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글로벌화 10대 과제> 글로벌 인재 양성

 21세기를 앞두고 세계 경제질서에 커다란 변화가 일고 있다.

 경제와 기업활동이 세계화하면서 각국 기업의 서로 다른 제도나 규제간에 충돌이 발생하고 있으며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세계적인 기업들간의 합종연횡이 줄을 잇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세계 경제질서를 주도하는 선진국들은 자신들의 기업제도와 규칙을 세계표준, 즉 글로벌 스탠더드로 제정하고 세계시장 선점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층 단일화하고 있는 세계시장에서 국경을 초월하는 규범이 자연발생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그동안 한정된 지역규범 속에서 성장과 발전을 거듭해온 수많은 기업들은 글로벌화한 경영환경 변화에 직면해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고 있다.

 각국 기업들은 글로벌화한 환경변화로 초래된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21세기형 생존능력과 발전을 담보해낼 수 있도록 변신을 시도하고 있으며 그 결과 이에 대한 안목과 식견을 갖춘 인재육성의 필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세계적인 기업들은 이같은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글로벌화한 인재가 필요하다는 점을 일찍부터 자각하고 글로벌 인재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전미훈련개발협회(ASTD)가 지난 96년과 97년에 실시한 인재개발 관련 교육산업의 추세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인재개발의 패러다임이 학습중시에서 수행능력 향상으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까지 인재개발의 목표는 종업원에게 보다 많은 기술과 지식·능력을 부여하는 것이나 앞으로는 조직원들에게 조직의 역량을 달성할 수 있도록 만드는데 있다.

 그러나 이같은 공통적인 특성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인재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기업마다 다르기 때문에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 마쓰시타는 글로벌 역량을 갖춘 인재의 기준을 전문성과 동기부여 능력, 국제적 유연성, 외국어 능력, 노력 등으로 꼽고 있다. 미국 셸사는 글로벌 매니저의 승진기준으로 상상력과 현실감각, 개인의 분석력, 특성으로 삼고 있다. 헬리콥터적 특성이란 문제를 보다 넓은 맥락에서 사고하는 능력을 표현하는 말이다. 네덜란드 필립스사는 글로벌 경영자의 평가를 개념적 효과성, 실무적 효과성, 대인관계의 효과성 등으로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기업들이 요구하는 역량을 갖춘 인재들을 어떻게 육성해 내느냐하는 점이다.

 삼성·LG 등 국내 대기업들도 지난 96년 이후 글로벌 경영환경에 돌입하면서 글로벌 인재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이의 육성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삼성은 글로벌 인력을 전세계를 대상으로 다양한 해외사업 및 관련 직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외국어 구사능력·국제마인드·전문직무지식 등을 갖춘 사람, 현자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여 본사와 현지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자질과 능력을 갖춘 자로 정의하고 이에 필요한 기본역량과 핵심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기본역량으로는 외국어 능력과 정보활용능력·국제적 소양 등이며 핵심역량으로는 이질문화 적응력과 전문직무능력·전략적 경영능력이다.

 LG도 현지화 및 국적을 초월한 최적의 인재활용을 통해 초우량기업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한다는 목표 아래 HPI(High Performance Individual), FSE(Foreign Service Employee) 풀, 지역전문가 제도 등 글로벌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HPI제도는 업무 수행능력과 리더십을 갖춘 젊고 잠재력이 뛰어난 인재를 해외법인장들이 2년 단위로 선정하여 장차 해외법인장 및 현지인 사장으로 활동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현지인력을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며 FSE 풀제도는 글로벌 역량을 갖춘 인력을 임원추천이나 사내 공모 등으로 발굴하여 인력 풀을 구성, 주재원 파견에 활용하는 방법이다.

 지역전문가 제도는 생산·마케팅·관리 등 각 분야별 전문가들을 현지에 파견하여 그 지역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전반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삼성과 LG 등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글로벌 인재양성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연륜과 노하우가 부족하기 때문에 인력의 절대적인 양과 질적인 수준에서 해외 선진업체들을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인 게 사실이다.

 또 몇몇 대기업들을 제외하고는 글로벌 인재육성에 눈도 뜨지 못한 상태다.

 국내 기업들이 급변하는 세계 경제질서에 대응해 생존권을 확보하고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형식뿐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진정한 글로벌 경영체제를 하루빨리 구축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최고경영자에서부터 최하위직에 이르기까지 글로벌화한 환경에 걸맞는 의식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유성호기자 sungh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