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IMF 한파에 온몸으로 맞서 처절한 좌절과 고통 속에서도 남다른 도전과 노력으로 꿋꿋이 이겨낸 성공기업들이 있다. 그 중에는 부도를 내고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선 기업이 있는가 하면 참신한 아이디어와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경쟁우위를 지킨 벤처기업도 있다. 우리 업계의 귀감이 되는 성공기업 사례를 발굴, 3회 연속으로 소개해 새해 새 희망의 단서를 찾아본다.
<편집자>
「97년 총매출 53억원, 98년 예상매출 96억원」
한국컴퓨터통신(대표 강태헌)의 2년간 성적표다. 98년은 IMF로 전 산업이 휘청댔던 해였고 한국컴퓨터통신은 98년 1월초 부도가 난 업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움 이상의 성과다.
한국컴퓨터통신은 지난 97년 11월 객체관계형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ORDBMS)인 「유니SQL」의 소스와 판권을 인수했다고 발표해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의 비상한 주목을 받았다.
DBMS는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을 포함해 대부분의 소프트웨어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기본 소프트웨어. 미국 오라클사는 DBMS 하나로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의 거인으로 부상해 전세계를 호령하고 있을 정도다.
한국컴퓨터통신의 「유니SQL」의 소스와 판권 인수는 이미 전세계 9개국 1천여 고객사이트를 확보하고 있는 DBMS를 국내 업체가 인수한 것으로 한국산 DBMS가 탄생했다는 믿기지 않는 사건이었다.
그러나 98년 새해 첫날, 한국컴퓨터통신은 또 한번 업계를 놀라게 했다. 부도가 난 것이다. 로열티 없는 국산 DBMS로 국내 산업은 물론 소프트웨어 업계에 일대 전기를 마련하겠다던 강태헌 사장의 호언은 두 달도 되지 않아 공허한 메아리만 남기고 말았다.
『그러면 그렇지. 국산 DBMS가 어디 그렇게 쉬운가. 능력도 없는 회사가 소리만 요란했군.』 주변의 반응은 안타까움보다는 비아냥에 가까웠다. 웃지 못할 해프닝으로 끝나는가 싶었다. 그리고 꼭 1년 후 한국컴퓨터통신은 국내 DBMS 시장의 확실한 3위권 업체로 부상해 다시 한번 업계를 놀라게 했다.
전 직원이 연대서명까지 하며 백의종군을 다짐하고 채권단 설득에 나섰고 피지도 못하고 쓰러진 국산 DBMS의 가능성을 각계에 호소하는 눈물겨운 나날을 보낸 한국컴퓨터통신은 결국 2월 재산보전처분 결정을 받고 본격적인 재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강태헌 사장은 기존 고객사 방문은 물론, 정계·관계·학계와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을 순례하며 국산 소프트웨어 중흥을 위한 대연합을 호소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회사의 다른 사업부문을 모두 정리하고 전문 DBMS 업체로 내부조직을 재편했다. 엔지니어를 중심으로 기존 고객사를 순회하며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기술지원을 위한 밤샘작업이 이어졌다.
결국 5월 화의개시가 결정됐고 재기의 발걸음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중소기업 진흥 및 제품구매 촉진에 관한 법률」에 의해 「유니SQL」이 정부기관의 우선구매 대상제품으로 선정됐고 교육정보사업의 기본 DBMS로 전국 초·중·고교에 공급되기 시작했다.
「유니SQL」 진영에 합류하는 솔루션 개발업체들도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다윈엔터프라이즈·중앙정보기술·테크노2000프로젝트·아시아정보시스템·거림시스템 등이 자신들의 솔루션에 「유니SQL」을 기본 장착하기로 했다.
외산 DBMS에 비해 월등한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는데다 핵심 소스 부분을 공개해 소스레벨의 제품 연동이 가능하게 했고 아예 DBMS를 번들로 제공하는 등 협력업체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전략을 펴나간 것이 주효했다.
부도 후유증을 이겨내고 이제 국내 DBMS 시장의 확실한 3위 업체로 자리잡은 한국컴퓨터통신은 99년에는 국내 시장 점유율 2위, 그리고 해외수출 3백만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제품의 세분화 전략과 개발툴 상품화, 해외 현지법인 정비 등 구체적인 계획도 이미 진행하고 있다.
부도의 아픔을 극복하고 난 한국컴퓨터통신은 이제 예전의 호언을 다시 외치고 있다. 『「유니SQL」로 국산 소프트웨어의 세계화에 앞장서겠다.』
<김상범기자 sb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