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설계> 강창희 과학기술부 장관

 지난 한해 혹독한 IMF 관리체제의 시련을 겪은 정부와 기업들이 새해를 맞아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정부는 정부대로 경영진단을 통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할 계획이고 기업은 나름대로 경쟁력 향상을 위해 새해 벽두부터 자체적인 구조조정과 함께 대규모 사업교환(빅딜)을 추진하는 등 기반 다지기에 여념이 없다. 위기상황 탈출을 눈앞에 두고 있는 우리 경제가 또다시 도약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을 것인가는 올 한해를 어떻게 계획하고 실천에 옮기느냐에 달려 있다. 그만큼 올 한해는 정부나 기업 모두에 중요한 해가 될 것이 틀림없다. 정부 정책을 총괄하는 주요 부처의 수장들과 탈IMF의 선봉에 선 국내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을 만나 새해 포부와 각오를 들어본다.

<편집자>

대담:윤원창 경제과학부장

 강창희 과학기술부 장관은 과학기술은 모르는 정치인이면서도 『과학기술 투자는 어린아이를 위해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 아버지의 심정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과학기술을 끔찍이 사랑하는 사람이다.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를 설치한 주역도 바로 강 장관이다. 그는 『국과위 설치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국가의 연구개발정책을 이제야 손발 맞춰 효율적으로 추진해 제대로 굴러갈 수 있게 됐다』며 그동안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또 『국과위가 연구개발 예산을 선심의하고 연구결과를 평가하는 무기를 갖게 된 만큼 이제부터는 얼마나 투자하느냐의 문제만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과학기술을 총괄하고 있는 강창희 과학기술부 장관을 윤원창 경제과학부장이 만나 올해 정부의 과학기술정책을 들어봤다.

 -과학기술계는 강 장관 취임 이후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설치 등 달라진 과학기술 행정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1년간 과기행정을 지휘하면서 느낀 감회가 남다를 텐데요.

 ▲먼저 기묘년 새해를 맞아 전자신문 독자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기쁨과 행복이 늘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아울러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해주시는 과학기술인 여러분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난 98년은 「IMF 관리체제」라는 경제적 위기상황 속에서 과학기술분야도 예외없이 어려움이 많았던 한해였다고 생각합니다. 국가 전체적으로 연구개발활동이 위축되고 특히 민간부문의 구조조정으로 연구개발 투자가 크게 줄어드는 등 연구개발 기반마저 위협받는 상황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지난해에는 대통령이 위원장이 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설치하고 국과위 운영을 통해 강력한 과학기술 진흥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국과위를 설치해 예산 선심의권과 연구결과 평가라는 장치를 마련한 만큼 이제 적극적인 투자만이 남아 있다고 보면 됩니다. 물론 과학기술정책을 총괄하는 처에서 부로 승격한 것과 출연연의 구조조정은 우리나라 과학기술정책에 새로운 의미를 가져다 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 과기부의 중점시책은 무엇입니까.

 ▲우선 과학기술 환경변화에 따른 새로운 과학기술 혁신전략 마련에 정책의 최우선순위를 두겠습니다. 국과위 설치와 출연연 관리체계 변경에 따른 국가과학기술혁신시스템의 재편과 IMF 경제위기의 조기극복 및 21세기 지식기반사회 도래에 따른 새로운 대응전략을 마련하겠습니다. 우선 올해부터 본격 가동되는 국과위를 통해 중장기 과학기술발전 비전과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고, 투자의 효율성을 제고해 나가도록 할 것입니다. 또 21세기에 대비한 중장기 연구개발과제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고부가가치 신기술을 집중 개발해 산업화를 촉진하고 인력양성, 기초과학 투자확대, 과학기술 하부구조 확충 및 산·학·연 연계강화에 중점을 두고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취임 초부터 신명나는 연구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출연연을 비롯, 각 연구주체들이 구조조정이다 뭐다 해서 그야말로 뒤숭숭한 가운데 시간만 보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신명나는 연구분위기 조성을 위해 특별한 묘안은 있는지요.

 ▲신명나는 연구 분위기란 물질적인 것보다도 연구원이 자긍심을 갖고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게 하는 환경일 겁니다. 지난해 구조조정이다 해서 조금은 혼란스러웠지만 올해는 안정적으로 연구에 몰두할 수 있을 겁니다. 연구원 사기진작을 위해 훈·포장제도를 신설하고 우수과학자들에 대해 대통령이 축전을 보내 격려하도록 건의해 올해부터 실시합니다.

 -일부 출연연의 총리실 이관으로 일부에서는 정부 주도의 연구개발정책에 혼선을 우려합니다만.

 ▲현재 정부 출연연이 수행하고 있는 연구개발사업 중 총리실로 이관되는 부분은 정부출연금으로 지급되는 기관고유사업이고, 특정연구개발사업 등 각 부처 사업은 종전 그대로 각 부처를 통해 지원하는 만큼 정부 연구개발 정책의 혼선은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예를 들면 올해의 경우 총리실로 이관되는 출연연 기관고유사업비는 1천3백78억원이고 과기부 연구개발사업비는 총 5천4백77억원입니다. 출연연 기관고유사업도 각 부처가 총리실에 의견을 제출하거나 연구회 당연직 이사로 이사회에 참여, 사업계획 등을 검토할 수 있어 특별한 문제는 없을 겁니다.

