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독주, 호환칩업체 몰락.」 지난해 국내에 진출한 CPU업체의 성적표다. 98년 초 많은 업계 관계자들은 IMF 영향으로 국내에도 저가 PC제품시대가 전개되면서 호환칩업체들의 선전을 예상한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자 이와 정반대 현상이 전개됐다. 상반기에는 초저가 PC가 힘을 얻으면서 여타 국가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MMX급 PC가 국내시장을 장악했다. 인텔은 여유있는 제조생산능력과 재고물량을 바탕으로 국내에 MMX급 CPU를 공급했고 AMD나 사이릭스는 공급물량 한계로 국내시장 진입에 실패했다.
하반기에는 인텔의 보급형 CPU인 셀러론과 성능중시형 CPU인 펜티엄Ⅱ, 그리고 AMD의 K6-2, K6-2 3D, 사이릭스의 MⅡ가 시장에서 경합을 벌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내 PC업체가 인텔칩을 선호하면서 하반기 PC시장 역시 인텔의 독무대로 마감됐다. PC업체들은 IMF 상황에서 인텔 호환칩을 채용할 만한 모험을 감수하지 못했으며 인텔의 마케팅 비용 지원이라는 「당근」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인텔은 지난해 국내 CPU시장에서 95% 이상 독점에 가까운 점유율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새해 국내 CPU시장은 인텔이 상반기 행망시장에서 독주를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호환칩업체들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호환칩업체들이 올해 주요 공략대상으로 설정한 것은 국내 PC업체의 수출물량. 해외에서는 국내처럼 사용자들이 인텔만을 고집하지 않아 수출물량에 자사 CPU를 탑재하는 것이 국내보다 용이할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인텔과 비슷한 마케팅 지원 프로그램 도입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국내 CPU시장의 또 다른 변수는 해외 PC업체들의 국내 공략에 따른 외부로부터 변화다. 컴팩이 올해부터 국내에 PC를 공급할 예정이며 다른 PC업체들도 국내 공략을 강화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특히 인텔칩 채용 비중이 가장 낮은 대형 PC 제조업체인 컴팩이 국내에 호환칩을 채용한 PC를 판매할 경우 호환칩업체들의 선호도는 크게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컴팩이 국내 상황을 고려해 인텔칩 기반의 PC만을 국내에 판매할 가능성도 높아 호환칩업체들의 기대대로 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