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전자산업 핫이슈> 유통.. 소비자 권리장전 강화

 올해 전자 유통시장 흐름을 좌우할 요인은 적지 않다. 이 가운데 전자유통시장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요인은 가격과 관계된 정부의 정책이다.

 정부는 소비자보호정책의 일환으로 가격정보 요구권과 권장소비자가격 표시금지 시행을 서두르고 있다. 가격정보 요구권은 시중 유통채널별 가격이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 소비자 단체가 요구할 경우 해당업체가 이를 제시하도록 하는 의무를 말한다. 지난해 5월 공청회를 거쳐 본 법안이 확정된 이 권리는 조만간 시행될 전망이다. 가격정보 요구권이 발효되면 각종 소비자단체들이 기업별·유통별 제품가격을 조사·분석해 신문이나 잡지에 공개할 것이 확실하다. 이렇게 되면 가격조건이 불리한 유통채널은 도태할 수밖에 없게 돼 관련업체들은 유통채널을 보호하기 위해 가격격차 축소 등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결국 양판점이나 창고형 할인점, 일반 대리점, 백화점 등이 차별화된 가격을 구사하기 어렵게 만든다.

 권장소비자가격 표시를 없애는 것은 오픈 프라이스 제도 시행을 의미한다. 그동안 모든 전자제품에는 공장도가격과 권장소비자가격을 표시하게 돼 있었다. 따라서 유통가격은 이들 가격을 기준으로 형성돼왔는데 지난해 공장도가격 표시제가 없어지면서 현재 권장소비자가격이 유통가격 기준이 되고 있다.

 권장소비자가격 표시를 없애는 작업은 올 상반기 정부가 추진해 하반기부터는 본격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가격이 싸고 비쌈을 가늠하는 기준이 없어지고 유통점에 따라 각기 다른 유통가격을 책정할 수밖에 없다. 이는 유통점의 경쟁력에 따라 생존여부가 결정되고 더 나아가서는 유통업계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오픈 프라이스제가 시행되면 소비자들에게도 정보력을 요구하게 된다. 같은 제품을 조금이라도 싸게 구입하기 위해서는 유통점별 가격정보에 밝아야 하기 때문이다. 권장소비자가격 표시금지는 가격정보 요구권과 맞물려 전자 유통시장에서 전반적인 가격체계 개선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 유통부문에서 올해 최대 이슈는 빅딜로 인한 삼성전자의 대우전자 흡수통합이다. 대우전자와 관계사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예정된 순서대로 현재 진행중인 두 회사의 통합은 가전 유통부문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대우전자 인수가 가시화하면 대우전자의 일선 유통망 조정작업이 불가피하고 경쟁사인 LG전자의 유통망 강화책도 이에 대응해 다양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두 회사 통합은 또 전반적인 시장 규모를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해 불황을 겪고 있는 가전 유통업계에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킬지도 모른다.

 가전 유통부문에서는 오는 7월부터 완전 해제되는 수입선다변화제도가 또 다른 걱정거리다. 이때부터 25인치 이상 컬러 TV와 VCR, 캠코더 등 그동안 수입이 제한됐던 일산 제품 수입이 전면 허용된다. 수입선다변화제도 해제가 문제가 되는 것은 국산제품의 경쟁력이 완전하게 확보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도 있지만 이를 기점으로 일본 가전 업체를 비롯한 전자 유통업계의 국내진출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가전 유통업계의 경우 일본 대형 양판점의 국내 진출이 실현되면 창고형 할인점 공세로 흐트러지고 있는 기존 대리점 중심의 가전 유통체계 와해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우려된다.

 올해 국내 컴퓨터 유통시장에서 가장 눈여겨볼 만한 것은 대우그룹에서 떨어져나오는 대우통신과 세진컴퓨터랜드의 향배다. 대우통신의 그룹 분리는 대그룹간 빅딜과 구조조정으로 이미 기정 사실화된 사항으로 대우그룹의 그늘에서 벗어난 대우통신이 과연 세진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해 나갈지 주목할 만하다.

 세진컴퓨터랜드는 국내 최대 컴퓨터 양판점이라는 측면에서 대우통신과의 관계에 변화가 생길 경우 일반 유통업체는 물론 제조업체와 주변기기 업체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컴퓨터 유통부문에서 또하나 눈여겨볼 만한 사항은 올해 「특수」현상을 일으켰던 게임방 업소들의 PC와 모니터 등 주변기기가 어느 시점에서 다시 중고물량으로 쏟아져나올 것인가 하는 점이다. 최근 게임방시장은 잇따른 신규 업체의 등장으로 과포화 상태에 있어 이들 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물량이 여름철 비수기를 맞아 대거 중고시장에 쏟아져 나올 경우 신제품 시장은 물론 중고 PC 시장에도 상당한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통신 유통업계는 사업자들의 빅딜과 관련해 대리점간 인수·합병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대리점이 폐업할 경우 가입자에 대한 관리 및 수수료는 본사로 귀속됐으나 사업자의 빅딜이 가시화하면 대리점간 통합에 따른 기준마련이 불가피하다.

 사업자들의 단말기 출시도 올해 핫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그동안 단말기는 제조업체가 도맡아 공급해왔으나 사업자가 직접 유통에 나섬에 따라 시장구조가 제조업체 주도에서 사업자 주도형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에 수입선다변화 품목에서 해제될 것으로 보이는 일본산 이동통신 단말기도 업계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다. 일부 업체가 조기해제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7월 이전에 해제될 가능성도 있다.

 소프트웨어 유통시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소프트웨어(SW) 불법복제 행위에 대한 단속이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IMF 고사위기에 놓여 있는 국내 SW 업계를 살리기 위한 방책으로 정부가 불법복제 단속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SW를 불법복제해 사용하거나 유통하다 적발될 경우 부과되는 벌금을 현행 3천만원에서 5천만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한다는 것이 기본방침이다. 따라서 국내 SW 불법복제율은 크게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박주용기자 jy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