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시스템통합(SI) 및 온라인 서비스산업은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출범에 따른 시장침체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내실있는 한해를 보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우선 그동안 외형 팽창주의가 만연했던 SI업계에 순익 중심의 경영마인드가 정착됐고 온라인서비스분야는 인터넷 사용자 확산추세어 힘입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는 기현상을 보였다. 네트워크업계 및 보안업계도 시장위축에 아랑곳하지 않고 다양한 국산 신기술을 선보이는 등 도약을 위한 발판 마련에 힘쓴 한해였다.
SI.온라인서비스
90년 이후 꾸준한 경기호황세에 힘입어 연간 40%가 넘는 급팽창을 거듭해온 국내 SI산업이 올해 IMF를 맞아 투자위축이 두드러지면서 시장규모가 지난해보다 11% 감소한 4조3천1백8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공공부문의 SI 프로젝트만은 큰 폭으로 늘어나 삼성SDS·LGEDS시스템·현대정보기술·쌍용정보통신·대우정보시스템 등 주요 SI업체들이 올해 공공부문에서 거둔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2∼8배까지 크게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이는 민간기업들이 자금줄이 막히면서 정보화 투자에 주춤한 반면 정부는 국가경쟁력 강화와 경기부양을 의식해 정보화 근로사업과 사회간접자본(SOC) 관련사업을 과감하게 추진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또 IMF체제 이후 업체마다 강도높게 추진해온 내실경영도 정착되고 있다. LG·삼성·현대 등 5대 SI업체들의 경상이익이 수십억원에서 2백50억원대에 이르는 알찬 장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서비스 부문>
경제 전분야가 IMF 한파로 몸살을 앓았던 것과는 달리 PC통신·인터넷 등 온라인서비스분야는 지난해에 이어 올 한해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PC통신서비스부문의 경우 사용인구 5백만명을 훌쩍 뛰어넘어 지난해에 비해 58% 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시장규모 또한 3천44억원으로 작년보다 33%나 증가할 전망이다.
PC통신서비스산업이 이처럼 큰 폭으로 성장한 것은 우선 SK텔레콤·LG인터넷 등 신규사업자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힘입은 바가 크다. 지난해말 서비스를 시작한 SK텔레콤은 올해 막대한 물량의 광고를 통해 PC통신 사용자층의 저변을 확대시켰으며 LG인터넷 또한 인터넷 기반 PC통신의 장점을 부각시키며 이용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후발업체들의 맹렬한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선발업체들이 내놓은 각종 서비스도 PC통신서비스분야의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 데이콤(천리안) 한국PC통신(하이텔) 삼성SDS(유니텔) 나우콤(나우누리) 등 선발업체들의 수성 의지는 서비스의 다변화, 인터넷 접속기능 강화 및 교육정보화사업 등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각 사업자는 평균 23%의 매출성장률과 38%의 가입자 증가율을 기록했다.
인터넷접속서비스업체(ISP)들에 98년은 매우 의미있는 한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대부분의 사업자가 당기순이익을 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94년 이후 처음있는 일로 인터넷접속서비스가 가능성있는 사업으로 인식되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인터넷 사용인구 또한 1백만명 수준이었던 지난해에 비해 2백% 이상 늘어났다. 이같은 현상은 기업체 임직원들은 물론 개인사용자까지 전자상거래(EC)·웹호스팅서비스 등 인터넷을 통한 서비스에 큰 관심을 보인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올해 중반부터 불어닥친 인터넷 PC게임방은 ISP에 IMF 파도를 넘을 수 있는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밖에 올해 PC통신·인터넷서비스 시장에서 나타난 두드러진 특징은 외자유치와 모기업으로부터의 분리 시도가 활발하게 이뤄졌다는 점이다. 데이콤은 가장 먼저 PC통신 천리안을 분사시키는 작업에 들어갔으며 최근 삼성SDS가 유니텔을 정보통신서비스 전문업체로 키우려는 의지를 내비쳤다. 나우콤의 경우 현재 외자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올해 중반 아이네트가 미국 PSI넷에 인수되면서 절정에 올랐으며 ISP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네트워크 부문>
올해 네트워크 장비시장은 IMF 태풍을 피할 길이 없었다. 네트워크 구축이 기업 비용절감의 1순위에 오르면서 네트워크업계는 상반기 급격한 매출감소를 겪어야만 했다. 5개 시중은행의 퇴출과 잇따른 기업들의 부도 등 악재 속에서 고전해야만 했던 네트워크업체는 최대 이슈였던 교실망시장마저도 정부의 예산삭감으로 초반사업이 불투명했다.
