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닥잡힌 "빅딜" 전자산업 밑그림 어떻게 바뀔까.. 자동차업계

 지난 3월 첫 차를 출시하며 시동을 걸은 삼성자동차가 가속페달을 밟아보지도 못하고 자동차 열쇠를 대우자동차에 넘겨주게 됐다.

 삼성그룹과 대우그룹이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를 맞바꾸는 빅딜(대규모 사업교환)에 원칙적으로 합의함에 따라 지난 94년 김영삼 정부의 사업승인 이후 내풍과 외압에 시달려 온 삼성자동차가 SM5라는 옥동자를 출산한 지 1년여만에 시동을 꺼야 할 처지에 놓였다.

 세계적으로 자동차산업이 공급과잉에 접어든 데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라는 예기치 못한 변수까지 만나 퇴출의 운명을 밟게 된 것이다.

 삼성자동차 처리방침은 최근 금융감독위원회 등 당국의 정리압박이 계속된 데다 그룹 내부에서 조차 삼성자동차가 구조조정을 방해하고 있다는 여론이 팽배해짐에 따라 자동차 처리를 더 이상 지연시킬 수 없다는 이건희 회장의 결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자동차사업 포기는 지난 10월 기아·아시아자동차 국제입찰에서 9조원의 부채 탕감을 채권단에 요구했다가 탈락할 때부터 예견됐었다. 삼성자동차는 설비확장과 수출 등을 통해 독자생존의 길을 걷겠다고 밝혀왔지만 재무구조·기술력·시장여건 등의 한계로 생존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또 3조원에 육박하는 막대한 부채, 올해 생산 8만대의 소규모 생산실적, 과도한 초기투자 부담 등으로 그동안 선뜻 삼성자동차 인수에 나설 외국업체가 없었다. 지난해 말 현재 삼성자동차의 자산은 3조4천억원, 부채는 2조6천억원으로 부채비율이 3백13%였다.

 한편 삼성그룹과 대우그룹의 빅딜이 이뤄짐에 따라 국내 자동차산업도 다원화체제에서 이원화체제로 바뀌고 과잉·중복 투자에 대한 우려도 상당히 씻어낼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자동차산업은 그동안 현대·대우·기아 자동차라는 빅3 체제를 유지해오다 삼성자동차의 진입으로 4각체제로 가는 듯했으나 최근 기아자동차가 현대로 합쳐지고 삼성자동차도 대우로 흡수됨에 따라 국내 자동차산업은 현대-대우라는 양극구도로 재편될 전망이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