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벤처지원 포럼]"교수 자원 활용방안"

 전자신문사가 후원하는 벤처지원포럼(회장 오해석 숭실대 부총장)은 지난 16일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회의실에서 「벤처창업에서의 대학교수 자원 활용방안」을 주제로 12월 정기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오후 5시30분부터 8시30분까지 약 3시간에 걸쳐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중기청 윤교원 벤처기업국장이 최근 국회를 통과한 벤처특별법과 관련한 기조발언을 했으며, 정보통신부·교육부 관계자와 대학창업센터 관계자 등 10여명이 참여해 대학교수의 벤처창업과 관련한 문제점에 대해 심도있는 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의된 내용을 간추려 싣는다.

<편집자>

 △오해석 숭실대 부총장(사회)=정부가 벤처특별법을 개정, 교수의 사기업 임직원 겸직을 허용키로 한 것은 파격적인 일입니다. 그러나 대학내에서 이를 허용할 것인가, 또 사립대학의 경우 이를 순수히 수용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이번 토론은 각 대학들이 이를 수용하도록 방향성을 제시하는데 뜻이 있습니다. 먼저 경희대 진용옥 교수께서 특별법 개정을 계기로 교수 자신의 애로사항과 학교측의 애로사항을 바탕으로 말씀해 주시죠.

 △진용옥(경희대 창업지원센터장)교수=제도적 문제가 해결됐다고 해서 교수창업의 어려움이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학교를 예로 들면 창업지원센터를 운영하면서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는 한의 관련 의료기기를 개발·상품화하기 위해 5년 전부터 회사를 만들려고 했는데 학교측이 반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회사는 설립됐지만 대표가 학생입니다. 그리고 대학 교수 창업에서 가장 큰 문제는 기술과 자본보다 마케팅입니다. 창업했다가 실패한 교수들은 다시는 창업을 안하겠다는 얘기를 합니다.

 △이승환(생기원 중소기업지원사업본부장)=벤처창업은 세계 1∼2위 기술이라야 가능한데 교수창업은 초기이므로 실리콘밸리처럼 자연발생적인 방식과 정부의 지원이 한데 어우러지는 방향으로 추진되는 게 바람직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대학 교수 창업에 있어 업종별 안배보다는 벤처개념에 의거해 단기간에 고속성장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우리의 벤처환경에서는 교수가 시장에서 판매원으로 뛰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사회=김호기 교수께서 법개정을 계기로 교수창업이 어떻게 될지 말씀해 주시죠.

 △김호기(과기원 신기술창업지원단장)=KAIST내 신기술을 가진 교수들도 겸직문제로 창업을 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교수들이 대부분 보수적이어서 더욱 그렇습니다. 자금문제는 에인젤이든 캐피털이든 창업된 후에 들어와서 지원하는 것이고 그 이전에 창업에 따른 2천만원도 구하기 어렵고 당장의 운영자금 조달도 엄두도 낼 수 없습니다. 또 대학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교수창업에 대한 당근정책도 필요합니다. 신기술 창업교수에게 3년간 휴직이나 겸직을 허용하는 등 크레디트를 주어야 합니다.

 △사회=교수사회에도 대학 구조조정과 결부돼 이제 연봉제나 정년제 폐지 등과 같은 요인으로 교수창업이 어쩌면 활발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논문문제가 걸려있고 연봉삭감을 무릅쓰고 창업을 하겠느냐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신기술창업에도 연구업적에 가산점을 주자는 얘기인데 좋은 말씀이십니다. 교육부쪽 얘기 좀 들어볼까요.

 △백종면(교육부 산업교육정책과장)=당초 벤처특별법 개정안에 교수 겸직허용 문제가 포함돼 있어 대학교수의 무분별한 영리추구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교육부는 기본방향이 옳다고 판단, 행자부와 달리 초기부터 법 개정에 반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시행에 들어갔을 때 교육여건이 부정적으로 작용할 경우 규제가 돼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창업교수에 대한 크레디트 부여 등에 대해서는 한편으로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나 또 교육부 내에서는 모든 규제를 풀어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국철(국민대 교수)=정책이 아무리 좋아도 시행과정에는 많은 제약점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교수가 창업을 한다하더라도 세금문제에 부닥칩니다. 또 정서적인 문제도 해결해야할 과제입니다. 교수가 겸직을 하는 것에 대해 일각에선 외도를 하고 있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그만큼 교수창업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법·제도적, 내부적 인식, 학교의 문화를 우선적으로 극복해야 합니다. 단순히 법·시행령 개정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고 봅니다. 매우 정교한 법제도가 필요합니다.

 △사회=우리의 전통적인 직업관은 사농공상입니다. 대학교수가 벤처기업 사장이 된다는 것은 선비가 기업가로 떨어지는 것을 말합니다. 이를 학교측이 올바르게 보지 않겠지요.

 △임차식(정통부 산업지원과장)=아이디어와 신기술만 갖고 창업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정보통신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정통부에서는 모두 43개의 창업지원센터를 운용하고 있고 여기에 산학연 공동연구사업비로 내년에 80억원 규모의 예산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창업아이템경진대회를 내년에는 비즈니스플랜대회로 바꿔볼까 합니다. 벤처창업자들로 하여금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도록 유도할 생각입니다. 이와 함께 지금까지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융자사업도 이제는 투자방식으로 전환해 나갈까 합니다.

 △안준모(건국대 교수)=교수는 안정적인 직업입니다. 따라서 교수들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창업을 하려 들지 않을 것입니다. 벤처창업에 따른 위험은 어느 정도 교육부에서 해결해 줘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교수들이 연구·개발한 기술의 상품화는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경우 60년대 이후 NASA가 아이디어나 연구·개발제품의 상품화를 위한 상용화 인큐베이터센터를 설치할 정도로 배려해 왔습니다.

 △배명진(숭실대 창업보육센터장)=교수들이 창업에 나서지 못하는 요인은 여러가지지만 교수직위에 버금가는 인센티브가 부족한 때문입니다.

 또 실험실에서 벤처창업을 현실성 있게 도출하려면 학교는 부지를 제공하고 건물은 정부나 지자체가 제공해 벤처창업 공간을 별도로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이전영(포항공대 창업보육센터장·포스텍기술투자사장)=이제는 대학도 비즈니스 유닛(Unit)입니다. 더이상 등록금이나 전입금에 의존할 수 없게 됐습니다. 교수창업에는 교수가 창업하는 방법, 기존기업과 연계를 통한 R&D컴퍼니 등 2가지 모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벤처환경에서는 마케팅 과정이 필요없는 후자가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교수들은 사업계획서도 제대로 작성하지 못하는 만큼 투자사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벤처창업은 창업센터를 많이 설립한다고 활발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기술제품에 대한 정확한 시장정보만 있다면 자생적으로 창업이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유병배(소프트웨어진흥원 사업본부장)=벤처창업에는 1단계 개발·상품화, 2단계 마케팅으로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창업단계에서 교수창업은 어디까지로 하느나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마케팅단계는 교수들에게는 매우 힘든 단계이고 1단계까지만 참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많은 업체들이 창업되지만 살아갈수 있는 터전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그래서 소프트웨어진흥원은 사이버마켓을 대대적으로 구축해 운용할 예정입니다.

<정리=구근우·이중배기자 kwkoo/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