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전자업계는 디지털TV시장의 선점여부가 곧 기업의 생사를 판가름하기 때문에 이 분야의 제품개발 및 상품화에 온 힘을 쏟고 있다. PC 및 정보통신업계도 디지털TV가 정보통신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할 것으로 보고 대책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전자업체들이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부분은 디지털TV 핵심칩세트의 개발이다.
핵심 칩세트 개발에는 삼성전자·LG전자·마쓰시타·톰슨·필립스·도시바 등 종합가전업체들과 인텔·루슨트테크놀로지스·LG반도체 등 반도체업체들이 치열한 경합을 펼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이미 초보적인 1세대 칩세트의 개발을 완료하고 단 2개의 칩만으로 디지털TV를 구현하는 2세대 칩세트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한 디지털TV를 축으로 형성될 홈네트워크가 부상할 것에 대비, IEEE1394 케이블을 근간으로 하는 네트워크 개발경쟁도 불꽃을 튀기고 있다.
소니는 디지털TV를 근간으로 하는 정보가전제품에 윈도CE를 OS로 탑재하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소니의 홈네트워크 표준을 지원한다는 전략적 제휴를 맺어 세계 정보통신업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이처럼 세계 각국의 전자업체들이 디지털TV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LG전자·대우전자 등 국내 업계는 디지털TV를 활용해 세계 일류업체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펼치고 있다.
국내 전자업계는 지난 70년대 이후 컬러TV업계에서 2류업체로 받아온 설움을 털어내고 디지털TV시장을 선점함으로써 일류업체로 부상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가전·반도체·통신 등 관련부문 연구인력을 한 곳에 모아 놓고 3년간 집중투자해 1세대 핵심칩세트를 해외업체들보다 일찍 개발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세계 최초로 HD급 디지털TV 완제품 「탄투스」를 출시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시장이자 브랜드 가치를 결정짓는 미국에서 디지털TV 수요를 선점한다면 세계 디지털TV시장 장악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다각적인 시장공략을 구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우선 일체형 완제품으로 자사의 기술력을 타사와 차별화시킴으로써 삼성의 브랜드를 일류로 자리매김한 후 가격이 싼 분리형 세트톱박스와 아날로그TV 및 디지털TV 수신 겸용제품도 잇따라 시판에 나설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특히 디지털TV와 함께 홈네트워크분야의 장악도 시장지배력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라고 보고 소니와는 다른 홈네트워크 표준을 제안하고 이를 국제표준으로 정착시키는 활동에도 주력하고 있다.
LG전자는 계열사인 제니스가 디지털TV 전송규격인 VSB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점을 최대한 활용, LG반도체와 공동으로 핵심칩세트를 개발하고 일본 유수의 업체들은 물론 세계 각국의 디지털TV 제조업체들에 이를 공급한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핵심칩세트 공급원이라는 이미지를 디지털TV 판매에 십분 활용하는 동시에 미국시장에서 이미 상당한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제니스를 통해 디지털TV시장을 자연스럽게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지난해 초 제니스를 통해 세계 최초로 HD급 디지털TV를 개발하고 이를 시연해 보임으로써 그 가능성을 인정받았으며 지난해 7월에는 영국의 페이스사와 유럽형 디지털TV 개발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어 유럽시장 공략의 기초도 닦아 놓았다.
LG전자는 또한 디지털TV 기술을 활용해 PCTV용 수신카드를 개발해 세계 유수의 PC업체들에 공급을 추진하는 등 TV와 PC 수요를 동시에 충족해 나감으로써 디지털TV시장의 리더로 자리잡는다는 전략이다.
대우전자는 디지털TV의 출현으로 고해상도 대형화면의 요구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세계 최초로 박막거울구동방식 표시장치(TMA)를 개발,이를 디지털TV와 연계시킨 공략작전에 나섰다.
대우전자는 40인치 이하 디지털TV의 수요는 고가보다는 저가 SD급으로 몰릴 것으로 판단,다양한 양방향서비스를 부가해 물량중심의 공략작전을 구사해 시장점유율을 높일 계획이다. 대우전자는 대신 60인치 이상 디지털TV는 TMA를 창착한 최고급 제품으로 출시해 오피니언 리더들이 수요층인 최고급시장에서 리더로 부상할 계획이다.
국내 전자3사는 핵심칩세트의 개발에서부터 완제품의 개발에 이르기까지 이미 일본업체들보다 한 걸음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오는 2005년까지는 세계 최대 디지털TV 공급업체로서의 위상을 굳힐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유성호기자 sungh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