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가 물류비라는 명목으로 길바닥에 버린 금액은 64조원으로 국내 총생산(GDP)의 16.3%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미국·유럽 등 선진국 제조업체보다 약 1.5배 많은 수준이다.
또한 물류비가 제품 생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5%선으로 선진국 제조업체보다 두 배 정도 많다. 결국 선진국과 동일한 품목을 생산하더라도 우리기업의 생산원가는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류의 범위를 넓히면 파급효과는 엄청나게 커진다. 교통정체로 인한 단순 교통물류 비용은 물론 제품생산 전후의 조달공급체계와 관련된 비용까지 포함하면 생산원가는 더욱 늘어난다.
따라서 물류효율화 문제는 단순히 해외 고객과 국내 공급자들과의 수급이라는 물류 자체의 문제뿐만 아니라 기업의 존폐 및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
국내기업들이 대내외 경쟁력확보를 위해 극복해야 할 주요한 과제로 물류를 빼놓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처럼 엄청난 물류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화물수송 분담률이 90%를 넘어서는 교통수송체계의 비효율성과 낙후성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특히 철도를 이용하는 컨테이너가 텅텅 빈 채 화물기지에서 대기하지 않도록 화주와 서비스업체가 수시로 확인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등 화물운송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공차율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이러한 노력은 기업이 이용하는 일반인 대상의 택배 화물과 수출화물 모두가 마찬가지다.
보다 효율적인 물류선진화를 실현하려는 기업이라면 외국 고객이 주문한 제품을 언제까지 납기에 댈 수 있는가를 항만의 창고상황과 생산자의 납기 상황까지 고려해 정확히 산출해 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최근의 물류상황을 보면 인터넷 보급확산에 따른 전자상거래(EC:Electronic Commerce)시대의 도래가 눈앞에 오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IMF관리체제하에서 경기 침체를 겪고 있지만 국내외를 막론하고 기업들이 물류체계 효율화를 준비해야 할 필요성은 날로 높아만 가고 있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물동량이 감소하면서 대다수 기업이 물류효율화를 통한 비용절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모든 기업이 경쟁력 제고를 위한 생산원가 절감에 나서면서 원재료 조달부터 상품의 생산과 판매에 이르기까지 개별적으로 이뤄지던 기업활동을 통합 관리하는 등 비용절감에 나섰다.
실제로 최근 들어 상당수 기업이 그동안 구매·조달·생산·판매 부서 등에서 개별적으로 수행하던 물류업무를 전담부서를 통해 처리하는 등 외국의 사례를 본받기 시작하고 있다. 또한 물류 활동의 상당부분을 외부의 물류서비스 전문회사에 아웃소싱하는 3자 물류 방식을 채택하는 기업도 늘어나는 추세다.
전자문서교환(EDI)이나 판매시점관리(POS) 등 단말기를 활용하는 정보체계로부터 시스템통합(SI)차원의 정보시스템 구축을 통한 물류관리시스템에 이르기까지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는 등 비용을 절감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물류를 효율화하기 위한 국내기업들의 이런 노력은 아직까지 시작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같은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기업 물류전문회사들 사이에 이뤄지는 첨단화물운송시스템·화물터미널정보시스템·항만정보화시스템 등의 물류정보망 구축 및 아웃소싱 노력은 늦었지만 바람직한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기업내부에서도 최근 들어 전자상거래 시스템 구축과 함께 좁은 의미의 물류라 할 수 있는 부품의 구내생산 조달체계 합리화를 통한 경영합리화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이같은 물류정보화를 효율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물류표준화에 앞장 서야 한다. 사실 최근 들어 물류자동화 및 물류시스템화에 나서는 기업이 적지 않으나 국가적인 물류표준화 작업이 진척되지 않아 물류선진화를 위한 기업의 노력이 반감되고 있다.
물류기기에 대한 KS 규격 제정이 미흡할 뿐만 아니라 KS 규격이 제정돼 있는 품목조차도 호환성 문제가 제기되는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물류효율화는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꼭 해결해야 할 핵심요소의 하나다. 이러한 점을 십분 인식, 기업은 물론이고 정부차원에서 더욱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