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업계, 신소재로 집적한계 "돌파"

 「미세화를 추진해도 기대했던 만큼의 성능을 실현할 수 없다.」

 0.25㎛급을 경계로 지적되기 시작한 이같은 대규모집적회로(LSI)의 물리적 집적 한계를 타파하기 위해 최근 세계 주요 반도체업체들이 잇따라 신소재 도입에 나서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배선저항을 크게 줄이는 「구리(Gu)배선」 기술로 구리배선은 이미 올해 도입이 시작돼 점차 적용되는 LSI의 용도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또 트랜지스터의 저항을 줄여 저전력 고속칩 생산에 적합하도록 설계된 「실리콘 2중막(SOI:Silicon On Insulator)웨이퍼」도 내년부터 실용기에 들게 된다. 그리고 아직은 생소하지만 기존 고주파 처리용 반도체시장에 일대 변혁을 일으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실리콘게르마늄(SiGe)도 반도체분야 신소재의 하나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일련의 신소재 도입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해 온 업체는 미국의 IBM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세계 주요 반도체업체들도 이미 이들 신소재 도입을 공식 표명하고 있어 구리배선과 SOI 웨이퍼는 정착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특이할 만한 것은 지금까지 어떤 기술이건 공개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던 반도체업체들이 적극적으로 관련 신기술을 공개하기 시작했다는 점으로, 이는 시스템온칩 시대에는 사업추진 과정에서 자신이 어떤 기술을 갖고 있는지를 공개하면서 대외적으로 어필하는 것이 사용자 획득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 채용되기 시작한 구리배선기술은 최근 들어 도입업체가 급증하고 있으며 적용되는 LSI의 용도도 크게 확대되고 있다.

 1년 전인 97년 9월말 미국 IBM이 구리배선기술을 발표한 이래 세계 유수의 반도체업체들이 구리배선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는데 그 성과가 올해 말부터 2000년 후반 사이에 본격적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현재 구리배선 채용을 공식 표명한 업체는 전세계 22개사로 이들 업체는 늦어도 2000년 3·4분기까지 생산체제를 갖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구리배선분야 선두주자는 IBM으로 이 업체는 올 8월 구리배선을 사용한 최초의 마이크로프로세서 「파워PC 750」의 생산을 시작했다.

 내년 1·4분기 중에는 미국 모토롤러가 구리를 이용한 S램을 양산하며 한국의 삼성전자도 2000년 중반 마이크로프로세서 알파에 구리배선을 도입한다.

 SOI 웨이퍼를 이용한 고속 칩 제조기술도 1GD램 이상 고집적 메모리 및 고성능 마이크로프로세서 제조에 대응하는 차세대 반도체 공정기술로 급부상하고 있다.

 SOI 웨이퍼를 사용한 반도체는 일부 선행업체들이 내년부터 생산을 본격화한다.

 SOI 웨이퍼 기술은 반도체를 만드는 재료인 실리콘웨이퍼에 절연막을 입히고 그 위에 다시 실리콘 박막을 만들어 전자 누설을 막고 칩의 집적도를 높이는 기술로 회로선폭 0.25미크론 이하의 초미세 가공에 쓰일 것으로 예상되는 차세대 기술이다.

 특히 SOI 기술은 트랜지스터의 저항을 줄여 저전력 고속 칩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1기가급 이상의 메모리 반도체는 물론 저전력과 저전압 특성이 요구되는 휴대형 정보통신기기용 반도체 소자 생산에 폭넓게 사용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SOI기술 도입을 서두르는 업체들은 크게 고속화를 겨냥한 그룹과 저소비전력화를 노리는 그룹으로 나눠진다.

 고속화를 겨냥해 SOI기술을 도입하는 반도체업체는 IBM과 삼성전자로 이들은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속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이 기술을 도입한다. IBM은 SOI 웨이퍼를 사용한 파워PC의 양산을 내년 1·4분기 중에, 삼성전자는 SOI 웨이퍼와 구리배선기술을 모두 채용한 동작주파수 1.5㎓ 이상급 차세대 알파칩을 내년 3·4분기부터 양산한다.

 저소비전력화를 노려 SOI기술을 채용하는 업체는 오키전기공업, 세이코엡슨 등으로 오키전기공업은 내년 2·4분기부터 휴대폰용 시스템온칩 생산에 SOI 웨이퍼를, 세이코엡슨도 같은 시기에 태엽구동시계용 칩 양산에 이 웨이퍼를 활용한다.

 또 미쓰비시전기, 현대전자 등도 SOI 제조공정 도입을 서두르고 있어 늦어도 2001년 초에는 세계 10여개 반도체업체들이 SOI 웨이퍼 사용을 시작할 전망이며 한국 LG실트론, 일본 신에츠반도체, 미쓰비시머테리얼, 프랑스 소이텍, 미국 IMAT 등 주요 웨이퍼업체들도 올해 이후 SOI 웨이퍼 양산을 시작하거나 양산규모를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워 놓고 있다.

 이 밖에도 고속통신기기용 시스템온칩 실현을 겨냥해 BiCMOS 프로세스에 대응할 수 있는 SiGe 반도체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 역시 IBM이 가장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이 회사는 현재 화학증착장비(CVD)를 사용해 고품질의 SiGe를 에피택셜(Epitaxial) 성장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에피택셜 웨이퍼는 기존 실리콘웨이퍼 위에 또 다른 단결정층을 성장시킨 것으로 표면결함이 적고 불순물의 농도나 종류의 제어가 가능한 특성을 지녀 향후 고부가가치의 비메모리 제품은 물론 차세대 메모리에 채용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는 제품이다.

 통상 1㎓ 이상의 주파수대역 신호를 처리하는 고주파 처리 반도체는 2.5㎓를 기준으로 그 이하에는 BiCMOS 공정을 이용한 실리콘 반도체가, 그 이상의 주파수대역에는 갈륨비소(CaAs) 화합물 반도체가 그 역할을 맡아왔다.

 그러나 SiGe 반도체는 고주파 처리가 가능하면서도 갈륨비소 반도체의 약점인 비싼 가격과 높은 소비전력을 극복한 기술로, 특히 갈륨비소 반도체와 거의 비슷한 고주파 대역 신호처리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디지털회로와 아날로그회로를 하나에 집적할 수 있어 향후 시스템온칩을 구현하는 데 있어 더욱 유리하다고 IBM측은 주장하고 있다.

 IBM은 올해는 저잡음 증폭기(LNA), 전압제어 오실레이터(VCO), 전력증폭기, 트랜지스터 등 단일기능을 갖춘 7종의 제품만 선보였지만 오는 2001년까지 이동통신단말기에 쓸 수 있는 원칩솔루션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