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포커스> LG전자 정병철 사장

 연말을 앞두고 빅딜 등 구조조정으로 그 어느 때보다 어수선한 요즘 LG전자의 경우 다른 기업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그룹의 사장단 인사에서 2명의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한 데다 최근 단행된 인사에서는 무려 32명의 임원이 승진하거나 신규임원으로 선임되는 등 경사가 겹쳤기 때문이다.

 정병철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이같은 LG전자의 경사가 험난했던 한 해를 슬기롭게 극복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데 따른 보상차원이 아니겠느냐고 설명한다.

 이번 LG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LG전자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발탁돼 주목을 받고 있는 정 사장은 그룹내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재무통. IMF 이후 비상경영체제 속에서 현금유동성을 높이고 부채비율을 축소하는 등 재무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LG전자의 토대를 탄탄히 다진 일등공신인 셈이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LG전자의 부채비율은 4백62%입니다. 그동안 이를 감축하기 위해 매각 및 분사 등을 추진해왔습니다. 또 최근에는 자산재평가와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추가적인 사업구조조정을 추진한다면 내년 말까지 부채비율을 2백% 미만으로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올들어 LG전자는 통신과 모터, 펌프사업부문의 매각 및 총무분야의 분사에 이어 물류, 서비스, 금형 및 주물분야에 대한 분사를 추진하고 있으며 7건의 사업철수와 3건의 매각 등 성과를 거뒀다. 또 인원도 사업부문의 매각에 따른 감소와 희망퇴직의 실시, 분사 등으로 올 연말까지 전년대비 15% 정도 감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내년 역시 재무성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한 정 사장은 『우리집 쓰레기는 남의 집에서도 마찬가지』라며 당장 수익성이 있는 사업이라도 핵심사업이 아니라면 과감하게 정리할 것임을 밝혀 앞으로도 구조조정작업이 강도높게 진행될 것임을 시사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대우전자와 삼성자동차간 빅딜에 대해 정 사장은 『종합가전전문업체를 지향하고 있는 LG전자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지만 빅딜이 성사되더라도 당분간 통합으로 인한 시너지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면서도 『내수시장에서만큼은 상대적으로 유통망 수에서 LG전자가 열세에 놓여 다소 타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같은 과도기적인 혼란상황에서 LG의 브랜드이미지 및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지역단위의 판촉활동을 적극 추진하고 다양한 캠페인과 밀착된 판촉활동을 적극 전개할 경우 오히려 LG전자의 입지를 강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정 사장은 『이미 LG전자가 국내시장만이 아닌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영업활동을 전개하는 글로벌 플레이어인 만큼 글로벌플레이어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조직의 역량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주요 과제』라고 강조한다.

 자신을 끝까지 관리총괄 담당 사장이라고 밝힌 정 사장은 『이번에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고 해서 과거와 특별히 달라지는 것은 없다』며 『경영환경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각 사업본부 중심으로 경영의 자율성을 높여나가고 이를 바탕으로 높은 수익성을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힘줘 말한다.

<양승욱기자 sw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