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기획예산위는 지난 7월 공기업 경영혁신과 민영화 방안의 하나로 국내 유일의 정부투자 벤처금융회사인 KTB를 민영화하겠다고 발표, 과기부가 민간의 주식소유 제한과 과기부 장관의 감사선임 승인권, 사업계획 관리 등 감독근거를 담은 「한국종합기술금융(주)법」 폐지안을 정기국회에 제출, 현재 관련 상임위에 계류중이다.
이와 관련, 과기부는 정부 보유주식 1백86만주(전체 주식의 10.2%)를 매각키로 하고 두차례에 걸쳐 입찰을 실시했으나 가격이 맞지 않아 현재 유찰된 상태다.
반면 중소기업청은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을 통해 벤처기업에 대한 직접금융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공공캐피털기금을 조성, △벤처기업에 대한 직접투자와 △중소기업창업투자조합에 출자하기 위해 조합형태의 가칭 한국벤처투자(주)를 설립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중기청은 가칭 한국벤처투자를 통해 안정적인 벤처기업 투자자금을 확보하고 창업투자조합 결성을 촉진, 벤처기업 투자자금을 조성하겠다는 입장이다.
과기부는 당초 KTB 민영화와 관련, 정부 지분을 세계적인 외국 벤처캐피털에 매각해 재정수입의 확보 차원보다는 벤처기업 육성 등 벤처금융의 선진노하우와 기법을 국내에 전수시켜 국내 벤처산업을 육성한다고 밝혔으나 외국 벤처캐피털을 대상으로 한 지분매각 입찰에서 단 한개의 외국업체도 응찰하지 않아 유찰됐으며 2차 입찰에서는 국내외 업체로 입찰자격을 확대했으나 벤처기업인 동진화성과 카스 두 업체가 컨소시엄 형태로 입찰, 이달 초 열린 평가위원회에서 가격미달로 역시 유찰됐다.
이와 관련, 벤처기업 관계자들은 물론 산업계는 『벤처기업 자금지원 창구가 다양해지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한쪽에서는 17년 이상의 벤처기업 투자와 기술집약형 중소기업자금지원 노하우를 갖고 있는 KTB를 민영화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정부출자 형태의 벤처투자업체를 설립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전형적인 정책조정 실패사례』라고 주장하고 있다.
벤처기업 관계자들은 특히 『과기부가 KTB를 통해 정부기금을 투입, 투자조합을 결성하고 있는 만큼 KTB의 민영화 대신 현상태를 유지, 중기청 등과 공동 보조를 맞춰 나갈 필요가 있으며, 현실적으로도 KTB의 정부 지분을 적정가격에 인수할 만한 업체가 없는 만큼 정부가 무리하게 정부 지분을 매각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