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좌담> 포스트 IMF 전자.정보통신신업

 전자신문사는 신년을 앞두고 「포스트(Post) IMF 전자·정보통신산업의 진단과 처방」이란 주제로 산·학·연 관계 전문가 초청 신춘 좌담회를 구랍 22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2시간 동안 본사 회의실에서 가졌다. 이날 좌담회에서는 IMF사태 이후 전자·정보통신산업의 현황과 문제점에 대한 진단을 비롯해 전자·정보통신산업이 앞으로 21세기 우리 경제의 견인차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다양한 발전방안과 경쟁력 강화방안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있었다. 특히 최근 재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부상해 있는 반도체 통합문제와 대기업간 사업 맞교환(빅딜)이 미래산업인 전자·정보통신산업에도 적용되는 게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깊이 있는 의견교환이 이뤄졌다. 이날 있었던 토론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편집자>

△사회:박기홍 산업연구원 디지털경제센터장

△토론자

·박재인 한국전자산업진흥회 상무

·박재천 데이콤 전무

·최양희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컴퓨터공학과 교수

·최진호 삼성전자 정보가전부문 총괄 전무

<이상 가나다 순>

 -사회=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우선 IMF사태 이후 전자·정보통신산업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으며, 어느 정도 어려움을 겪고 있느냐에 대한 진단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일부에서는 거시경제 측면에서 IMF 상태를 벗어나 경기가 다소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있습니다. 전자·정보통신산업의 현황은 어떻습니까.

 △박 상무=IMF 관리체제의 실질적인 원년인 지난해 전자산업은 수출이 7.6% 감소하고 내수도 25%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생산금액이 다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데 이는 환율상승에 따른 반대급부 현상이고 수요 측면에서는 내수와 수출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면키 어려울 전망입니다. 이것이 겉으로 드러난 IMF 이후 전자산업의 현주소라 할 수 있습니다.

 -사회=그럼 실제 업계에서 느끼는 IMF 체감 정도는 어떤가요.

 △최 전무=IMF체제 이후 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수출 측면에선 달러베이스로 하는 만큼 상반기에는 고환율 덕택에 도움을 많아 받았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환율이 안정을 찾으면서 수출채산성을 맞추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요. 특히 동남아 국가의 외환위기로 환율이 치솟아 가격경쟁력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으나 우리는 상대적으로 환율이 빠르게 안정돼 더욱 불리한 상황입니다. 내수부문은 더욱 어렵습니다. IMF 이전에 비해 수요가 30∼40%나 줄었습니다. 내수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아마 타격이 심각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회=그래도 정보통신부문은 좀 다를 것 같은데요.

 △박 전무=정보통신업계는 IMF 이후 명암이 확실히 엇갈리고 있습니다. 무선·데이터통신쪽은 IMF가 무색할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반면 유선이나 이동전화는 모두 어렵습니다. 이는 IMF라는 외풍 탓도 있지만 정보통신산업에 내재된 구조변화의 일단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기존 전화는 대체재가 많은 반면 무선쪽은 가격하락과 함께 본격적인 대중화시대를 열고 있기 때문이지요. 즉 통신산업 패러다임의 변화에 IMF가 더해진 셈입니다.

 -사회=예상대로 전자·정보통신분야도 IMF의 영향을 상당히 받고 있고 내부적으로는 변화가 심하군요. 그렇다면 과연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가 궁금합니다. 이는 또 포스트 IMF의 방향 정립을 위해서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번엔 학계쪽 얘기를 좀 듣지요.

