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항법장치(CNS) 위주의 교통정보단말기시장에 다기능 차량정보단말기(MDT)가 등장하면서 교통정보단말기시장을 양분해 나가고 있다.
올 상반기 CNS단말기를 잇따라 내놓은 대우정밀·LG정밀·현대전자·삼성전자·쌍용정보통신 등이 판매부진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다기능 MDT업체들이 하반기 이후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MDT업체의 판매 규모는 회사별로 고작 수십대에서 1백대 단위에 불과하지만 물류분야의 효율화와 관련한 시장 잠재력은 CNS분야를 능가할 것이라는 인식이 형성되고 있다.
MDT는 또 CNS기능의 구현과 함께 훨씬 다양한 부가서비스까지 제공하는 데다 가격도 30만∼50만원대여서 1백50만원대의 CNS단말기와 비교도 되지 않는다. 또 택배·물류·운송용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향상된 제품이 줄이어 출시되고 있으며, 여기에 물류업체들의 높은 관심표명으로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대기업과 물류업체 시스템통합(SI)사업자·전문단말기 제조업체를 포함, 줄잡아 20여 업체가 이 분야에 참여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다기능 MDT가 지나치게 높이 책정된 CNS단말기 인기하락의 틈새를 대체해 나가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실제로 올 상반기 들어 CNS를 잇따라 내놓았던 대부분의 대기업 계열사들은 심각한 판매부진으로 내년 상반기께나 본격적인 수요발생을 점치고 있을 정도로 상황이 만만치 않다.
일본처럼 2만엔에서 20만엔대의 다양한 CNS단말기 제품군·가격군을 형성하지 못해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하고 있는 것도 CNS단말기시장 성장의 결정적 저해요인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올해 자동차업계의 빅딜 분위기와 경기부진에 따른 판매·수요 위축 등으로 올해 CNS 판매대수를 모두 합쳐야 3천∼4천대 규모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추정할 정도다. 반면 올해 다기능 MDT시장은 택배·물류·운송회사들이 위치추적 및 물류효율화의 효과적인 수단으로 인정받으면서 소폭이나마 성장세를 지속해 왔다.
전문가들도 다기능 MDT시장이 충분한 고객유인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보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올 하반기 이후 쌍용정보통신 등 CNS업체는 지능형교통시스템(ITS) 사업부의 축을 CNS 중심에서 다기능 MDT 쪽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 상반기 CNS를 선보인 대우정밀도 CNS에 교통정보제공기능을 부가하는 방안을 준비중이다. 이는 CNS회사가 다기능 MDT 회사를 외면할 수만은 없는 상황에 이르렀음을 반증하는 사례로 비쳐진다. 그러나 올 하반기 이후 급격히 부상하기 시작한 다기능 MDT업체들도 판매전망을 낙관하는 것만은 아니다.
이들은 무선데이터통신·GPS·개인휴대통신(PCS)·주파수공용통신(TRS) 등 다양한 통신수단을 이용한 교통정보 제공기능을 강조하면서 시장 개척노력을 보여왔지만 수요는 예상외라는 반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업계는 최소한 올 하반기 이후 교통단말기시장에서 CNS시장 상황이 「흐렸고」, 다기능 MDT시장이 활발한 양상을 보였다는 데 대해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 교통단말기시장의 핵을 이뤄왔던 CNS업계 생존의 열쇠는 CNS단말기와 물류관련 서비스 기능을 접목하느냐 여부와 가격인하에 달려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CNS단말기와 다기능 MDT가 시장양분 구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업계는 내년 상반기께 이 시장의 주도권이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