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PC시장> "불황 터널" 끝이 보인다

 국내 PC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최근 겨울이 깊어가고 있지만 국내 PC 시장만큼은 꽁꽁 얼어붙었던 매서운 한파 기간을 넘기고 기나긴 침체터널을 서서히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국내 PC시장은 올 상반기 IMF 한파와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전년 동기대비 45% 정도 줄어든 56만대 수준에 그쳤으나 하반기 들어 점차 수요가 회복추세를 보인 데 힘입어 상반기에 비해 15만대 이상 늘어난 70만대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올 하반기 PC시장 규모는 전년 동기대비 32% 정도 감소한 것으로 올 상반기에 비해 수요 감소폭이 크게 둔화됐음을 의미하며 이는 곧 국내 PC시장이 바닥을 치고 성장추세로 돌아선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올해 국내 PC시장 규모는 연초 예상치 1백10만대 규모보다 20만대 정도 더 많은 1백30만대 규모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

 PC시장 회복세는 올 하반기 월 평균 PC판매 실적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 7월과 8월에 월 평균 9만대 수준을 유지했던 PC판매량이 10월 들어 10만대를 넘어선 데 이어 지난달에 12만대 수준까지 증가했다. 더욱이 12월 들어 하반기 행망PC 수요의 본격화, 겨울철 성수기 개화, 환율안정에 따른 부품수급 원활, 소비자들의 실수요 증가 등 호재가 이어지면서 15만대를 훨씬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PC시장 규모가 당초 예상수준을 넘어서 다소 커진 것과 아울러 국내 PC 수출물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도 국내 PC업계의 사업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마이크로 프로세서 공급업체인 인텔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올해 국내에 공급된 중앙처리장치(CPU) 전체 물량은 지난해 공급물량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며 『이는 내수시장이 크게 위축됐음에도 불구하고 해외시장 개척이 본격화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PC시장이 회복되고 있는 저변에는 올 상반기부터 시작된 거센 구조조정 과정을 거쳐 주요 PC 제조업체들이 거품을 걷고 물량위주의 판매전략에서 탈피해 원가절감에 따른 비용구조를 조정하면서 안정된 사업기반을 다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삼보컴퓨터·대우통신 등 주요 PC 제조업체들은 30%의 인원감축과 조직슬림화를 단행했으며 멀티캡은 현대전자에서 별도법인 형태로 분리 독립하는 등 각 사별로 구조조정을 마무리짓고 새로운 PC시장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이들 업체는 PC 수요패턴이 저가위주로 전환됨에 따라 인텔 셀러론 PC를 기반으로 저가제품 판매에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으며 동시에 기존 제품과 차별화한 새로운 개념의 PC를 개발해 출시하면서 시장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여기에다 증권·금리 등 경기지표가 밝아지면서 잔뜩 움츠러들었던 소비자들의 구매의욕이 점차 활기를 되찾고 있다. 또 겨울철 성수기가 시작되고 있는데다 각 PC 제조업체들이 원가절감과 환율안정에 힘입어 꾸준하게 PC 가격인하를 단행해 대기수요가 실수요로 전환되고 있다.

 PC 가격은 올해 초 환율변동에 따른 부품가 인상으로 10∼20% 가량 인상된 후 좀처럼 인하추세를 보이지 않았으나 하반기 이후 점차 가격하락 행진이 재개되고 있다.

 인텔 2백㎒ CPU 등 기본사양을 갖춘 펜티엄Ⅱ PC의 경우 올초 2백만원대를 호가했으나 최근 1백만원대로 진입했다. 올해 초까지 국내 PC시장에서 주력제품이었던 MMX PC가 급격히 퇴조하고 펜티엄Ⅱ PC가 급부상하면서 자연스럽게 PC 세대교체가 이루어진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앞으로 PC시장 전망을 밝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은 하반기 행망용 시장의 본격 개화다. 이달초 올 하반기(12월∼ 99년 4월) 행망용PC 공급업체 선정이 마무리됨으로써 이달부터 행망용PC 공급경쟁이 본격화됐다. 특히 이번 하반기 행망용PC 시장은 올 상반기부터 지난해에 비해 30% 가량 가격이 올라 판매마진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주요 수요기관 예산집행이 하반기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정용 시장의 위축분을 크게 만회할 수 있는 분야로 기대된다.

 국내 PC 제조업체들은 PC시장 회복세가 뚜렷해짐에 따라 대대적으로 신제품을 출시하고 다양한 판촉행사를 실시하는 등 그동안 자제해왔던 시장주도권 다툼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들어 구조조정 여파와 국내 PC시장 규모 축소 등 다양한 시장 변동요인으로 신제품 출시시기를 크게 늦추고 판촉행사를 줄이는 등 소극적인 마케팅을 구사해왔으나 최근 PC 수요가 점차 늘어남에 따라 다시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셀러론 PC 6개 기종을 개발해 출시했으며 교육용 PC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제품을 출시하는 등 신제품 공급주기를 크게 단축했으며 이달부터 본격화하는 겨울철 성수기를 적극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판촉전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 이달 25일 서울 시내에 눈이 오면 데스크톱과 노트북 PC를 구매한 고객 전원에게 프린터와 이동전화를 사은품으로 제공하기로 했으며 응모권을 추첨해 3백명의 고객에게 정동진 여행을 보내줄 계획이다.

 삼보컴퓨터는 최근 체인지업PC 후속제품인 체인지업Ⅲ를 비롯해 셀러론 PC, 슬림형 노트북PC 등 대대적인 신제품을 출시하는 동시에 전국 유통망 확충에 착수해 이달 말까지 50여개의 대리점을 추가로 모집하고 있다.

 이 회사는 아울러 이달 12일까지 자사 제품을 최고 35.5% 할인판매를 실시하고 체인지업 PC 구매고객 가운데 5백명을 추첨해 무주리조트에서 열리는 스키캠프에 초대하는 등 다양한 판촉행사를 구사하고 있다.

 LG IBM도 최근 거점대리점 확보에 나서는 등 유통망 재정비와 신제품을 대거 출시했으며 지난달부터 이달 말까지 PC를 최고 35%까지 인하해 공급하기로 하는 등 다양한 판촉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 대기업PC 제조업체에 이어 중견 PC 제조업체들도 시장주도권 경쟁에 적극 가세하고 있다. 현주컴퓨터·주연테크·엑스정보산업 등 중견 PC업체들은 그동안 부도로 무주공산이 되다시피한 조립PC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동시에 저가PC 수요확대에 힘입어 기존 유명업체 PC시장을 잠식해가고 있다.

 내수시장에 이어 최근 국내PC 업계가 주력하고 있는 해외시장 개척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룩했다. 대우통신·삼보컴퓨터·삼성전자 등 주요 PC 제조업체들은 올 초부터 해외지사와 판매법인 설립, 초저가PC 개발과 출시, 해외 관수시장 개척 등 수출 총력체제에 돌입해 지난해에 비해 50% 가량 증가한 4억달러의 수출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대우통신은 올해에 총 24만대(1억4천만달러)를 수출해, 지난해에 비해 4백% 가량 늘어난 수출실적을 달성해 국내 PC 수출 1위를 차지했다.

 올 연말을 기점으로 내년부터 국내PC 시장은 더욱 달아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PC시장의 회복세가 더욱 뚜렷해지면서 각 업체들의 시장주도권 경쟁을 위한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시행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엘렉스컴퓨터·한국컴팩컴퓨터 등 신규 업체들이 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