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에서 전자부품은 영원한 아웃사이더인가.」
LG그룹의 사업구조조정과 관련, 전자부품회사가 걷는 길을 보면 역력히 드러나고 있다.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LG전자부품은 벌써 6개월 사이에 회사명이 두 번이나 바뀌게 됐다. 임직원들의 명함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회사명이 바뀐 것이다.
그룹차원에서 계열사의 자율경영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전자부품의 운명을 보면 이같은 말은 허울 좋은 구두선으로 끝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이 회사의 불운은 그룹이 퇴출기업명단에 오르면서 시작됐다. 3년연속 적자를 기록했으나 올 들어 자체의 구조조정과 수출호조로 흑자를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이 회사는 지난 6월 그룹의 퇴출기업명단에 오르면서 이같은 상황은 반전, 바람앞에 촛불처럼 회사의 운명이 뒤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퇴출기업이라는 오명을 쓴 이 회사는 11월 스피커를 생산하는 포스타 측과 합병, 「LG C&D」로 새로 태어났으나 지난 8일에 있었던 그룹인사에서 다시 방산업체인 LG정밀과 합쳐지게 됨으로써 새로운 사명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됐다.
더구나 이번엔 전혀 성격이 다른 방산업체에 전자부품업체를 합병시키고 있어 전자부품사업은 「아웃사이더」의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LG의 경우 전자부품을 세트의 종속적인 사업으로 봐왔기 때문에 LG전자부품을 퇴출기업으로 선정했지만 독립적으로 부품사업을 영위한 삼성의 경우 삼성전기를 세계 매출 3조원을 돌파하면서 세계 7대 부품회사로 키워 오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경쟁사에 뒤진 전자부품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LG 측은 LG전자 등 계열사에 흩어져 있던 일부 전자부품사업을 통합, 독립적인 새로운 부품회사를 만들어 나갈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번 합병으로 이같은 꿈은 뒤로 미룰 수밖에 없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그룹인사에서 합병회사의 사령탑에 정밀 측의 송재인 사장이 그대로 임명됨으로써 상대적으로 합병의 무게가 전자부품에 두기보다 방산업체인 정밀에 둔 것으로 읽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자부품사업이 아웃사이더에서 벗어나 주역으로 비상하게 될 수 있을 것인지는 합병회사의 최고경영자 의지에 달려 있다.
<원철린기자 cr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