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글로벌화 10대 과제> 세계적 브랜드 개발

 브랜드(Brand)란 단어를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상표란 뜻에 앞서 낙인이란 풀이가 먼저 나온다. 목장 등에서 소나 말에 소유권을 표시하던 관행에서 시작해 상표란 뜻으로 발전한 셈이다.

 브랜드 뉴(Brand New)는 새로 낙인을 찍은 소나 말, 요즘 뜻으로는 신상품을 의미한다. 낙인은 한번 찍으면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다. 소비자들의 머리 속에 새겨진 상품 이미지인 브랜드도 처음에는 알리기가 어렵지만 일단 한번 인식되면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다.

 「인텔 인사이드(Intel Inside)」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로고」 등은 전세계 어떤 제조업체의 PC에서나 쉽게 찾을 수 있는 마크다.

 인텔은 전세계적으로 인텔 인사이드 로고를 광고에 삽입하는 PC업체들에 인텔칩 구입금액의 3% 범위 내에서 광고비의 절반 정도를 환급해주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눈에 직접 보이지도 않는 CPU를 판매하는 회사가 왜 이처럼 파격적인 홍보전략을 채택하고 있는 것은 AMD·사이릭스 등 호환칩 업체제품을 은연중 아류상품으로 몰아버리고 밀수입·우회수입 등 불법 유통제품을 밀어 내겠다는 뜻까지 숨어 있다.

 눈을 국내 업체로 돌려보면 세계 가전대국 일본의 아키하바라에서 한국 삼성전자와 LG전자 상표 제품을 찾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눈을 씻고 보물찾기하듯 찾아야 가끔가다 초저가상품 코너에 한두개 제품이 눈에 띈다. 세계 경제의 중심지 뉴욕을 걷다보면 가끔씩 삼성전자와 LG전자 상표 제품들이 눈에 띈다. 하지만 반가운 마음에 자세히 보면 대부분이 일본 제품과는 비교도 안되는 가격에 팔리는 싸구려 상품이다.

 그나마 일본이 동남아 등지로 생산거점을 이전한 뒤부터는 싸구려 상품의 자리에도 제대로 끼지 못하고 있다. 모두가 얼굴이 보이지 않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수출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대기업들이 브랜드 이미지 알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은 88올림픽 이후부터로 90년대 중반 반도체 경기의 유례없는 호황에 힘입어 본격화됐다.

 회사 이름을 알리려는 생각에 전세계 주요 공항에 자사상표를 붙인 푸시카트를 수백개씩 설치해 무상으로 대여했다. 그 결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전세계에서 푸시카트를 가장 많이 만드는 업체로 알려지는 웃지 못할 일까지 생기기도 했다.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삼성전자는 지역시장을 중심으로 스포츠 마케팅·스폰서십 제공·입간판 설치 등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미주 시장을 중심으로 90년 초부터 펼치기 시작한 「심플리 삼성(Simply Samsung)」 브랜드 알리기, 중남미 국가대항 축구대회인 코파컵 대회 후원, 중국 천진축구단 지원, 러시아 아이스하키 국가대표단 지원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LG전자는 96년부터 98년말까지 해외 브랜드를 「골드스타(Goldstar)」에서 「LG」로 바꾼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지만 과거의 저가 이미지를 탈피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 LG전자의 판단이다. LG는 신제품을 내놓을 때는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디지털TV·핸드헬드PC 등 기술 집약적 상품을 먼저 선보여 해외 고객에게 고급 브랜드의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세계를 겨냥한 국내 전자업체들의 브랜드 인지도 향상 전략은 그동안의 지속적인 투자와 노력에 힘입어 조금씩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가 97 해외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브랜드 인지도 조사결과에 따르면 브랜드 인지도는 77%로 94년 대비 15%포인트 높아졌으며 브랜드 호감도 역시 같은 기간에 비해 약 12%포인트 향상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LG전자의 경우도 제품의 특성과 지역 정서를 고려한 독특한 애칭(Petname)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다는 전략에 따라 「싱싱냉장고」의 경우 유럽지역에서는 「프레시 마스터(Fresh Master)」 미주에서는 「익스프레스 쿨(Express Cool)」 등의 이름으로 현지 소비자들에게 접근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처럼 최근 나타나고 있는 몇가지 성과에도 불구하고 세계시장에서 국내 전자업체들의 브랜드 인지도는 아직도 취약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국내 전자산업의 역사가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아직도 취약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반도체·가전·컴퓨터 등 우리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에 걸맞은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했냐는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우리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기울였던 노력에 더해서 장기적 브랜드 안목의 이미지전략 수립, 철저한 시장조사, 지역 마케팅 및 홍보전문가 육성, 홍보예산 확대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함종렬기자 jyha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