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자유통시장에는 지난해 몰아쳤던 부도사태가 진정돼 자금과 관련된 사고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유통환경 변화에 따른 유통구조 자체의 변화는 어느때보다 크게 나타났고 침체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게 벌어졌다. 또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건과 세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사건도 적지 않게 벌어졌다. 98년을 접으면서 올해 전자 유통업계에서 벌어진 주요사건, 사고를 되짚어본다.
<편집자>
월마트 국내 상륙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가 지난 7월 10일 국내 진출을 공식 발표했다.
인천 분당 등 4개 지역 마크로 매장을 인수해 본격적인 국내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마크로 인수 직후 월마트는 로스리더상품을 전면에 내세운 세칭 「크레이지 세일」로 제조업체들을 크게 긴장시켰다.
특히 가전제품이 대표적인 로스리더상품으로 부각돼 가전 유통업계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월마트는 마크로에서 70만원대 29인치 TV를 40만원 미만 가격에 판매했고 60만원대 10㎏급 세탁기도 30만원대에 판매했다.
월마트의 공세는 국내 최대 창고형 할인점인 E마트의 맞대응을 불러왔으며 킴스클럽과 까르푸, 가전양판점, 일선 백화점까지 가세한 혼전으로 몰고 갔다. 그 와중에 권장 소비자가격을 기준으로 10∼15% 정도 할인된 가격에 판매되던 가전제품 가격이 출고가격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 초저가 모델인 기획상품을 양산하게 해 가전업계의 수익성을 크게 떨어뜨렸다.
월마트가 2주 단위로 계속 실시하는 크레이지 세일에 국내 가전사 제품을 꾸준히 로스리더 상품으로 내놓자 해당 제조업체에서는 대책마련에 전전긍긍했다.
당초 직거래에 나섰던 한국신용유통이 첫 크레이지 세일에서 공급가 이하 판매라는 직격탄을 맞고 서둘러 거래를 중단했고 LG전자와 삼성전자도 물밑에서 물량과 가격을 조절, 피해를 최소화해나가고 있다. 이에 따라 월마트의 국내 가전업계 길들이기 작업도 진출 초기부터 본격화됐다.
그러나 월마트는 최근 2개월 동안 일단 가전업계에 대한 공세를 늦추고 있다. 충분한 양의 가전제품 확보가 쉽지 않자 시간을 두고 제품 확보에 나섰고 또 연말 특수를 겨냥해 의류와 식품류에 판촉 포인트를 맞춰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월마트의 가전업계 공세는 최근 다시 시작되고 있다. 지난주부터 시작된 세일에서 삼성전자의 TV와 세탁기를 로스리더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그동안 TV와 세탁기 냉장고 등의 일부 모델의 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제조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박주용기자 jy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