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전자교환기산업이 완전 경쟁체제로 돌입하면서 세계 최대업체인 루슨트테크놀로지스가 가격파괴를 앞세워 내수를 잠식하고 있고 국내업체들도 맞대응에 나서고 있어 급속한 시장재편이 예상된다.
특히 교환기 발주업체들이 가격 조건을 최우선으로 따지면서 그동안 교환기 5사간에 나눠먹기 식으로 유지됐던 국내시장이 루슨트를 비롯해 국내업체 2, 3개사로 자연스럽게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내년에 신설되는 시내교환기 19개 시스템에 대해 한국통신이 최근 두 차례 입찰을 실시한 결과 삼성전자와 루슨트테크놀로지스로 낙찰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 4개 시스템을 도입하는 시외전화 신설교환기 부문은 한화정보통신이 전량 수주해 최근 계약까지 체결했다.
신설교환기 물량을 수주할 경우 회선수요가 증가하는 향후 증설시스템까지 독식하게 돼 있어 이번 입찰에 따라 자연스러운 교환기사업의 구조조정이 예상된다. 특히 내년도 신설교환기 투자분에 대한 이번 입찰에서 탈락한 업체들은 이미 투자한 시스템의 증설물량에 대한 추가발주가 없는 한 교환기사업의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통신의 19개 시스템 신설교환기 물량 가운데 일반전화망(PSTN)용 6개 시스템을 놓고 벌인 지난 11월 입찰에서 삼성전자는 국산 전전자교환기인 TDX10A로 수주권을 따냈다.
PSTN 및 종합정보통신망(ISDN)용 9개 시스템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난 14일 2차 입찰에서는 예정가(루슨트의 기준가격)의 45.57%를 최저가로 써낸 루슨트테크놀로지스로 돌아가 교환기시장의 가격파괴시대를 예고했다.
더욱이 ISDN교환기 입찰에서 국내 교환기업체들은 86억원 상당을 써냈으나 루슨트는 예정가가 1백79억원으로 알려진 9개 시스템 전체 가격으로 81억8천1백만원을 제시, 교환기업체들은 물론이고 한국통신에도 충격을 주었다.
루슨트가 공급하는 5ESS5000기종은 대우통신이 올해 초 개발한 차세대 전전자교환기 TDX100 이상의 기종으로 이번 입찰에서 국내업체들이 제안한 TDX10A의 두배 이상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어 당초 탈락이 예상됐었다.
지난해 9월부터 5ESS2000기종 4개 시스템을 2백억원 정도에 납품한 바 있는 루슨트가 IMF 이후의 환율문제까지 제껴두고 최저가 입찰을 단행한 것은 한국시장에 대한 전략적 진출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루슨트의 이번 낙찰가격은 향후 발주되는 물량의 예정가로 책정될 계획이어서 내년 3월로 예정된 나머지 4개 시스템 입찰에서도 가격파괴가 예상되고 있다.
한국통신의 한 관계자는 『내년 3월로 예정된 ISDN용 교환기 나머지 4개 시스템은 TDX100급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어 루슨트와 대우통신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가격파괴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