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98 영상산업 결산 (7);PC게임

 올해 국내 PC게임산업계는 작년 말에 닥친 외환위기와 내수침체의 여파로 대기업 및 중견 제작사들이 사업을 포기 또는 축소함에 따라 그 어느해보다도 어려움을 겪었다.

 현대정보기술과 금강기획이 PC게임사업을 포기했으며 삼성영상사업단은 게임을 포함한 콘텐츠사업부문을 삼성전자에 넘기면서 게임시장에서 철수했다. 또한 (주)쌍용·LG소프트(현 LGLCD)·동서게임채널 등 그동안 외산게임 공급에 주력해왔던 제작사들은 환율폭등에 따른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사업규모를 대폭 줄였다.

 이같은 제작사들의 움직임은 2·4분기 들어 하이콤·에스티엔터테인먼트 등 중견 유통사의 연쇄부도로 이어져 게임시장 전체를 살얼음판 위로 내몰았다. 특히 국내 PC게임 유통물량의 25% 이상을 소화하고 있던 하이콤의 부도는 수십억원대의 피해와 함께 30여개 피해업체를 발생시켜 일거에 유통시장을 경색시켰다.

 이러한 분위기는 3·4분기에도 이어져 개발사나 독자적인 판로를 확보하지 못한 제작 및 라이선싱 전문업체들이 판로가 없어 출시일정을 미루는 일이 다반사였으며 일부 업체는 게임잡지 번들에 최신작을 공급하는 사태까지 연출했다.

 이같은 시황속에서 게임판매는 극소수 대작위주로 「양극화」됐으며 이에 따라 전체적인 시장규모는 작년보다 20% 가량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국내 PC게임시장에서 가장 인기를 끈 제품은 LG소프트가 들여온 미국 블리자드사의 「스타크래프트」로 게임방 특수에 힘입어 출시 6개월여 만에 12만카피를 돌파하는 신기록을 수립했다. 다음으로는 국내 개발사 소프트맥스가 개발한 「창세기외전-서풍의 광시곡」으로, 하이콤의 부도로 인한 공급차질에도 불구하고 8만카피 이상이 팔렸다.

 이밖에 비스코가 들여온 일본 코에이사의 「삼국지 6」, 삼성전자가 출시한 일본 스퀘어사의 「파이널판타지 7」, 동서게임채널이 공급한 미국 EA사의 「피파축구 98」 등이 2만∼6만카피 상당의 판매실적을 기록하며 총체적인 불황속에서도 그나마 대작의 이름값을 했다.

 그러나 나머지 작품들은 대부분 1만카피를 넘지 못할 정도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유통시장의 경색은 개발사나 제작사가 총판시스템의 한계를 벗어나 대안유통을 모색하도록 자극했다.

 정보통신·가전대리점, 비디오숍, 서점 및 팬시점 유통, 24시간 편의점 및 대형 할인점 유통 등 게임판매가 가능한 거의 모든 루트를 대상으로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기 위한 노력이 전개됐다. 이같은 와중에 그동안 동서게임채널과 파트너 관계를 유지해왔던 미국의 EA는 아·태지역에서 8번째로 한국지사를 설립, 직판 공세를 시작했다.

 한편 게임수요 격감, 유통시스템 붕괴 등의 악재보다 게임업계를 궁지에 몰아넣은 것은 불법복제의 기승이었다. 구매력이 줄어든 많은 게이머들은 정품게임을 외면하고 외산게임 복제를 애국적인 행동으로 미화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유관단체들은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해 업계를 실망시켰다.

 국내시장의 열악한 조건으로 궁지에 몰린 개발사들에 98년은 해외시장 개척을 통한 돌파구 모색에 본격적으로 나선 해로 기록할 만하다. 그동안 대만·동남아 등지에 「싸구려」로 수출됐던 국산게임은 전체적인 완성도가 높아진 데 힘입어 미국·일본·유럽시장에 본격적으로 선보였다.

 특히 KRG소프트가 개발한 롤플레잉 게임 「드로이얀」은 미국에 「이카루스」란 이름으로 수출돼 인터넷 게임차트 1백위에 근접하는 등 한국게임의 저력을 과시했다.

 협소한 내수시장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98년은 한편으로 대안유통 모색과 해외시장 개척의 전기가 됐다는 점에서 게임업계가 위안을 삼아야할 것으로 보인다.

<유형오기자 ho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