 △최 교수=교육과 연구·개발로 나누어 설명하겠습니다. 교육적인 측면에서 IMF 영향은 한마디로 매우 부정적이라는 것입니다. 한 예로 대졸 취업난이 극에 달해 인력양성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서울대의 경우 이공계 학생 중 학사 40%, 석·박사 중 15%는 취업을 못할 것으로 보여 교육의 파행이 불가피할 것입니다. 연구개발(R&D) 측면에서도 기업체 못지 않게 대학의 연구개발부문이 큰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일부에선 R&D의 공동화마저 우려하는 상황입니다. 이러다간 중장기 기술개발이나 기초과학분야의 타격이 커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사회=중요한 지적을 해주셨습니다. 그렇다면 학계의 시각에서 볼 때 현재 전자·정보통신업계가 구조적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최 교수=어떤 면에서 IMF는 우리나라가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터넷, 방송과 통신의 융합, 콘텐츠산업 등 정상화시대라면 다소 어려웠을 것도 IMF시대라 오히려 강력히 추진할 명분이 부여된 셈이지요. 따라서 IMF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디지털시대로 가기 위한 역량을 집중하고 전문화를 이루어내야 합니다.

 -사회=물론 기회랄 수 있지만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수익성을 생각하지 않고 신사업에 주력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그럼 얘기를 바꾸어 최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전자·정보통신분야 빅딜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기로 하지요. 일각에선 전자·정보통신분야가 미래산업으로서 전망이 밝아 빅딜을 어렵게 한다는 얘기도 많은 것 같은데요.

 △박 상무=IMF 이후 전자업계는 생존을 위해 기업 분사·아웃소싱 등 내부적으로 구조조정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과열경쟁 투자업종을 빅딜의 우선대상으로 삼았는데 전자부문은 여타 업종과는 상황이 다릅니다. D램 반도체만 하더라도 과잉투자라기보다는 우리나라가 국제경쟁력을 갖춘 몇 안되는 품목입니다. 즉 구조조정의 목적이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란 측면에서 본다면 오히려 반도체는 현재 경쟁력이 매우 높습니다. 시장 또한 큰 폭으로 성장할 것이고 대표적인 수출주도형 아이템입니다. 다만 자본집약산업으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따른다면 문제는 다르겠지요.

 -사회=어쨌든 빅딜에 대한 반대의견이 많은 게 사실이지만 재벌들의 핵심업종 중심의 업종전문화에는 이견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 점에서 기업의 전문화와 이를 위한 기업 스스로의 구조조정 노력 및 정부의 개입이 어느 정도 필요할텐데요.

 △최 전무=이제 모든 기업이 양적 성장을 지양하고 질적 성장 위주로 구조를 바꾸어야 합니다. 저희 삼성은 그래서 「사업의 선택과 집중」이란 모토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사업을 선별하거나 한계사업을 중소기업에 이관 및 철수하고, 반도체·정보통신 등 미래산업에 대한 투자를 집중하는 것이지요. 올드제품도 나름대로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내부적으로 구조조정을 적극 추진중입니다.

 △박 전무=구조조정은 보는 시각과 처한 환경에 따라 결과가 다를 것입니다. 통신서비스분야는 시장이 워낙 빠르게 변하고 있어 변화의 물결을 따라가는 것마저 벅찰 정도입니다. 특히 내재된 패러다임의 변화로 무선호출의 경우 매출이 15% 이상 감소,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거나 근본적인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도태하게 돼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의 개입 없이도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실시, 멀지 않아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봅니다. 앞으로 개방과 경쟁시대가 가속화된다고 볼 때 지금의 IMF는 약이 될 수 있습니다.

