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사이버 시대 윈윈전략> "산업사회 고정관념을 부숴라"

21세기에 펼쳐질 사이버사회는 개인이나 기업의 변신을 요구하는 동시에 그 시대에 적합한 사회환경의 변화도 요구한다. 사이버시대에 걸맞은 형태로 법과 제도가 정비돼야 하며 사회윤리나 정서, 교육 등도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사이버사회에 대비하려면 그 사회를 이끌고 있는 구성원들이 그 환경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적인 변화를 가장 먼저 이끌어내야 한다. 개인에 대한 효과적인 교육이 그 사회를 건실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 21세기 정보사회의 신인재 교육은 소수의 정보엘리트를 양성하기보다는 다수의 지혜로운 정보인을 배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야 한다.

 이제까지의 교육시스템은 시험을 통해 우수한 두뇌집단을 가려내는 데 초점을 맞춘 게 사실이다. 사회의 기본틀 자체가 경쟁에서 뒤처지면 곧 낙오자가 되는 수직적인 구조로 이뤄졌기 때문에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는 것보다는 제도나 틀에 잘 적응하는 수동적인 인물만을 만들어왔던 것이다. 이러한 제도 속에서 학교는 일정한 시간과 공간 속으로 학생들을 집합시킨 후 지식을 주입하고 일련번호를 매기듯 성적을 부여하는 틀에 박힌 인재양성소로만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사이버시대의 교육은 산업사회와는 기본철학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게 미래학자들의 주장이다. 사이버사회는 지구촌을 뒤덮는 거미줄 통신망과 다매체·다채널의 커뮤니케이션 등으로 산업사회의 수직구조와는 다른 수평적인 프레임 형태를 띠기 때문에 교육의 목표도 끝없는 경쟁을 부추기기보다는 다원화된 사회에서 각자 맡은 역할을 하면서 타인과 공조체제를 이룰 수 있는 윈윈(Win-Win)형 인간을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학자들은 사이버시대의 교육제도는 「혼자만 최고가 되려는 나홀로형」보다는 「팀워크를 발휘해 공동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줄 아는 윈윈(Win-Win)형」을 우등생으로 평가하게 될 것이며, 이들이 정보평등사회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주인공으로 등장하게 된다고 내다보고 있다.

 정보전략 연구가이자 시테크로 유명한 IBS컨설팅그룹 윤은기 소장은 『호전적이고 저돌적이며 혼자서만 잘 하려는 「상어형」 아이들은 정보사회에 적응하기 힘들고 창의적이면서도 부드러운 「고래형」이 신인재로 각광받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고한다.

 또 전문가들은 산업사회의 교육제도가 한 가지 방면에서 뛰어나기보다 모든 면에서 B학점 이상이 되는 사람을 높이 평가해 왔다고 전제하면서, 이와 반대로 정보사회는 특정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전문가 집단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뭐든지 대충 잘하면 실패하지만 어느 한 분야만 깊이 파고들면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미래사회 「신인재 만들기」라는 유아용 학습교재를 내놓은 BM코리아 나상진 사장은 『정보사회에 대비하려면 유치원 교육부터 평균인을 양성할 게 아니라 전문성과 핵심역량을 지닌 이른바 「골드칼라」를 길러내는 쪽으로 과감하게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이버사회는 교육의 변화 못지 않게 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한다. 정보사회는 무형의 지식과 정보가 재산이 되는 사회이기 때문에 정보의 빈부격차와 정보독점에 따른 사회병리현상이 사회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 정보를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은 부자요, 그렇지 못하면 가난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사회병폐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나눔의 철학」이 강조돼야 한다.

 나눔의 철학은 「한 사람을 위한 전체, 전체를 위한 한 사람(All for one, one for all)」이란 문구로 가닥을 잡아가야 한다. 누구 하나만 정보사회에서 승리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가 도움을 받는 방향으로 사회정서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학자들은 사이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같은 나눔의 철학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일례로 몇년 동안 개발한 응용 프로그램을 미련 없이 셰어웨어로 공개하는 아마추어 프로그래머나 게시판에 올라온 갖가지 질문에 일일이 대답해주는 동호회 시솝은 산업사회의 잣대로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

 이와 함께 사이버스페이스 환경 하에서는 정보윤리와 예절교육도 강조돼야 한다. 지난해 타임지는 미국 오하이오주에 사는 데니스라는 여인의 이야기를 통해 정보사회 프라이버시 노출의 심각성을 보도한 바 있다. 데니스는 어느날 낯선 사람에게서 편지 한통을 받았는데 편지의 내용은 처음에는 신상 정보였다. 횟수를 거듭할수록 좋아하는 초콜릿과 향수, 목욕비누, 심지어 사용하는 피임도구까지 적혀 있었다. 프라이버시 침해의 위협뿐 아니라 수치심과 모욕까지 느낄 만한 내용이었다. 경찰의 조사결과 한 죄수가 소비자정보를 취급하는 회사에서 이같은 정보를 입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해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이은경 과장은 『익명성이 보장되는 가상공간에서는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정보폭행을 가하는 일탈행위를 저지르는 것이 훨씬 쉬워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사이버 예절교육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컴퓨터와 통신망에 과도하게 몰두해 현실사회에서는 반사회적인 행동과 대인기피증을 보이는 인간형이 양성될 위험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일부 사이버펑크족은 소프트웨어나 통신망을 돈을 버는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세력에 격렬히 저항하는가 하면 상용 프로그램의 암호를 풀어내고 통신망의 보안체계를 부수는 일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기관의 정보를 통째로 날려버리거나 바이러스에 감염시키는 행위에서 만족을 느끼기도 한다. 이같은 일탈행위를 방지하려면 초등학교에서부터 사이버스페이스에서의 윤리교육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이와 함께 사이버시대에는 개인과 기업이 그 사회에 걸맞은 합리적인 생산활동을 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의 개선도 필요하다. 특히 사이버시대의 도래에 앞서 가장 시급한 사안은 전자상거래와 관련한 법과 제도적인 문제를 들 수 있다. 일례로 사이버 상에서 컨설팅을 하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를 판매할 경우 세금은 어떻게 책정할 것인지 등은 사이버시대의 새로운 과제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이미 선진국들은 21세기 인터넷 라운드에서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어떤 형태로 법과 제도를 정비해 나갈 것인지 등에 대한 다각적인 연구를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구촌 전자상거래 기본계획」을 발표한 후 인터넷에서의 무관세화를 추진하는가 하면, 유로시대 개막을 앞둔 유럽연합(EU) 역시 인터넷 전자상거래에 있어 민간업체 자율을 강조한 「본 선언」을 채택하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 정부도 지난해 「전자상거래 특별대책회의」를 구성해 인터넷 전자상거래에 관세 대신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하는 인터넷 라운드 종합대응책을 마련하긴 했다. 하지만 전자상거래를 정착시키려면 이러한 관세문제 못지 않게 지적재산권 보호, 암호화 기술공개, 콘텐츠 관련규제 등 수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특히 인터넷 상거래에 따라 발생한 소득에 대한 과세는 기술적으로 거래행위를 완벽하게 포착하는 것이 어려워 납세자들의 자진납세에 상당부분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기술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또한 전자상거래에 있어 신용카드나 신용카드를 대체할 전자화폐를 이용한 지불시스템이 구축돼야 하고 익명의 구매자와 판매자의 신용을 보장해줄 수 있는 공신력 있는 「인증(CA : Certificate Authority)」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전문가 등이 하나가 되어 사이버시대에 걸맞은 법과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