 -그래도 연구개발사업이 경쟁방식으로 전환돼 과기부 연구사업비가 출연연에 그대로 간다는 보장이 없지 않습니까.

 ▲출연연 입장에서 보면 걱정일 수도 있겠지만 정부 연구개발사업에 경쟁방식이 도입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앞으로 정부 연구비는 출연연 중심에서 산·학·연 각 연구주체의 경쟁공모를 통해 우수연구집단에 지원되도록 할 작정입니다. 능력있는 연구주체가 연구과제를 수주하는 것은 상식 아닙니까.

 -과기부에 남아 있게 된 직할 출연연구기관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일부에서는 과기부가 집중 지원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리던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부에 남게 될 출연연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8개 기관인데 더 혹독했으면 했지 산하 연구소라 해서 특별대우는 하지 않을 작정입니다. 능력과 성과에 따른 연구중심 경영체제를 확립해 능력있고 성과있는 연구원이 우대를 받도록 할 것입니다.

 -국내 연구개발 성과에 대한 평가제도가 너무 느슨하고 무원칙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동감입니다. 그러나 온정주의가 문제이지 평가제도는 아주 잘 되어 있습니다. 국가 장래를 위해 과학기술분야만큼은 엄격히 연구결과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평가위원과 평가종합의견을 공개해 평가위원들이 책임감을 느끼게 하고 연구진행 과정에 대한 인터넷 공개, 공개발표회 개최 등으로 연구자 스스로의 연구노력을 유인하는 방향으로 평가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르면 이달 중순께 출범할 과학기술평가원을 통해 공정하고 합리적인 평가제도를 정립해 나가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평가원은 연구개발 과제에 대한 사전평가와 사후평가를 전담하는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IMF 관리체제 이후 민간연구부문의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대학의 수탁연구과제가 줄어들고 있는데 어떤 대책이 있는지요.

 ▲어려운 경제여건으로 지난해 민간부문의 연구개발투자는 7조7천억원으로 97년에 비해 1조원 이상 줄고 연구조직도 축소되는 등 민간기업의 연구개발활동이 크게 위축된 것은 사실입니다. 과기부는 이에 대비해 올해 예산편성 과정에서 정부 전체 과학기술예산을 크게 늘리지는 못했지만 순수 연구개발예산만큼은 지난해 대비 14.6% 증액시켰습니다. 지난해 12월 이미 기업·대학·출연연을 대상으로 한시적인 「연구개발 공동화 대응 연구사업」에 착수한 바 있습니다. 기업수탁 중단 연구과제 지원과 민간연구기반유지사업 등이 있는데 모두 1백10억원 규모의 연구비가 투입됩니다. 여기에 기업들이 경제난으로 기초핵심기술 투자를 주저하고 있는 만큼 대학 등의 기초과학연구에 1천4백58억원을 투입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12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밝힌 21세기 프런티어 연구사업과 국가지정연구실 제도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입니까.

 ▲21세기 뉴프런티어 연구사업은 세계시장에서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미래선도 신산업군을 창출하기 위한 선도기술개발사업(G7)의 후속사업 성격입니다. 2000년부터 2009년까지 10년 동안 범부처적인 연구개발사업으로 정부의 야심작으로 추진됩니다. 조만간 산업계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전문가 기획단을 구성하고 연구분야 및 투자계획 등을 도출, 올 상반기 중 국과위에서 연구사업분야를 확정할 예정입니다. 또 국가지정연구실(National Research Lab)사업은 국가가 육성해야 할 중요 핵심기술을 담당하는 산·학·연 우수연구집단을 발굴해 안정적으로 연구비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공정경쟁과 균형육성의 원칙 아래 올해 중 1차로 1백개의 국가지정연구실이 지정됩니다.

 -벤처기업 육성에 남다른 신경을 쓰는 것 같은데 과기부의 벤처기업 정책은 어떤 게 있습니까.

 ▲과기부는 벤처기업의 새로운 개발모델을 만들어 나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정부부처마다 벤처기업 육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벤처기업의 육성·지원에 대한 시범모델을 만드는 것은 과기부의 몫이라고 봅니다. 과기부는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가진 우수한 연구원과 인력양성기관, 벤처기업 전문 금융지원기관, 신기술의 보고인 대덕연구단지 등 네박자를 갖추고 있습니다. 

 -정부 경영진단 결과에 따라 2차 정부조직개편이 있을 거라는 얘기가 있고 일부에서는 교육부와 통합한 미래부 신설 주장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과기부 장관으로서 어떤 입장이십니까.

 ▲미래부와의 통합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국가 장래를 위해서는 과기부의 존폐 논의는 자제돼야 합니다. 21세기는 과학기술의 시대이고 국가 연구개발을 총괄할 과기부의 역할은 갈수록 중요할 것입니다.

<정리=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