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휴대형 정보가전기기 시장을 리드하는 삼총사를 꼽으라면 컴퓨터(노트북PC)·휴대폰·캠코더를 들 수 있다.
노트북PC와 휴대폰·캠코더는 지난 97년 전세계적으로 약 1억7천4백만대가 팔려나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오는 2000년경에는 2억3천4백만대 정도가 보급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런데 이 제품에는 모두 2차전지가 전원으로 사용된다. 따라서 이 휴대형 기기의 보급확대에 힘입어 2차전지 시장도 크게 확대될 것이라는 점은 불문가지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반도체·TFT LCD와 더불어 2차전지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도 같은 상품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세계 전지시장과 관련해 가장 권위있는 조사기관으로 평가받고 있는 일본 노무라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97년 세계 소형전지 시장은 1조5천억엔을 웃돌고 있으며 이 중 리튬이온전지를 비롯한 소형 2차전지 시장은 96년보다 무려 21%가 늘어난 5천억엔에 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리튬이온·니켈수소·니켈카드뮴전지로 대표되는 2차전지 시장은 정보통신기기의 보급확대와 전세계적인 휴대폰 열풍으로 인해 더욱 급성장할 것이라는 게 노무라연구소의 분석이다.
국내 2차전지 시장도 지난 97년 3천4백40억원에서 2000년에는 5천억∼6천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2차전지가 21세기를 리드할 수 있는 전략상품으로 부상하자 LG화학·삼성전관·SKC·(주)새한·한일베일런스 등 주요 재벌 기업들이 방대한 투자를 단행, 현재 세계 전지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일본 전지업체들과 일전을 벼르고 있다.
특히 LG화학과 삼성전관은 올 상반기에 리튬이온전지를 본격 양산할 계획을 갖고 있어 일본 업체가 주도해온 국내 전지시장 판도에도 커다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여기에다 차세대 전략사업으로 전지를 선정한 한일시멘트그룹은 미국 베일런스사와 합작을 통해 차세대 2차전지로 대두되고 있는 리튬폴리머전지 생산공장을 건설, 내년부터 본격 양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2차전지 사업에 의욕적인 투자를 진척시키고 있는 국내 전지업체들이 일본 전지업체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세계 전지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는 일본 유수의 전지업체들은 한국을 비롯해 전지 분야에 의욕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잠재적인 도전세력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제품 라이프 사이클을 더욱 줄이는 한편 지속적인 가격인하 전략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90년대 초까지 세계 소형 2차전지 시장의 맹주 역할을 해온 니켈카드뮴전지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제아래 니켈수소전지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바 있던 일본 전지업체들은 3년도 안돼 니켈수소전지의 후속 기종으로 리튬이온전지를 생산, 주력 제품으로 키워 후발 경쟁국의 전지사업 참여의지를 꺾어놓고 있다.
이같은 일본 업체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국내 전지업체들은 미래 전지 시장을 잡기 위해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어 오는 2000년경 국내 전지산업은 「반도체 신화」에 버금가는 기록을 국내 전자 사업 역사에 남기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