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보통신업체들의 남북경협 사업은 아직 초보적인 단계다.
현재 북한과 경협사업을 벌이고 있는 전자·정보통신업체는 LG를 비롯, 극동음향·한국단자·삼화텍콤·인터엠 등 4개사.
LG전자는 LG상사를 통해 북한에서 20인치 컬러TV를 임가공 형태로 생산해 들여오고 있다. LG는 연간 1만5천대 수준의 컬러TV 생산량을 당분간 유지하되 남북경협이 좀더 활성화될 경우 생산량 확대와 함께 품목을 다양화할 방침이다. 지난 97년 한국전자공업협동조합의 협조로 북한에 진출한 극동음향은 2만개의 마이크 및 마이크 케이블을 임가공, 국내에 반입해 왔으며 한국단자도 단자류인 터미널을 한번에 35만개씩 4차에 걸쳐 모두 1백40만개를 북한에서 생산해 들여왔다. 삼화텍콤도 3차례에 걸쳐 라인필터 30만개를 북한에서 임가공했으며, 인터엠은 3백대의 앰프류를 임가공형태로 생산해 들여왔다. 이들 전자부품업체의 임가공사업은 금액이나 수량면에서 그렇게 크지 않지만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어오면서 남북한의 신뢰구축에 일조하는 등 일정부문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들 업체 외 새로 남북경협을 추진하는 업체는 남북경협의 물꼬를 튼 현대를 비롯해 삼성, 한국통신 등 대기업과 삼홍사·제일물산 등 중견기업들이다. 현대는 금강산 관광사업을 계기로 북한과 경협을 본격 추진해 해주에 2천만평 규모의 중소기업전용공단을 건설하기로 했다. 현대는 특히 남북경제협력사업을 전담할 「금강산개발주식회사」를 신설키로 했으며 내년중에는 카오디오 조립사업을 벌이고 연산 20만대 규모의 소형자동차 공장도 이른 시일 내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삼성도 내년부터 오는 2008년까지 10년간 3단계에 걸쳐 해주나 남포 지역에 10억달러를 투자해 50만평 규모의 전자복합단지를 조성, 백색가전·정보통신·반도체·오디오·비디오 등을 연간 30억달러 어치씩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삼성은 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에 따라 남북경협 및 교류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전자복합단지 조성뿐 아니라 △평양 무역사무소 설립 등 대북사업의 확대 추진을 위한 장·단기 운영계획을 수립했다.
한국통신은 통일에 대비해 통신망 및 비상통신망 구축에 대한 대책 마련이나 정부지원 같은 소극적 사업에서 탈피, 대북 통신분야에 직접 진출하는 적극적인 전략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한국통신은 대북 통신사업을 통일 이전과 이후로 나눠 추진한다는 계획 아래 사업 발굴을 하고 있다.
또 소형모터를 생산하고 있는 삼홍사와 스위치를 생산하는 제일물산 등 2개 중견 전자업체들도 최근 대북 임가공사업을 벌이기로 확정했다. 삼홍사는 모터 5천대 규모를 1차로 발주할 예정이며 제일물산도 스위치 25만개를 임가공할 예정이다.
이밖에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최근 북한을 방문해 북한측(조선민족경제협력연합회)과 중소기업분야 남북협력을 위한 5가지 기본사항에 합의했으며 전자공업협동조합측도 북한지역에서의 임가공 사업을 확대해 나가기로 하는 등 남북경협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