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대우그룹 간의 자동차 및 전자 빅딜이 대우전자 임직원들에게는 한마디로 날벼락과 같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우전자 임직원들은 이번 빅딜의 원인을 제공했던 삼성자동차, 여기에 대우전자를 희생양으로 삼은 그룹이나 회사 경영진에게까지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지난 주말까지만 하더라도 설마 했던 빅딜이 청와대의 정·재계 간담회 이후 기정사실이 되면서 생산직과 사무직, 직원과 임원 등 직급과 업무에 상관없이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다며 조직적인 대응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지난 8일부터 생산공장의 가동이 대부분 중단된 데 이어 노조와는 별도로 과장, 팀장, 임원 등 각 직급별로 잇따라 대책회의를 열고 있으며 9일에는 사무직 직원들이 비상대책위를 구성하고 「대우전자 경영권 수호 및 생존권 사수결의 대회」를 개최했다.
대우전자의 임직원들이 이번 빅딜에 대해 가장 분개하고 있는 대목은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의 빅딜이 건전한 기업은 살리고 부실기업은 퇴출시킨다는 정부의 개혁의지와는 정반대의 결정이라는 데 있다.
대우전자의 한 직원은 『삼성자동차라는 부실기업을 살리기 위해 어떻게 대우전자라는 우량기업을 희생양으로 삼을 수 있느냐』며 『따라서 이번 빅딜은 경제적인 논리라기보다는 정치적인 논리에 따른 부당한 결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또 이같은 굴욕적인 협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토로했다.
더욱이 인수기업이 그동안 가전사업 철수를 공공연히 밝혀 왔던 삼성전자라는 데 대우전자 임직원들이 느끼는 고통은 더욱 심하다. 가전부문에서 가장 활발히 사업을 전개하면서 특히 해외시장에서 한국이 가전대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온 대우전자가 삼성전자 가전부문을 인수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사업포기를 준비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오히려 대우전자를 인수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것.
사실 대우전자는 매출규모 면에서 지난 93년 이후 연평균 18%의 고성장을 계속해 왔으며 IMF 이후 국내 전자업체로는 처음으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구조조정 성공의 대표적 사례로 꼽혀온 기업이다.
이같은 대우전자의 노력으로 올해 내수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36.8% 줄어든 6천억원으로 떨어지지만 수출은 49%나 늘어나 올해 매출목표인 5조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9일 열린 경영권 수호 및 생존권 사수결의 대회에서 채택된 성명서에는 세계 최대의 가전업체인 프랑스 톰슨 인수를 추진하고 미 「포천」지로부터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선정될 정도로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는 대우전자가 왜 퇴출대상 1호인 삼성자동차로 인해 간판을 내려야 하는지에 대한 울분으로 가득 차 있다.
가전사업이라는 업무의 중복성으로 인해 빅딜이 이루어질 경우 어차피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는 대우전자 임직원들의 이번 빅딜에 대한 거부 움직임은 앞으로 빅딜 진행상황에 따라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여 빅딜의 가장 큰 변수로 등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