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IC카드 전자화폐 어디까지 왔나 (하)

국내 동향.보급 전략

 전문가들은 전자화폐에 대해 「막연한 환상」이나 「전면 부정」은 금물이라고 지적한다. 「현금 대체」라는 전자화폐의 명확한 목표시장 선정과 소비자 정서 파악, 초기 보급전략 등이 마련되지 않았을 경우 사업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이에 따라 사업 주체 스스로가 전자화폐의 사업성을 전면 부인하게 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내년부터는 한국은행·금융결제원·시중은행권 등이 한국형전자지갑(KEP) 사업을, 마스타카드가 국민은행과 공동으로 「몬덱스」 전자화폐 사업을 각각 추진할 예정이어서 면밀한 사업성 검토·분석을 통해 「준비된」 사업이 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또 전자화폐 시스템이 외산 솔루션 일색으로 구축, 국내 업계가 배제되는 결과를 막기 위해 지금이라도 관련기술 개발 등에 적극 나서고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자화폐 실패 사례를 통해 본 교훈=비자·마스타의 해외 프로젝트 시범사례는 국내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우선 전자화폐가 대중속에 파고들기 위해서는 현금이 갖지 못한 「매력」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대표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방안이 전문체인점 등과의 제휴를 통한 「로열티 프로그램」 제공이다.

 가령 특정 체인점 이용시 고객이 전자화폐를 통해 결제할 경우 보너스 점수 누적과 경품 제공 등 다양한 고객 유인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취지에서 전자화폐 사용자 및 가맹점에 대해 연회비·수수료 등을 면제해주는 것은 필수적인 조치라는 의견도 타당성을 얻고 있다.

 이와 함께 공중전화·대중교통수단·무인가판대 등과의 결합도 고려해 봄직한 대안이다. 상당수 소비자들은 교통·통신 분야 등의 소액 결제시 잔돈을 반드시 소지해야 하므로 상당한 불편함을 느끼고 있으며 전자화폐가 이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IC카드 전자화폐는 우선 생소하므로 초기 보급을 위해선 「강제적」인 요소도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그래서 나오는 대안이 「소지역거점화」 방식이다. 소지역거점화 방식이란 학교·관공서·군부대·회사 등 특정 기관이 개인신분증과 전자화폐를 결합한 인프라를 구축, 전체 구성원이 전자화폐 환경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내부 사용자들은 점차 인근 상점·편의시설 등에서도 전자화폐를 사용할 수 있도록 요구할 것이며 결국 전자화폐 이용지역 자체가 확산되리라는 전망이다.

 ◇국내 현실 및 대응방향=국내 전자화폐 사업의 경우 그동안 경제적·기술적·제도적 걸림돌로 인해 업계의 대응방안 자체가 거의 전무했다.

 실제 사업주체인 은행·카드사들의 경우 올 들어 본격화한 구조조정 여파로 첨단 분야인 전자화폐 사업의 신규 투자에 지극히 몸을 사리는 가운데 비자·마스타 등 외국계 카드사들의 프로젝트에 「무임승차」하는 것에 그나마 만족하는 양상이다.

 IC카드 시스템업계의 열악한 현실도 기술적 측면에서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 국내 업계로서는 KEP프로젝트·몬덱스 전자화폐 사업을 당장 시작하더라도 IC카드의 핵심인 칩에서 응용프로그램·단말기 등에 이르기까지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다.

 전자주민카드 사업을 위해 너나 없이 뛰어들었던 삼성전자·현대전자·LG정보통신 등 대기업 3사는 전자주민카드 사업이 사실상 물 건너가자 자사 IC카드 사업을 대폭 축소하거나 사실상 해체해 버렸다. 또 카드 응용프로그램 개발 및 단말기 생산을 맡고 있는 중소업체들도 수요 기반을 찾지 못해 대다수는 사업 유지조차 힘든 상황이다.

 국내 업계의 기반이 부실한 데는 제도적 걸림돌도 한 「몫」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동안 지속적인 도입 움직임을 보였던 IC카드 전자화폐 사업에 대해 공공보안 및 금융 관련 규제조항을 근거로 일일이 간여해온 국가안전기획부·재정경제부나 KEP사업 추진과정에서 전시행정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한국은행 등도 책임이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앞으로 급속히 열릴 전자상거래(EC)·전자화폐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대기업 등의 장기적 안목과 투자, 정부의 정책적 지원방안 마련 등이 경쟁력 확보의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