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브라운관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국내 브라운관 업체들이 물건이 없어 팔지 못하는 기대 이상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브라운관 업체들은 현재 5∼6개월치의 물량에 대한 주문을 확보함에 따라 일제히 생산라인을 풀가동하고 있는 데도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해 아예 추가 수출상담을 하지 못할 지경에 처했다.
지난 96년 3·4분기부터 세계 브라운관시장은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폭락해 브라운관 업체들은 큰 어려움을 겪어 왔는데 최근들어 상황이 완전히 반전, 수요가 늘면서 가격도 높아져 매출증가와 함께 수익성도 호전될 전망이다.
삼성전관(대표 손욱)은 이미 내년도 생산물량의 70% 이상을 장기 공급계약으로 확보할 정도로 호황을 누리면서 올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이 해외법인을 포함, 4조원을 돌파한 4조6천4백20억원에 1천7백53억원의 경상이익을 달성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매출 3조2천5백60억원과 경상이익 1천41억원보다 각각 42%와 72% 이상 증가한 것이다. 삼성전관은 최근 브라운관 수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데 따라 신정과 설 연휴도 쉬지 않고 생산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LG전자(대표 구자홍)는 애플 등 대형 거래처와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한 데 힘입어 내년도 생산물량도 대부분 공급처를 확보하면서 바이어들의 주문에 선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 회사는 매출이 지난 11월 말로 국내 공장에서만 1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LG전자는 차세대 모니터인 17인치 완전평면 CDT와 29·33인치 대형 CPT의 수출 호조에 힘입어 12월 한 달에만 1천억원의 매출을 올려 올해 말로 브라운관 9백40만개를 생산, 1조1천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현재 워크아웃 대상으로 오른 오리온전기(대표 김영남)도 하반기 들어 브라운관 수출물량이 상반기보다 15% 이상 늘어난 데 힘입어 매출이 올해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한 1조2천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특히 원화절하와 금리인하로 경상이익도 지난해보다 소폭 신장한 70억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현재 브라운관업계의 호황은 인터넷·Y2k 등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데다 엔화강세로 일본업체들의 감산과 채산성 악화로 인해 국내 브라운관업체들의 가격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며 『브라운관 업계의 감산으로 세계적으로 공급과잉이 해소될 전망이어서 내년에도 이같은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원철린기자 cr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