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반도체에 대한 채권 은행단의 제재조치가 예상보다 강도 높게 결정되면서 이를 둘러싼 파국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 ADL에 대한 법적 소송을 공식화하면서 공세를 취했던 LG측이 하루 만에 수세적인 입장으로 바뀐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전경련과 관련 당사자들이 막판 중재와 협상을 시도하면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으나 LG측의 반발이 워낙 거세 극적 타협을 이룰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8일 오후에 열린 채권은행단의 LG반도체에 대한 금융 제재조치는 예상 수위를 훨씬 뛰어넘는 고강도 대응이라는 의견에 이의가 없다.
정부의 반도체 빅딜에 대한 강경 의지가 거의 전적으로 수용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1차적인 조치로 신규여신 중단만을 취하기로 한 것은 향후 파국을 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완충장치를 남겨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이처럼 LG측 반발에 강경대응 방침을 취한 것은 기본적으로 새 정부 출범 이후 역점사업으로 추진해온 기업 구조조정 작업의 기본 정신이 희석될 것을 우려한 때문으로 관측된다.
구조조정의 핵심분야인 반도체 부문 빅딜이 기업 반발로 무산될 경우 전반적인 기업 구조조정 작업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판단, 이른바 「시범 케이스」로 다루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라는 추측이다.
하지만 LG측의 입장도 현재까지 전혀 물러설 기미가 없다. 채권단협의회에 현대전자 김영환 사장, ADL 관계자 등과 함께 참고인으로 참석한 구본준 사장이 ADL 평가의 부당성과 ADL에 대한 법적 대응방침을 설명한 뒤 바로 자리를 뜬 것은 전반적인 빅딜 추진 과정상의 문제점을 간접적으로 시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렇다고 타결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우선 전경련 측은 이날 채권단 회의 결과에 따라 29일 현대와 LG, 정부, 금융권을 상대로 재차 중재에 나서기로 하는 등 파국 모면을 위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결과가 어떤 식으로 나타나든지 이번 반도체 빅딜은 어느 누구도 승리자가 되지 못하는 「상처뿐인 빅딜」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대 역점사업으로 기업 구조조정 작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반도체 빅딜 성사를 줄기차게 외쳐온 정부는 예기치 못한 LG의 반발로 공권력 권위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고 LG그룹은 금융제재라는 불명예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컨설팅 업계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는 ADL사 역시 컨설팅 업체의 생명이나 다름없는 공정성과 신뢰성을 대상으로 법적 소송을 벌이게 돼 앞으로 비즈니스 수행에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하다. 상황이 이 정도까지 진행됐으면 반도체 빅딜은 더 이상 「윈(Win)-윈 게임」이 아닌 「루즈(Lose)-루즈 게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쨌거나 반도체 빅딜에 대한 공은 LG가 ADL에 대한 법적 대응을 발표한 지 단 하루 만에 LG측으로 넘어갔다.
<최승철기자 sc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