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이 없으면 살아남지 못합니다.』
미국 벤처투자사인 넥스피리언스 이경훈 사장(미국명 켄 H 리)의 말이다. 그는 미국시장에서 벤처업체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남과 다른 치밀한 계획과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내 기업들은 단순히 컴덱스 같은 유명전시회에 참가하고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돌리면 고객이 찾아온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건 아주 안이한 태도죠. 소비자의 요구를 파악하는 데서부터 광고·프레젠테이션·일대일영업 등 다각적인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야 합니다.』
미국시장에 진출하는 국내 벤처기업들을 「낙하산으로 적지 한복판에 떨어진 병사」에 비유하는 이 사장은 현지사정에 밝은 파트너를 선정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자기 나름의 노하우를 쌓아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의 초청으로 내한한 이 사장은 지난 5일과 7, 9일 사흘간 국내 벤처기업들을 대상으로 「미국시장 진출전략」에 대해 강의하고 미국시장 진출을 원하는 소프트웨어업체와 개별상담도 가졌다.
미국 볼랜드·시만텍 등의 회사에서 17년간 마케팅과 경영컨설팅분야에 종사해 온 이 사장은 지난 95년 「넷포닉커뮤니케이션」을 설립, 웹 상의 정보를 음성으로 변환해 전달하는 「웹온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 회사는 설립한 지 3년만에 2천만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성과를 올렸고 올해 초 이 사장은 회사를 유리한 조건에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의 기상청에서는 웹온콜을 이용, 선박 등에서 전화로 기상정보를 실시간 조회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이 사장은 자금이나 인력 등 모든 면에서 열악한 벤처기업일수록 대기업과 다른 전략을 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기업과 똑같이 하려고 하면 결코 이길 수 없습니다. 벤처기업일수록 게릴라전을 펼 줄 알아야 해요. 베트남은 게릴라전을 통해 미국을 이겼지만 미국 흉내만을 낸 사담 후세인은 고배를 마실 수밖에 없었지요. 맥아피어소시에이츠가 시만텍 등 대형 백신업체에 대항하기 위해 무료로 제품을 배포한 것은 게릴라전의 좋은 예입니다.』
또 제품을 개발할 때도 이 제품이 이용자에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비타민」인지 아니면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진통제」인지 점검해 봐야 한다고 말한다.
『국내 기업들이 개발하고 있는 제품들의 경우 아이디어는 독창적이지만 이용자에게 큰 이익을 주지 못하거나 이미 외국에서 개발한 것을 그대로 베끼는데 만족한 「미투(Me Too)」 상품이 많습니다. 그래서는 해외시장을 공략할 수 없습니다. 국내에서 성공한 사례로 꼽히는 다이아몬드멀티미디어나 자일랜 등은 모두 틈새시장을 찾아 한발 앞선 기능을 제공한 것이 성과를 거둔 것이지요.』
또 경영자의 자질도 이 사장이 강조하는 덕목 중 하나다. 기술보다 경영자가 어떤 비전과 능력을 가지고 있느냐가 더 중요할 경우가 많다는 것. 실제로 소프트뱅크는 투자할 벤처업체를 선정하는 데 경영진의 능력에 50%의 비중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앞으로는 국내 벤처기업 중 유망한 기업을 발굴, 미국의 나스닥에 상장할 수 있을 만큼 키워보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국내 여러 벤처기업과 접촉,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국내에도 우수한 자질과 남다른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기업들이 많이 있다』고 평가하는 이 사장은 『시장을 철저히 분석하고 아이디어를 꾸준히 확장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세계시장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장윤옥기자 yo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