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98 영상산업 결산 (6);음반 (하)

 올 음반업계의 화두는 정부의 일본 대중문화개방 방침과 유통업계의 잇단 도산에 따른 문제점이었다. 화두만으로도 한해 내내 속 편할 날이 없었음을 알 수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유통사들의 잇단 부도사태는 올해에도 그칠 줄 몰랐다. 

 물류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자 제작사들은 아우성을 쳤다. 판로가 막혀 매출도 급감했다. 업계는 적어도 작년에 비해 약 40∼50%는 감소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월드뮤직의 경우 작년의 60% 수준인 80억원에 그쳤고, 예당음향도 김경호·소찬휘 앨범 외에는 별다른 앨범을 발표하지 못했다. 웅진미디어는 작년에 비해 무려 67% 감소한 1백억원의 매출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정민·터보 등의 신보를 양산해온 도레미레코드도 작년에 비해 30% 이상 매출이 감소했고 지구레코드·서울음반 등도 매출이 급감했다.

 국내에 진출한 음반메이저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업계는 이들 음반메이저사의 올해 총매출은 전년의 64∼65% 수준인 약 6백70억∼6백80억원에 그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MI의 경우 작년보다 무려 55% 감소한 1백10여억원에 머물 전망이며 폴리그램은 클래식부문의 회복세에도 불구, 1백50여억원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또 스테디 셀러를 양산해온 한국BMG도 19% 감소한 95억∼96억원에 머물 전망이며 소니뮤직은 「타이타닉」 영화음악앨범의 호조에도 불구, 1백55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워너뮤직은 2∼3% 만이 감소한 1백30여억원으로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둘 전망이다. 또한 유니버설은 41% 감소한 35여억원에 머물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음반제작사와 유통사들이 총체적 위기를 겪고 있을 즈음 이른바 「삼성영상사업단의 도매사업 진출설」이 터져 나왔다. 음반업계가 강력히 반발, 결국 「없던 일」이 됐지만 『오죽 답답했으면 삼성이 도매사업자로의 변신을 모색했겠느냐』는 동정론이 나올 정도로 올 음반유통의 난맥상은 심각했다.

 음반업계 하반기의 최대 이슈는 「일본 대중문화개방」이었다. 프레임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대한 물음만을 남긴 채 한해를 넘기고 있지만 활화산으로 작용할 여지가 적지않다. 

 대기업들의 음반사업 구조조정의 회오리도 한해 내내 계속됐다. 올 초 대우가 음반사업을 완전정리한 데 이어 동아그룹의 다비컴이 분사됐으며 현대는 음반사업팀 해체뿐만 아니라 CD설비마저 성남전자에 완전 매각했다. 또 LG그룹의 경우 음반사업을 그룹 업종에서 완전 퇴출시켰으며 삼성도 영상사업단의 음악사업부를 대폭 축소조정하기도 했다. 특히 삼성은 음악사업부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 음반사업을 완전 정리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기도 했다.

 올해 음반업계의 또다른 이슈는 불법음반 추방운동이었다. 문화관광부와 영상음반협회가 공동주관한 불법음반 추방운동은 불법음반 단속 및 폐해를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미국내에서의 국내음반 해적판 유통사건도 업계에 회자됐다. 현지에 지부를 설립하는 선으로 마무리됐지만 미국내에서 국내음반이 불법 제작·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두고두고 논란이 일었다.

 이밖에 9월에는 음반복제업 협동조합이 본격 출범, 관심을 모았으며 워너뮤직·EMI·한국BMG 등 음반메이저 3사의 독자적인 음반 물류센터 추진은 업계에 적지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특히 국세청의 음반사에 대한 잇단 세무조사는 가뜩이나 위축된 업계를 더욱 옥죄었다.

 그러나 한국 전통가요인 트로트가 독일가수들에 의해 리메이크돼 수출되고 영상음반협회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음반판매량을 집계·발표하는 한편, 댄스 그룹인 HOT가 중국에서 열풍을 일으킨 것 등은 어두웠던 올 음반업계를 그나마 밝게 비추어 준 일들이었다.

<모인기자 inm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