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금감위장 "반도체 빅딜 무산" 시사 파장

 이헌재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이 LG반도체와 현대전자 합병 무산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향후 양사의 움직임에 재계의 눈길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양사는 이 위원장의 발언 중 『빅딜 무산의 책임이 있는 기업에 신규 여신 중단 등 제재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한 부분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며 무산 이후의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문제는 이 위원장이 지목한 「책임있는 기업」이 어느 쪽인가 하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LG쪽이 독자 회생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말을 평가기관인 아서 D 리틀(ADL)사로부터 전해들었다』 『현대전자가 경영주체가 될 것으로 아는 사람이 많다』는 등 이 위원장의 부연설명을 감안해 볼 때 LG반도체 측을 지칭하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이에 대해 LG반도체 측은 상당부문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듯하다.

 양사의 합병 노력이 분명 기업간 합의에 의해 추진되는 형식을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책임 있는 고위 인사가 「이미 현대전자를 경영주체로 내정한 듯한」 발언을 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표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 ADL사가 반도체 빅딜 평가기관으로 선정된 이후 보여주고 있는 행동 변화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

 특히 실사기간을 계속 단축하면서 평가 항목이나 기준을 LG 측에 절대 불리한 방향으로 바꾸고 있다고 비난했다.

 결국 지금까지 진행상황과 흐름을 살펴볼 때 반도체 빅딜작업은 이미 결론을 현대쪽으로 내려놓은 상황에서 추진됐으며 이같은 방침을 눈치챈 LG반도체가 강하게 반발하는 구도가 아니겠느냐는 추론이 설득력있게 나돌고 있다.

 어쨌든 반도체 부문의 빅딜은 이 위원장의 발언이 정부측의 최후 압박용 카드라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넌」 사안이라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남은 문제는 결렬 이후 정부와 채권단 측이 과연 어느 정도 수위의 제재 조치를 내놓느냐는 것과 채권단의 금융제재 속에 양사가 어떤 방식으로 홀로서기를 도모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최승철기자 sc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