 -사회=IMF를 극복하려면 전자·정보통신산업이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지, 이를 위한 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눠보도록 하죠. 산업영역이 역동적으로 진화할수록 전자·정보통신산업의 중요성이 높아질텐데 최 교수님의 견해로는 전자·정보통신산업이 어떻게 어느 정도까지 진전돼갈 것인지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최 교수=인터넷의 시계로는 인터넷 3개월이 실제 시간으로 1년에 해당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직 산업으로서의 정보통신부문은 미미합니다. 그러나 새로운 산업을 일으킬 수 있는 저변이나 인프라스트럭처로 정보통신산업이 가지는 가치는 엄청납니다. 기술적으로도 정보통신의 영향으로 기존 음성전화 위주의 통신은 사라지고 인터넷과 융합된 새로운 멀티미디어 통신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이미 미국의 경우 전화선의 통신이용 중 50%가 데이터 통신입니다. 일본도 20% 이상이 데이터통신입니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14%에 불과하며 그것마저 인터넷보다는 PC통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아직 초보단계입니다. 정부 당국자들은 이러한 추세를 이해해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고 새로운 프로그램과 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불행하게도 우리의 경우는 아직 정보통신 정책프로그램이 단편적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박 상무=우리나라 전자산업 발전은 60년대 흑백TV, 80년대 컬러TV방송 실시에 맞춰 분수령을 이루었습니다. 이제 기술적으로 디지털로 가는 것은 당연합니다. 특히 디지털화가 이루어지면 기존 상품과의 융합과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제품이 출현할 것입니다. 이런 변화의 모티브 중심에 디지털TV방송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중요해도 기업들이 투자를 해서 만들어 팔려면 시장이 보여야 합니다. 비전도 없이 무작정 R&D만 해선 곤란합니다.

 △최 전무=전적으로 동감합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정부 차원의 확실한 정책방향과 집행이 기술개발과 사업화에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최 교수=제 생각엔 디지털TV와 iTV(인터액티브TV)를 구별해서 봐야 합니다. 현재 정부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한국판 정보고속도로인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사업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훌륭한 인프라가 될 것으로 봅니다. 이 초고속망의 가장 확실한 애플리케이션이 iTV입니다. 디지털TV와는 플랫폼이 다른 셈이지요. 단순한 디지털TV로는 세계기술을 리드할 수 없습니다.

 △박 전무=초고속망은 전자·정보통신산업의 「수단(Vehicle)」으로 반드시 필요합니다. 중요한 것은 애플리케이션을 어떻게 빨리 개발해 시장을 형성하느냐는 점입니다. 정부도 노력하고 있지만 우리가 많은 콘텐츠들을 디지털화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야 수요가 창출됩니다. 이를 위해 정부·민간 할 것 없이 총체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사회=이제 포스트 IMF에서의 전자·정보통신산업 발전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앞으로 어떤 것들이 추진돼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해 보기로 하죠. 앞에서 기술과 인력양성 문제에 대해 최 교수님께서 제기해 주셨습니다. IMF 이후 R&D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언급하셨는데 고급인력 개발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의견을 주시죠.

 △최 교수=정보통신산업은 기술집약적 산업입니다. 기술개발을 위해서는 산·학·연 네트워크가 이뤄져야 합니다. 미국의 야후나 넷스케이프 등은 산·학·연 공조에서 나온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산·학·연간 네트워크 구축은 기술의 원천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이것이 안돼 있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산·학·연 네트워크가 필요하며 이를 기반으로 기술을 가진 벤처기업이 많이 창업돼야 합니다. 현재 벤처기업의 정의는 「중소기업이 곧 벤처」로 돼 있습니다. 물론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일자리를 만들고 고용을 늘리는 측면에서 나쁘지 않지만 IMF 이후 중장기적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할 때 문제가 많습니다. 따라서 산·학 네트워크-벤처기업-시장경쟁-중견기업으로 순조롭게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박 전무=IMF체제의 화두는 「경쟁력」입니다. 기업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기존 조직구조를 수직구조에서 수평구조로 가져가야 합니다. 다시말해 네트워크로 상호 연결된 「디지털 경제체제」로 가야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죠. 디지털 경제체제로의 전환이 매우 시급한 실정입니다. 미국기업들이 현재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도 전자우편과 그룹웨어·ERP 등이 등장하면서 수직구조의 조직을 수평구조로 전환했기 때문입니다. 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직구조를 수평적 구조로 변환해야 하는 데 필수적인 게 네트워크 소사이어티입니다. 이러한 분위기를 정부가 조성해야 합니다. 이는 빅딜보다 덜 가시적이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더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최근에는 인프라의 플랫폼이 인터넷으로 공통화돼 비용도 적게 듭니다. 관련된 여러가지 제도를 정비해 디지털 경제체제로의 이행을 활발하게 조장해야 합니다. 지식기반이라는 것도 기업 내에서는 기식기반경영, 사회에서는 지식기반산업으로 불립니다. 핵심은 자신이 갖고 있는 정보를 나누는 것이죠. 지식을 어떻게 커뮤니티와 공유하고 최대화할 수 있느냐가 지식기반경영의 핵심과제인 셈입니다. 지식은 사용하면 할수록 부가가치가 높아집니다. 이런 측면에서 디지털 경제체제는 국가 차원에서 시급히 조장돼야 합니다.

