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글로벌화 10대 과제> 국제적 협력체제 구축

 「심플리 헬스, 심플리 삼성」. 이는 지난해 10월부터 삼성전자가 미국시장에서 티켓마스터라는 현지 티케팅 서비스전문업체와 손잡고 전개하는 전자레인지 광고문구다.

 즉 이 광고를 티켓마스터의 티켓판매점에서 발급하는 모든 티켓봉투에 게재한 후 티켓마스터측이 제품을 구입한 고객들에게 10달러의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이른바 국제적인 공동 마케팅이다.

 삼성전자가 미국시장에서 이러한 이색마케팅을 펼치는 것은 티켓마스터사가 전세계 25개국 3천여판매지점을 통해 연간 15만건에 달하는 이벤트행사의 티케팅업무를 대행해주는, 회원 6천5백만명의 세계 최대규모 티케팅대행 전문업체라는 데서 착안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티켓마스터가 지난 10월부터 시작한 판촉행사기간중 인터넷 웹사이트를 검색한 사람이 5만명에 달했으며 특히 연말에 3만여건의 각종 행사가 집중돼 티켓마스터를 통해 독점적으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가전제품 이미지가 미국인들의 생활 깊숙이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간 국제협력체제의 구축은 전자·정보통신업계에선 이미 일반화되다시피 했다.

 기술제휴에서부터 특정 제품판매나 시장개척을 위한 공동 마케팅, 합작법인 설립 등 크고 작은 기업간 국제협력이 90년대 들어 봇물처럼 터져나왔으며 우리나라에선 전자·정보통신업체들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이후에는 해외 자본유치라는, 다소 일방적인 개념의 국제협력도 크게 확산되고 있다.

 그리고 새 정부 들어선 대통령이 직접 국제협력의 선봉에 나섬으로써 우리나라의 국제협력체제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될 전망이다.

 지금 세계는 글로벌 시각으로 국제협력의 대열에 합류하지 못하면 기업은 물론 국가 자체가 낙오될 수 있는 구도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특히 기업간 국제교류 및 협력이 앞으로 더욱 확산될 조짐이어서 정부차원의 국제협력체제 구축도 시급하다.

 세계적으로 국제협력의 필요성이 급부상하는데는 「정보화」가 그 근간을 이루고 있다.

 지금 밀어닥치고 있는 정보사회는 산업사회와는 달리 단순한 지역단위 시장경제가 더이상 허용되지 않으며 일방적인 수출도 큰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될 전망이다.

 정보사회는 세계가 서로 거미줄처럼 얽혀서 긴밀하게 움직임으로써 한 기업이나 한 국가 단위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구도를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금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는 컴퓨터 2000년(Y2k)문제는 정보화 과정에서 나타난 대표적인 국제협력 과제다.

 Y2k문제로 인해 전세계 기업의 40%에 장애가 발생하고 특히 문제대응 수준이 낮은 아시아지역의 문제발생 비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등 국제적인 협력과 지원 없이는 해결하기가 곤란할 상황이다.

 이 문제는 특히 일부 국가가 국내적으로 Y2k문제를 해결한다고 해서 결코 네트워크화된 세계경제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에서 선진국의 역할과 국제협력의 필요성이 높은 분야다.

 이에 따라 국제연합(UN)이 직접 나서 Y2k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협력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국제협력 체제의 구축은 2000년대 정보화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세계 각국의 현안일 뿐 아니라 IMF 극복문제까지 떠안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더욱 중요한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자·정보통신산업의 경우는 국제협력 체제를 어떻게 구축하느냐에 따라 사활이 달라질 정도로 그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 국제협력 형태가 이제까지의 기술제휴 수준에서 특정 사업에 대한 전략적 제휴쪽으로 확산되고 있어 이에 대한 탄력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정보가전을 중심으로한 멀티미디어 분야만 하더라도 이제 본격적인 사업화가 추진되고 있고 시장창출 단계로 들어서고 있어 기술협력만으로는 세계시장 진입이나 주도권 확보가 힘든 상황이다.

 특히 선진기업을 중심으로 시장선점을 위한 전략적 제휴가 다각적으로 추진되고 있어 국내기업들도 이러한 동향분석과 적극적인 대처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 분야는 현재 국내업체들이 외자유치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데 여기서 그칠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한 선진 마케팅 기술습득으로 이어져야 제대로 국제협력의 틀을 갖춤은 물론 실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외국기업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정보기술(IT) 분야의 아웃소싱은 국내기업들이 제대로 소화할 경우 선진 IT기술을 활용해 보다 큰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자칫 기업내 핵심부문을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불안한 구조로 빠져들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윤재기자 yj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