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98 영상산업 결산 (5);음반 (상)

 작년과 올해 사이에 국내 음반도매상의 50% 이상이 도산한 것으로 추산된다. 시장의 기반인 유통이 크게 흔들리면서 음반물류상의 신용거래(어음결제)가 사라졌다. 음반업의 특성상 현금결제 고수는 곧 물류량의 저하로 연결됐고, 결국 98년은 「음반 출시량 감소→판매량 저하→음반경기 위축」의 고리를 끊지 못한 한해였다.

 부문별로 보면, 먼저 가요의 경우 한국영상음반협회 집계에 따르면 올해 밀리언셀러 음반은 신나라뮤직이 발매한 「HOT 3집」과 삼성뮤직이 발매한 서태지의 「테이크 투」였다. 이들 두 음반은 1백5만장을 약간 상회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 뒤를 이어 삼성뮤직이 발매한 쿨의 「애상」과 김현정의 「혼자한 사랑」, 서울음반이 내놓은 유승준의 「나나나」, 도레미레코드가 출시한 터보의 「굿바이 예스터데이」와 김정민의 「비」, 지구레코드가 발매한 조성모의 「투 헤븐」 등이 40만∼80만장의 판매량을 보였다.

 국내 최대 음반도매상으로 떠오른 신나라유통은 김종환의 「사랑을 위하여」(신나라뮤직)가 1백10만장, 김건모의 「사랑이 떠나가네」(도레미레코드)가 1백5만장, 신승훈의 「지킬 수 없는 약속」(라인음향)이 1백만장으로 HOT 및 서태지 음반과 함께 밀리언셀러에 올랐다고 집계했다.

 이같은 판매량 추이는 10대 청소년들의 구매력이 음반시장의 버팀목이 되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10대들의 취향에 걸맞은 가수 및 그룹 캐릭터와 장르가 시장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댄스음악은 일본음악과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될 정도로 토대를 마련한 상태다.

 팝 시장에서는 부수적인 2차 상품인 「편집앨범」이 주류상품으로 등장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편집앨범들은 한국인의 취향에 걸맞은 음악, 이미 인기가 검증된 음악들을 끌어모은 까닭에 시장에서 손쉽게 안정적인 판매량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신나라유통의 집계에 따르면 전통적인 편집앨범 시리즈인 워너뮤직의 「MAX 3」가 47만여장, EMI의 「NOW 4」가 32만여장, BMG의 「MAX 4」가 20만여장이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EMI의 「파워FM 파워뮤직」이 약 20만장, 폴리그램의 「김미숙, 아름다운 이 아침」이 17만여장, BMG의 「미라클」이 16만여장 등의 안정적인 판매량을 보였다.

 그러나 편집앨범은 궁극적으로 「우려먹기」인 까닭에 장기적으로 자사의 상품수를 줄이고 판매량까지 저하시키는 자충수였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에 따라 연말들어 소니뮤직이 머라이어 캐리의 「# 1’s」, BMG가 휘트니 휴스턴의 「마이 러브 이즈 유어 러브」에 대한 판촉을 강화하는 등 새로운 시장돌파구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클래식은 워너뮤직의 「모차르트 이펙트」를 비롯한 어린이용 기획음반들이 제작돼 좋은 판매량을 보였다. 그리고 백건우·장한나·장영주·조수미·신영옥·홍혜경 등 국내 유명 클래식 연주자들의 활동이 늘어나면서 음반도 꾸준히 발매됐다. 그러나 눈을 사로잡을 만한 대형 인기작은 나오지 않았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