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전자산업 핫이슈> 가전.. 빅딜 "교통정리" 관심 집중

 올해 가전산업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빅딜이다. 빅딜이 당초 정부의 시나리오대로 성사될 경우 국내 가전산업의 구도가 근본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전 3사체제가 2사체제로 전환되면 일단 국내외 시장이 삼성전자 주도의 과점체제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빅딜 성사과정에서 발생하는 조직 및 인원, 브랜드 작업, 유통망 정비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어 빅딜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빅딜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앞으로 빅딜 성사여부와 그 결과에 따라 국내 가전업계의 명암이 크게 엇갈릴 것만은 분명하다.

 그동안 국내 가전산업의 보호막 역할을 해온 수입선다변화제도의 전면폐지도 올해 국내 가전업계의 가장 큰 사건으로 꼽을 수 있다.

 지난해 6월 말에 25인치 미만의 컬러TV와 팩시밀리, 가청주파증폭기 등 3개 품목이 해제된 데 이어 지난 연말에는 캠코더기기, 플로피디스크드라이버(FDD), 보통용지 복사기 등이 풀려 일본산 제품의 국내 유입이 자유로워졌다.

 그러나 올해 6월에는 전기밥솥을 비롯해 25인치 이상 컬러TV, VCR, 휴대형 무선전화기 등 전제품이 수입선다변화제도에서 풀리면서 품질경쟁력을 앞세운 일본산 제품들이 대거 유입돼 국내 산업기반을 크게 위협하는 원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기반이 상실되면서 국내 가전업체들의 매출감소는 물론 치열한 가격경쟁으로 채산성이 악화되면서 가전사업에서 손을 떼는 기업들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일본산 제품과 경쟁하기 위해 국내 업체들의 신제품 투자가 크게 확대돼 가전산업의 허약한 체질을 강화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마케팅과 애프터서비스의 개선 등으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보다 많은 이익을 가져다 주는 계기로도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수입선다변화제도의 완전폐지로 일본산 제품의 국내 유입이 자유로워진 만큼 국내 가전업계가 해외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의 국내 반입도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 가전제품을 생산·수입할 경우 그동안은 외국산 제품으로 인정됐지만 올해부터는 수입관세를 면제받게 돼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생산한 제품은 8%의 수입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이같은 조치는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생산한 제품에 대해 관세면제 폭만큼 가격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것을 의미해 앞으로 국내 수입이 크게 늘고 있는 중국·싱가포르 등 동남아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들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또한 저가제품의 해외생산, 고가제품의 국내생산이라는 가전제품의 생산전략 이원화를 가속화시키는 것은 물론 제3국 생산업자에게 생산을 위탁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기회를 제공해 줄 것으로 예상된다.

 특소세 환원여부도 국내 가전업계에는 큰 관심사 중의 하나다. 당초 특소세 인하조치가 한시적이었던 만큼 올해 이를 환원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지만 내수경기가 워낙 침체될 것으로 예상해 부가가치세의 인하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소세율의 환원조치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특소세가 종전대로 환원될 경우 가전제품의 가격상승으로 이어져 불황에 허덕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전시장을 더욱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 8월부터 가전제품 수입상들은 수입가격을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 또 국산품은 판매가격을 소매업자가 직접 표시하며 그동안 의무적으로 시행해온 공장도가격이나 권장소비자가격의 표시는 폐지된다.

 이같은 오픈 프라이스(Open Price)제도의 도입으로 생산자는 단일공장도가격의 표시면제로 제조원가의 부과를 차별화할 수 있게 돼 판매력이 우수한 소매업자들에 대한 탄력적인 가격전략이 가능케 됐다.

 그렇지만 이 제도는 저가제품은 가격하락을, 고가제품은 가격인상을 통한 유통마진의 극대화라는 양면성을 갖고 있으며 제품 판매가격의 산정에 판매업자들의 역할이 증대돼 제조업체들의 이익이 축소될 수 있어 이들의 채산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가전산업은 이같은 제도의 변화와 함께 지난해와 같은 대대적인 구조조정 및 생산성 향상, 미국 등 선진국들의 시장개방 압력 등의 경영현안이 산재해 있어 이에 대응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지난해보다 더 힘든 한 해를 보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승욱기자 sw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