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전자가 그룹간 빅딜로 삼성전자로 넘어간다. 또 대우통신이 그룹사에서 제외된다. 대우전자는 삼성전자와 통합되고 대우통신은 외국기업에 지분이 매각돼 독자의 길을 걷게 된다. 두 회사의 변화는 이들 회사와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유통·서비스 업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대우전자의 제품을 판매해온 한국신용유통이 그렇고 대우통신의 자금지원을 받아오던 세진컴퓨터랜드와 이 회사 출자회사로 설립된 서비스뱅크가 그렇다. 이들 업체는 변화된 환경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신용유통과 세진컴퓨터랜드, 서비스뱅크의 반응과 향후 변신 가능성을 2회에 걸쳐 분석해본다.
<편집자>
한국신용유통은 「하이마트」라는 양판점과 대우제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직영점, 대리점을 경영하는 전기·전자 제품 판매회사다. 올초 대우전자 국내영업 부문을 흡수해 하이마트 50여점, 직영점 4백여점, 대리점 4백여점 등 8백50여 유통점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매출은 7천5백억원선. IMF로 40% 이상의 매출 감소를 기록하고 있는 경쟁업체에 비해 15%라는 낮은 매출 감소율을 기록하면서 비교적 성공적인 첫해를 보내고 있다.
한신유통은 대우전자와 「순치의 관계」로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지만 지분관계는 전혀 없다. 한신유통은 세계물산과, (주)고려, 신성통상 3사가 19%씩의 지분을 갖고 있고 이수화학공업이 1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대우전자뿐만 아니라 대우그룹과도 지분상으로는 전혀 관계가 없는 별개의 회사다. 따라서 이번 빅딜로 한신유통은 경영권 이전과 관련해서는 외형적으로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신유통의 대우전자 의존도는 거의 절대적이다. 때문에 삼성전자와 대우전자 통합을 한신유통의 존립과 별개로 생각할 수 없다.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 빅딜에 따른 한신유통의 변화는 두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한신유통 역대 대표이사가 모두 대우 출신으로 사실상 경영을 대우가 주도해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어떤 형태로든 경영권이 삼성전자로 넘어가 삼성이 운영하는 판매회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 있다. 또 다른 시각은 한국신용유통이 전자유통의 혼매양판화 추세에 발맞춰 판매회사로 홀로서기를 할 것이라는 것이다.
한국신용유통 입장에서 보면 전자의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가전시장에서 박빙의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쪽으로 그 중심을 이동한다는 점에서 회사의 이익면에서 어찌보면 발전적인 변화일 수도 있다. 문제는 전자유통 시장 주도권이 제조에서 유통으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법적으로 아무런 관계가 없는 한국신용유통의 경영권을 쉽게 삼성전자에 넘겨줄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특히 올해 한국신용유통의 경영성과가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물론 한신유통이 홀로서기에 나서는 것도 그렇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신의 장점은 제조를 등에 업은 판매회사라는 점이었다.
혼매양판으로 완전히 전환하면서 외국업체들과 제휴해 외산 제품을 취급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외산시장 자체가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다 외산 제품 취급시 국내 가전사들이 부정적으로 나올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국산제품만을 취급할 경우 2개 브랜드만으로 영업을 해야 하고 수입제품 혼매가 사실상 어렵게 된다면 홀로서기도 쉽지 않다. 홀로서기 위해서는 이같은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전제돼야 한다.
<박주용기자 jy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