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돌아본 유통업계 98 (3)

한국신용유통 탄생

 98년 1월 1일 가전 유통부문에 국내에서 가장 큰 판매회사가 등장했다. 한국신용유통이 대우전자 국내영업부문을 인수해 9백개에 달하는 유통망을 가진 전문 유통회사로 변신했다.

 기존 가전업체와 견줄 만한 조직을 갖게 된 한신유통의 변신은 가전시장 주도권이 제조업체 중심에서 유통업체 위주로 바뀌는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점에서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이 회사가 4백50여점에 달하는 직영 유통망을 갖고 있고 그 유통 형태가 「혼매양판」이라는 점에서 가전 유통시장에 상당한 변화를 몰고올 것으로 예상됐다.

 한신유통은 변신 초부터 제조업체에 예속되지 않는 「이익 중심」의 경영을 기치로 내세웠다. 비록 대우전자 제품 판매를 주로 하는 유통망을 갖고 있지만 이익이 많이 남는다면 어떤 회사 제품이라도 가져다 팔겠다는 것이었다.

 의욕적인 재출발에 나선 한신유통은 판매 드라이브 정책과 인력축소 등 구조조정을 통해 IMF 상황에서도 상당한 경영성과를 거뒀다. 삼성전자나 LG전자가 가전부문에서 매출이 전년에 비해 40% 이상줄어들었는 데 반해 한국신용유통은 15% 매출 역신장에 그쳤다. 특히 혼매양판점으로 운영하고 있는 하이마트의 경우 대형 가전매장의 손익구조가 취약하다는 일반적인 통념을 깨고 전년대비 매출증가와 흑자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데 성공했다.

 한신유통은 또 판매회사의 관건인 유통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직영점 중심의 유통망 정비에도 나서 올해 매출의 80% 이상을 직영 유통망을 통해 일으켰다. 특히 혼매양판화 추세에 맞춰 혼매점 하이마트에 대한 투자를 계속해 올 한해 동안 20점 이상 늘려놓았다.

 그러나 한신유통은 당초 목표와는 달리 제조업체인 대우전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실질적인 독립에는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우전자 전용 유통망인 가전마트나 일선 대리점에 대한 판매 구조개편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혼매점인 하이마트에서도 대우전자 제품 판매비중이 50%를 넘는 등 대우전자 유통부문 흡수 이전과 별다른 변화를 끌어내지 못했다. 또 대우전자와의 거래를 통한 손익보전에 상당부분 경영을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같은 불완전한 입지는 전반적인 경영성과가 높게 평가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최근 대우전자의 빅딜문제가 불거져 나오자 실질적인 독립을 포기한 채 대우전자 영업부문의 하나로 행동을 같이하겠다는 결정으로 나타나고 있다.

 신년 초 각사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한국신용유통의 변신은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고 말았지만 가전유통에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박주용기자 jy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