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삑, 부르르릉. 삑, 부르르릉」 동장군이 찾아오는 겨울철이면 주택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소리다. 특히 인구가 밀집된 아파트단지의 경우 새벽을 가르는 자동차 워밍업 소리 때문에 짜증이 나기까지 한다.
과연 자동차 운행시 공회전 같은 워밍업이 필요한 것인가.
자동차 전문가들은 90년대 이후 출시된 전자식 승용차의 경우 시동을 건 뒤 바로 운행해도 차에 무리가 없다고 밝힌다. 특히 정지 상태의 공회전은 주행 때보다 4배나 많은 배출가스를 내뿜어 득보다 실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가운전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대다수 운전자들은 공회전이 꼭 필요하다고 인식, 출발 전에 몇 분씩 공회전을 시키고 있다. 날씨가 추울 때는 차안을 덥히려는 욕구까지 겹쳐 심하면 10여분 이상 공회전하는 운전자들도 종종 있다.
물론 결전을 앞둔 운동선수에게 워밍업이 필수적이듯이 자동차도 엔진의 윤활작용이나 냉각수의 온도를 높이기 위해 워밍업이 필요할 때도 있다.
그러나 이때도 공회전보다는 차종에 따라 2∼5분간 서행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연료낭비나 환경오염을 가중시키는 「공회전식 워밍업」이 아니라 차를 서서히 몰면서 하는 「서행식 워밍업」이 옳다는 얘기다.
결국 자동차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후손에게 물려줄 아름다운 지구를 파괴시키고 달러를 허공에 날려보내는 것이다.
환경부는 승용차·화물차·버스 등의 불필요한 공회전으로 발생하는 추정손실액이 연간 3천7백35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연료손실이 3천6백24억원이고 배기가스 정화 등에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이 1백11억원이라는 것이다. 잘못된 운전습관으로 인한 손실액이 개개인에게는 얼마되지 않으나 모이면 어마어마하게 늘어난다.
IMF로 고통받는 우리에게는 한푼이 새롭다. 「아나바다」운동을 통해 절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못된 상식을 타파하려는 노력도 그 못지 않게 시급하다.
이제부터라도 모든 운전자들이 피땀흘려 모은 달러를 허공에 날려보내고 대기오염을 가중시키는 엔진 공회전을 중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