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게임방 조치" 신중에 신중을

 「게임방」 인·허가 문제를 둘러싼 정부당국과 해당 업체들간의 갈등이 지속되고, 이의 영향으로 게임방 창업 열기가 시들해지는 기미를 보이면서 유관 산업체들의 「게임방 특수 실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PC와 구내통신망·고속통신회선 등을 갖추고 사용자가 이를 이용해 게임이나 인터넷 검색 등 컴퓨터를 활용한 각종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게임방」은 불과 1년 사이에 전국적으로 1천개가 훨씬 넘을 정도로 급속히 확산되며 우려와 기대를 함께 모아왔다. 특히 올 하반기 들어서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의 여파로 양산된 실직자와 자영업을 모색하던 이들이 은행의 일반대출 재개에 힘입어 게임방 사업에 잇따라 뛰어들면서 폭증세를 보여 「IMF시대의 유망업종」으로 각광받았고, 전자업계는 게임방이 「제2의 노래방」이 돼주기를 적지 않게 기대했었다.

 그러나 문화관광부가 『게임방이 법적 구속을 받지 않는 무풍지대로, 불법복제와 청소년 문제를 유발할 소지가 크다』는 여론에 밀려 지난달 『연말까지 계도기간을 거쳐 내년부터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컴퓨터 게임장」으로 등록해야 한다』는 행정지침을 내리자 게임방 업주 및 유관업체들이 이에 반발, 이익단체를 결성하고 호소문과 대정부 탄원을 비롯한 각종 대응에 나섬으로써 갈등을 빚고 있다.

 게다가 문화부의 「계도」 요청을 받은 지역 공무원과 일부 게임 관련단체 관계자들이 「단속」을 벌이는 사례도 없지 않아 게임방 업주들과 적잖은 마찰을 빚으며 갈등을 증폭시켰다. 문화부도 이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최근 일선 시·군·구청 관계 공무원을 대상으로 게임장 관련 행정지침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을 실시한 데 이어 내용을 보완한 후속 행정지침을 조만간 일선 행정자치단체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가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물론 일부 사업자나 유관업체의 이익을 위해 청소년 문제나 불법복제를 비롯한 사회에 유해한 요소를 눈감아 주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게임방이라는 사업이 이미 폭넓게 뿌리를 내린 상황에서 정부의 뒤늦은 조치로 기존 사업자가 선의의 피해를 입어서는 안되며, PC게임의 등급·저작권문제·영업시간 등 「내용」을 정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외형」만 다듬는 것도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수 있음을 지적하고자 함이다.

 물론 정부의 게임방에 대한 대응이 늦어진 것은 공교롭게도 게임장 관련업무가 보건복지부에서 문화부로 이관되는 시기였던데다 기존의 틀에 꿰맞추기 어려운 「신종 서비스」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저간의 사정이 그렇다손 치더라도 수개월에서 1년 가까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방치해 오던 정부당국이 이제 와서 게임방에 속칭 「오락실」로 통하는 「컴퓨터 게임장」의 잣대를 그대로 적용하려 하는 것은 당사자들에게는 예기치 못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일이자 많은 문제를 파생시킬 소지가 있다고 본다.

 게임방의 산업적 파급효과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게임방의 급증으로 PC제조업체 및 유통업체와 고속통신 전용선 제공업체, 인터넷서비스 사업자 그리고 구내통신망 관련업체와 통신기기업체들, 대형 PC 모니터 및 TV 모니터 업체들이 직접적인 수혜를 입고 있다. 온라인게임 서비스업체들의 급격한 매출증가도 게임방이 아니었더라면 불가능했다.

 컴퓨터용 가구와 인테리어까지 포함시킬 경우 지난 1년간 게임방으로 인한 산업 파급효과는 최소 1천억원대는 넘어설 것이라는 게 일반론이다.

 청소년 탈선과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가능성은 업계의 자정노력과 사회단체 및 유관기관들의 철저한 단속 그리고 사회계도 활동 등을 통해 제어할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들이 사이버세계에 몰입함으로써 빚어지는 부작용 못지 않게 정보화에 일익을 담당하는 순기능 또한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문화부 측은 게임방과 관련한 민감한 사안들을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교육부·행정자치부 등 관련부처와 협의중이라고 한다. 서둘러 처리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