 △박 상무=부품산업의 중요성도 재인식해야 합니다. 부품의 경쟁력을 누가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앞으로 하드웨어(HW)의 경쟁력이 좌우된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주요 부품을 대개 일본에서 가져다 쓰고 있습니다. 이같은 형태로 가다가는 21세기 한국의 전자산업은 어렵습니다. 우리의 부품산업은 이제까지 완전히 개방하지 않은 상태에서 모기업과 수직계열 관계로 발전해왔습니다. 이제는 모기업 자체가 생존을 하기에도 여력이 없는 상황입니다. 부품·소재는 다품종 소량으로 가격이 낮아 대개 중소기업 품목입니다. 그러다 보니 정부도 큰 시장규모를 갖는 HDTV나 타이컴 등에 대해서는 신경을 썼지만 조그만 부품에는 신경을 많이 쓰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지금과 같은 체제로 계속 가게 되면 능력있는 부품업체는 새로운 세트에 맞는 제품을 내놓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업체는 중국 등 후발업체들과 저가경쟁을 하다가 끝내는 손을 들고 마는 양극화 현상이 벌어질 것입니다. 따라서 부품업계에 대한 획기적인 육성정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최 전무=중소 부품업체들은 기술적으로 상당히 취약한 점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결국 세트업체들이 선진업체와 경쟁하려면 부품 자체가 따라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까 선진 부품업체로부터 가져다 쓸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중소기업들이 기술축적과 개발여건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세트업체도 선진업체에 얽매일 수밖에 없습니다.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기술적으로 스스로 독립해서 부품업을 영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대기업과 정부가 나서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사회=IMF가 갖는 의미를 「경쟁」이라는 단어로 말씀하셨는데 또 하나의 중요한 포인트가 「개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많은 외국기업들이 들어오게 됐습니다. 이렇게 될 경우 정부의 정책선택 폭도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 전자·정보통신산업의 경우 세계화를 지금까지 많이 해왔지만 지금의 개방은 과거와는 조금 다른 상황입니다. 특히 전자기기 측면에서는 7월부터 수입선다변화가 풀리게 되고 투자는 이미 상당 부분 개방됐습니다. 또 임금수준 변화로 해외에 진출한 국내기업들도 해외생산보다 국내생산 비중을 늘리는 추세에 있는 등 세계화 전략 자체도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또 해외 유력기업들의 국내진출이 가속화되겠는지요.

 △최 전무=물론 가속화할 것이라고 봅니다. 소형제품을 중심으로 한 수입제품이 국내 전자시장에 확산돼가고 있습니다. 결국 국내에서 제조업은 국내시장을 지킬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안되게 됐습니다. 국내시장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은 결국 해외에 수출할 수 있다는 의미죠. 이러한 조건에 맞도록 기업경영을 해야 합니다. 기업의 구조조정이나 조직·사업의 구조조정, 현금흐름까지도 지속적으로 이같은 목표와 부합하도록 추진해야 합니다. 또 제품의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앞선 기술의 제품이 국내에 들어올 수도 있고 우리도 만들어 해외시장에 나갈 수 있으니까 이러한 부문에서 기업이 투자하고 역량을 집중시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도록 해야 합니다.

