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새 밀레니엄을 개척하자> 원격진료시스템

21세기에는 문자·영상·소리 등 다양한 정보를 디지털화하고 상호작용(Interaction) 기능을 갖는 멀티미디어가 우리의 생활 양식을 바꿀 뿐만 아니라 특히 의료부문에 많은 영향을 끼쳐 원격진료 또는 원격의료(Telemedicine)시스템이 급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격진료란 상호 작용하는 오디오·비디오·데이터 통신을 통해 의료정보는 물론 진단·자문·치료 등 다양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서울대 의대 가정의학교실 유태우 교수에 따르면 영상회의를 통한 현대적 의미의 원격진료가 시작된 것은 1959년으로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시 정신병원과 1백12마일 떨어진 주립 정신병원을 마이크로웨이브로 연결한 것이다. 또 같은해 캐나다 몬트리올에서는 동축선을 이용해 원격 방사선 판독에 나섰다.

 이러한 원격의료의 발달에는 미 항공우주국(NASA)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임무 수행중인 우주인들의 생리학적 데이터를 우주선과 지상기지에서 주고 받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이 오늘날 원격의료의 기술기반이 된 것이다.

 특히 88년 12월 구소련의 아르메니아공화국에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미국과 소련간 국제 원격의료 사업이 인공위성을 통해 이뤄졌으며 이후에도 인공위성을 통한 국가간 원격의료사업이 수없이 이뤄지고 있다.

 원격진료는 군사용 등 특수 목적 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미국에서는 사지 절단술을 시행해 본 적이 없는 의사가 영상으로 수술 경험이 풍부한 의사에게 지도를 받아가며 절단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함으로써 응급환자의 생명을 구한 예도 있었다. 원격진료는 90년대 들어 급격한 발전을 이루게 된다. 정보기술이 발달하고 초고속 정보통신망시대에 접어들면서 원격의료의 장점을 십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은 인공지능과 인공감각은 물론 수술용 로봇까지 망라될 원격진료시스템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해 개인 의료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다는 일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개인에게 고유 코드를 부여해 출생에서 사망까지 모든 의료기록을 관리하는 계획을 진행중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원격진료는 재택진료·원격교육·원격진단 분야에서 주로 활용되고 있다. 원격기술을 이용한 재택진료는 전자의무기록·멀티미디어 건강정보·영상회의 기술을 활용, 예약진료와 응급진료시 야기되는 환자의 불편을 최소화했으며 보건소 이동진료시스템, 재택 산전관리, 치매환자 관리에도 적용되고 있다.

 또 원격교육은 실습을 중심으로 하는 의학교육에도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의학교육은 교과서에서 얻을 수 없는 내용을 실습해야 하며 실습에 따른 비용의 효율적 관리가 당면한 문제였던 것이다.

 일차적으로 인터넷을 이용한 원격기술을 활용해 의사교육용 원격연수시스템과 종합정보통신망(ISDN)을 이용한 구강병리학 원격강의시스템 개발을 완료해 현재 적용중이다.

현대 의료 특성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위한 전문화와 세분화된 특수 분야의 전문가를 요구하고 있어 다중매체 데이터베이스 기술, 인터페이스 기술, 영상회의 등 원격기술을 활용한 원격진단시스템은 활용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심지어 일부 의료정보 전문가들은 장차 원격진료라는 용어가 없어질 수도 있다고 말한다. 거의 대부분 원격진료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할 때 원격진료시스템 시장 규모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순수 의료영역을 모두 합칠 경우 과거 어느 산업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거대시장을 형성할 것이며 그 시기는 2010년경이면 현실화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그러나 원격진료시스템이 하나의 유망분야로 조기에 자리잡기 위해서는 의무기록의 신뢰성과 보안, 책임소재의 불분명함, 의료행위의 자격 문제, 정보의 정확성, 원격진단의 도덕성 등에 관한 문제를 선결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박효상기자 hs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