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새 밀레니엄을 개척하자> 디지털 TV

 다가오는 21세기 유망분야라면 디지털TV가 단연 첫손에 꼽힌다. 전세계적으로 TV만큼 광범위한 소비계층을 확보하고 있는 상품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TV는 아프리카 오지에서부터 미국 뉴욕의 가정에까지 깊숙이 침투해 있다.

98년 한해 동안 세계 TV시장은 무려 1억1천8백만대 규모에 5백90억달러에 달했다. 20세기의 총아라 할 수 있는 개인용컴퓨터의 보급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기는 하지만 98년 한해 동안 세계 모니터 수요가 7천만대 규모에 지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TV의 위력은 대단하다.

 21세기에는 이 엄청난 수요를 자랑하는 TV가 디지털TV로 대체될 전망이기 때문에 디지털TV의 상품성과 시장잠재력은 가히 무궁무진하다.

 디지털TV는 아직까지 각국 방송사들의 준비가 미흡하고 가격도 기존 TV에 비해 10배에서 20배 정도 비싸 수요층이 제한돼 있지만 방송이 확산되고 가격도 떨어지면 급속한 보급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디지털방송은 지난해 6월과 11월에 영국과 미국에서 각각 표준해상도(SD)급 또는 고선명도(HD)급으로 첫 전파가 발사돼 세계 각국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영국과 미국에 이어 스웨덴이 올해 초 디지털방송을 개시할 예정이며 올해 중반에는 노르웨이도 가세할 계획으로 있다.

99년말에는 스페인이, 2000년말에는 독일이, 그리고 2001년에는 덴마크·핀란드·프랑스 등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 디지털방송이 시작될 전망이다.

 또 일본·한국·호주·싱가포르·캐나다 등 환태평양 국가들도 2001년을 전후해 일제히 디지털방송을 개시할 예정이고 중국·멕시코·브라질·아르헨티나 등 대부분의 국가들도 디지털방송을 서두르고 있다.

 이에 따라 2010년까지는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디지털방송이 보편화할 전망이다. 세계 각국이 디지털방송에 앞다투어 나서고 있는 것은 디지털방송과 디지털TV가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정보화의 첨병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방송과 디지털TV는 기존 아날로그TV와 달리 양방향서비스를 제공해 각 가정에 디지털TV가 보급될 경우 이를 이용한 각종 양방향서비스 체제를 구축한다면 자연스럽게 정보화사회로 이행될 수 있다는 점도 이의 도입에 다투어 나서고 있는 주된 이유다.

 특히 미국이 오는 2013년에 아날로그방송을 폐지하는 등 디지털방송의 도입과 함께 아날로그TV방송을 중단할 예정이어서 디지털TV의 보급확산은 단지 시간문제일 뿐으로 인식되고 있다.

 때문에 세계에서 내노라하는 전자업체들은 모두 디지털TV에 사운을 걸고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스탠퍼드리서치·IDC·스트레터지 애널리스틱스 등 세계적인 시장조사기관들은 디지털TV가 2005년까지는 보급속도가 매우 더디지만 2005년 이후에는 급속도로 확산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스탠퍼드리서치는 오는 2004년까지 HDTV는 기존 아날로그TV에 비해 무려 10배에서 20배에 달하는 높은 가격대를 유지할 것이기 때문에 일부 비디오 마니아를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성장속도가 매우 더딜 것으로 전망했다. HDTV는 2004년에 1억5천만대 규모에 달하는 전체 TV시장의 2∼3% 수준인 3백만대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IDC와 스트레터지 애널리스틱스사도 미국의 디지털TV시장 규모가 99년에는 13만대, 2000년에 29만대, 2001년에 47만대 등으로 더디게 성장, 오는 2004년에 2백4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조사기관들은 2005년 이후에는 디지털TV시장이 예측을 불허하는 폭발적인 신장세를 거듭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때는 많은 국가들이 디지털TV방송을 개시하고 따라서 디지털TV의 수요도 크게 늘어날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디지털TV의 가격도 대중보급이 가능한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SD급 디지털TV의 가격이 기존 아날로그TV와 비슷해지고 HD급 디지털TV가 이보다 3배에서 5배 정도 비싼 수준에 이르면 1억5천만대를 상회하는 세계 TV수요가 일제히 디지털TV로 돌아서고 마침내 아날로그TV는 역사속으로 사라질 운명에 처하게 된다.

 디지털TV가 2005년부터 급속 확산, 오는 2010년까지 아날로그TV를 30%만 대체한다 하더라도 시장규모는 1천억달러에 달하고 50%를 상회하는 시점에서는 2천억달러 규모로 급팽창할 전망이다.

 디지털TV는 비단 방송과 TV시장뿐만 아니라 반도체와 정보통신산업, 나아가 문화·사회 전반에 걸쳐 엄청난 파급효과를 미치기 때문에 21세기에는 디지털TV를 빼놓고는 산업과 시대를 논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디지털TV는 21세기의 상징물이자 세계 전자·정보통신산업을 선도해나갈 핵심품목으로 자리잡고 있다.

<유성호기자 sungh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