 △박 전무=통신시장의 경우 시장이 글로벌화돼 있고 네트워크 자체가 글로벌화가 돼 있습니다. 또 네트워크 플랫폼이 국경없는 인터넷으로 진전돼가고 있기 때문에 외국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의 통신서비스 시장은 세계 12위 정도이며, 이동통신까지 하면 10위 정도로 큰 시장입니다. 물론 지금까지는 각종 규제 때문에 쉽게 들어오지 못했죠.

 -사회=그렇다면 규제제도를 잘 정비해 나갈 필요는 있겠네요.

 △박 전무=규제는 통상마찰을 피하기 위해 글로벌 스탠더드로 맞춰야 합니다. WTO 기본협상에서 가이드라인의 규제체제를 따라가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사회=포스트 IMF에서 전자·정보통신산업이 종합적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균형적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하드웨어와 통신의 경우는 일정 부문 경쟁력을 갖추고 경쟁력을 키워 나가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다만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등은 상대적으로 상당히 취약합니다. 따라서 정부는 이 부문을 집중 지원하고 육성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전자·정보통신산업 발전이란 측면에서 소프트웨어·콘텐츠가 어느 정도 중요성을 차지하고 있는지 최 교수께서 말슴해 주시지요.

 △최 교수=시장규모 예측자료를 보면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는 성장률이 하드웨어나 네트워크 장비에 비해 2배 이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분야 산업의 특징은 고부가가치산업이면서 복제가 쉽기 때문에 지키기가 어렵다는 점과 2등 제품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선진국과 경쟁이 어려운 만큼 패키지 소프트웨어보다 정보화를 통해 시장을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인트라넷이나 데이터베이스·ERP를 구축하는 등 기업문화를 이해하고 추진하는 구조로 소프트웨어산업에 접근해야 합니다. 이러한 산업 접근자세를 지금부터라도 바꿔야 합니다. 또 우리가 무시하지 말아야 할 것이 바로 게임산업입니다. 인터넷게임은 요즘 각광받고 있는 분야입니다. 인터넷게임인 「스타크래프트」 트래픽(네트워크 게임 트래픽)이 전자상거래나 전자우편보다 더 많습니다. 게임에 관한 한 우리나라가 승부를 걸어도 될 만한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박 상무=직접 연관된 얘기는 아니지만 중소기업들은 기술적으로 낙후돼 있다 보니 가격경쟁력에 휘말려 결국은 설자리를 잃어버리고 맙니다. 우리 중소기업도 대만업체처럼 눈을 해외로 돌려 뛰는 세계화가 돼야 할 것으로 봅니다.

 -사회=산업연구원에서 전망한 바에 따르면 새해 대외환경은 썩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저금리·저원자재가·엔고 등 신3저는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수출에는 플러스가 되지만 원화환율이 1천1백50원 수준으로 내려가고 금리도 경기회복으로 다소 상승할 것으로 보입니다. 내수는 좋지 않고 전자부문 수출은 다소 호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올해 전자·정보통신산업 전망과 정부가 꼭 해야 할 부분이 무엇이고 제안할 내용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시죠.

 △박 상무=여건은 좋지 않지만 수출은 8% 정도 증가할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구조조정 여파를 슬기롭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추진중인 구조조정이 업계 자율에 의해 이뤄지지 않는다면 부작용이 엄청날 것입니다. 지금보다 유연성 있는 추진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정부는 상반기쯤 경기저점을 통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내수불황이 최소한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정부가 내수를 촉진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된다고 봅니다. 수출을 적극 장려하기 위해서라도 종합상사와 중소기업간을 묶는 작업을 추진하고 여기에 무역금융이 지원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정리=구근우·이중배기자 kwkoo/ j 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