어려운 시장상황 속에서도 네트워크 장비업체들의 분전은 계속 이루어지고 그 결과 문을 닫는 업체가 거의 없었던 것은 불행 중 다행이었다. 기업들의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가 줄면서 새롭게 부각된 시장은 소호(SOHO)와 인터넷게임방. 교실망시장의 규모를 당초 2천억원 이상으로 내다봤으나 정부의 50% 예산삭감으로 인해 1천억원 안팎의 시장으로 전락하고 빈자리를 소호시장이 다소 메워나갔다. 이에 따라 네트워크업체들도 중소기업 및 소호용 네트워크 제품들을 잇따라 선보이고 판촉활동에 들어갔으나 실질적인 매출은 지난해의 60∼70% 선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반기들어 네트워크시장을 부추긴 것은 인터넷 게임방. 최근들어서는 「입도선매」할 정도의 폭발적인 수요로 업체들이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여기에 정보통신부의 체신망 구축사업과 인천 영종도 신공항의 네트워크 구축 프로젝트는 대형 프로젝트로서 업체들의 숨통을 트게 했다.
올해 네트워크 최대의 기술적 이슈로는 단연 데이터·음성통합(VoIP)이다. 데이터통신시대를 알리는 신호탄과 같은 이 기술은 기존 음성통신업체에 위협적인 존재로 대두되면서 전세계 통신업계의 구도를 재편하는 획기적인 사건들을 속출해냈다.
즉 음성통신업체들의 잇따른 네트워크업체들의 인수합병이다. 연초 루슨트테크놀로지스의 유리시스템스 인수를 시작으로 노던텔레컴이 베이네트웍스를 인수하는 등 세계적인 인수합병이 줄줄이 이어졌다. 데이터통신이 음성통신과 융합하는 새 전기가 마련된 것이다.
<보안산업관련 부문>
올해 정보보호시장은 침입차단시스템(일명 방화벽) 정도에 그쳤던 지난해와 달리 암호응용제품·침입탐지시스템(IDS)·서버보안시스템·인증기관(CA)·기업통합보안시스템·전자우편보안제품·일회용 비밀번호생성기 등 다양한 국산제품이 선보였다는 데 큰 특징이 있다. 전자상거래(EC)·전자금융의 확산이 진척될수록 「보안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판단, 기술력있는 벤처기업들이 대거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질적성장에도 불구하고 IMF 충격 이후 민간기업들의 투자위축 현상이 점차 심화되면서 보안제품의 새로운 수요기반이 거의 형성되지 못해 국내업계의 존립이 흔들리고 있다는 부정적 평가도 함께 나오고 있다.
신용카드조회(VAN)업계는 올 한해 소비위축에 따른 신용카드 사용률 저하와 업체들의 과당경쟁으로 구조조정이 코 앞에 다가왔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VAN사들은 지난해보다 20∼30% 가량 떨어진 신용카드조회부문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돼 일부 업체는 EC 등 신규영역 개척을 활발히 진행중이다.
올해 금융자동화기기 시장규모는 거의 제로나 다름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판단이다. 은행권 구조조정의 충격파를 직접 맞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퇴출은행들의 노후장비 처리문제도 골칫거리로 작용하는 가운데 구매자인 은행들은 신규 장비도입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판매시점(POS) 정보관리시스템업계의 상황도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들의 도산이 잇따르는 가운데 해외 및 일부 국내 할인점을 제외하고는 신규 매장설립이나 전산투자는 현실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었다.
<정보통신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