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공대 전자전기공학과 권오대 교수(52)가 양자물리 학계의 정설인 드브로이(de Broglie)의 「물질파 가설」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광파(光波) 가설」을 제기함으로써 전세계 물리학계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권 교수는 지난해 11월에도 광 컴퓨터와 광 교환기 개발에 획기적인 전기가 되는 마이크로 암페어(㎂)급 반도체 레이저인 광양자 테(PQR:Photonic Quantum Ring) 레이저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과학기술부 출입기자들이 주는 「올해의 과학자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권 교수는 당시 광양자 테 레이저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전류의 세기 등을 조금씩 변화시킨 결과 특이한 현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즉, 광양자의 2차원 원형 테두리에서 1차원의 테(링)가 자연 발생하는 차원 감소현상을 처음으로 관측했다는 설명이다.
이 현상은 「물질은 입자성과 파동성을 동시에 갖는다」는 드브로이의 「물질파 가설」로는 도저히 설명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이 이론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권 교수는 그동안의 실험결과를 토대로 물질파 가설 대신 「광파 가설」을 최근 새롭게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프랑스 물리학자인 드 브로이는 물질파 가설로 1929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으며 그후 이 이론은 양자 물리학계의 정설로 여겨졌다.
권 교수는 이같은 연구와 실험결과를 지난 1월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국제광전자학회에서 발표했으나 관련학계에서는 이에 쉽게 동의하지 않은 채 당혹감만 내비쳤다. 이에 따라 권 교수는 미국 물리학회에서 발간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PRL:Physical Review Letters)에 심사를 의뢰했다.
PRL 심사진도 처음에는 『이같은 연구결과가 나온다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아 게재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권 교수는 자신의 연구결과를 PRL측에 상세히 설명하는 등 연구결과 입증을 위해 노력한 결과 최근 PRL측은 『심사결과 내년 1월 게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공식 통보해왔다.
1년여 동안 진행된 논쟁에서 권 교수의 연구결과가 마침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쾌거를 이룩한 것이다. 특히 반도체 소자발명에 관한 연구결과가 이 잡지에 실리기는 국내 처음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예다.
한편 권 교수가 주력하고 있는 연구분야는 수 ㎂ 정도의 미세한 전류를 흘려도 작동하는 신형 반도체 소자. 이 소자가 소모하는 전류는 기존의 ㎃급 레이저 소자가 소모하는 전류에 비해 1천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레이저 소자는 컴퓨터의 CD롬 드라이브나 프린터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부품이다.
이 연구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초고속 광 컴퓨터와 광 교환기 개발의 핵심기술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전자를 이용한 반도체 소자는 처리속도와 집적도 등에서 곧 한계에 다다르는 데 반해 광 신호를 이용하면 이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광 기술은 미국·일본은 물론 대만·중국 등 아시아권 국가에 비해서도 크게 뒤져 있다.
권 교수는 『국내 업체들도 최근 몇년 동안 광 기술 중요성에 눈을 떠 다행』이라며 『앞으로 산업계와 힘을 합쳐 광 기술의 첨단기지를 마련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