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 미국 애틀랜타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의 게임전문 전시회인 「E3」에서 유명 게임업체 경영진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키노트 패널 토론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온라인 게임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피트 히긴스 부사장은 온라인 게임의 성장 가능성과 중요성을 강조했고 미국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의 카주오 히라이 부사장은 온라인 게임이 차세대 게임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온라인 게임이 인터넷과 엔터테인먼트 관련산업의 핵심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데에는 국내외적으로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온라인 게임은 모뎀·근거리통신망(LAN)·인터넷 등 네트워크에 접속해 같은 시간에 같은 종류의 게임소프트웨어를 다수의 사용자가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세계적으로도 관심이 고조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2, 3년 전일 정도로 아직 초기단계이지만 이용자수 증가속도는 폭발적이다.
미국의 게임관련 협회인 IDSA(Interactive Digital Software Association)가 작년 6월 미국 인터넷 사용자 5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게임이용 실태와 규모」 조사자료에 따르면 3명 중 1명꼴인 1천6백여명이 온라인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중 43%는 최근 1년 이내에 온라인 게임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작년 9월 유럽의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모니터」사가 조사·발표한 「유럽 게임시장의 현황과 전망」 자료에 따르면 유럽의 온라인 게임 이용자는 9월 말 현재 유료이용자 8만여명을 포함해 43만여명에서 오는 2002년에는 유료사용자 1백만명을 포함해 총서비스 이용자가 5백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됐다.
시장규모도 약 1천2백만달러에 불과하나 2002년에는 2억7천만달러로 전체 게임시장의 4%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의 경우 첨단게임산업협회·한국PC게임개발사연합회 등이 집계한 순수 온라인 게임시장(패키지 게임에 네트워크 플레이기능을 지원하는 게임 제외) 규모는 지난 97년 30억원대에서 작년에는 50억원을 넘어섰으며 올해는 최소한 75억∼8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러한 온라인 게임의 유형은 CD롬 타이틀에 담긴 패키지 게임에 네트워크 플레이기능을 지원해 별도로 지정된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 불특정 다수와 게임을 즐기는 분야와 PC통신·인터넷용만으로 즐길 수 있는 분야 등 크게 두 가지. 두 분야 모두 수백∼수천여명이 동시에 접속해 상대방과 전투를 벌이거나 자신의 분신(아바타)을 만들어 사이버 공간에서 새로운 세계를 구축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형식과 굴레에 제한받지 않고 익명의 다른 사용자와 협력과 분업활동도 가능하다.
컴퓨터·정보통신기술이 낳은 또 하나의 문화공간인 것이다. 향후에는 주문형 게임(Game On Demand)이 등장, 초고속 정보통신시대의 총아로 떠오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패키지 게임에 네트워크 기능을 지원한 온라인 게임은 외국 유명 게임업체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최근 출시되고 있는 대부분의 패키지 게임에 네트워크 지원기능은 기본이며 업체마다 독특한 인터넷 게임사이트를 구성해 온라인 게임 이용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 미국 블리자드사의 「배틀넷(http://www.battle.net)」, 번지소프트사의 「번지넷(http://www.bungie.net)」,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인터넷 게이밍 존(http://www.zone.com)」 등이 대표적이다.
이 분야는 이미 출시된 패키지 게임의 유명도와 직결되고 패키지 게임에 기반하고 있어 해외 PC게임시장에서 인지도가 낮은 국내업체들이 대응하기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우수한 패키지 게임이 개발이 선행돼야 하는 것이다.
국내업체도 최근 일부 패키지 게임에 네트워크 지원기능을 부가해 출시하고 있지만 모뎀이나 LAN수준에 그치고 있고 별도의 인터넷 게임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곳은 극히 드물다.
반면 순수 온라인 게임시장은 국내업체들의 기술과 운영 노하우가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한다.
지난 96년 세계 최초의 그래픽 머드(MUD : Multi User Dungeon)게임 「바람의 나라」가 등장한 것을 시작으로 기능이 향상된 게임들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어 국내 기술 및 운영 노하우를 외국업체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전세계 게이머들이 이용하고 있는 오리진사의 「울티마 온라인」이 온라인 게임분야에서는 세계 최고로 평가받고 있으나 이 게임 역시 출발은 「울티마」라는 패키지 게임이었다. 순수 온라인 게임은 출발과 기술 수준에서 한국이 첨단을 걷고 있어 세계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이 높은 유망분야로 꼽히고 있다.
<김홍식기자 h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