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02년부터는 국민이 직접 관공서를 방문하지 않고도 집이나 가까운 장소에서 인터넷을 통해 민원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 행정자치부가 행정업무 효율화와 대국민 서비스 향상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의욕적으로 추진한 「전자정부」 구축사업이 이때 결실을 맺기 때문이다. 행정자치부는 지난해 5월 「전자정부의 비전과 전략」이란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현재 전자정부 구축을 위한 사업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행정자치부를 진두지휘하며 전자정부 구현에 의욕을 보이고 있는 김정길 행정자치부 장관을 만나 기묘년의 새 설계에 대해 들어봤다.
대담=조인 컴퓨터산업부장
-연초부터 국정업무 구상에 바쁘실텐데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행정자치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전자정부란 어떤 것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우리 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전자정부는 언제 어디서나 한번에 서비스되는 정부, 민간기업 수준을 뛰어넘는 생산성 높은 일류정부, 정보 네트워크로 국민과 하나되는 투명한 정부로 함축할 수 있습니다.
우리 부는 특히 5개년 계획을 수립, 지난해부터 올해 말까지 전자정부 구현에 필요한 제반 환경을 정비한 뒤 내년부터 2001년까지 각 정부부처에 산재된 정보를 통합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이같은 사업이 성공적으로 완수되면 2002년부터는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전자정부가 구현될 수 있을 것입니다.
-21세기를 목전에 두고 있는 지금, 지구촌은 민간기업뿐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전자정부 구현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높이겠다는 행자부의 비전을 말씀해 주십시오.
▲현대사회를 「3C의 시대」라고도 이야기합니다. 고객(Customer), 경쟁(Competition), 변화(Change)가 그것입니다. 우리 부 역시 이같은 관점에서 전자정부를 구현할 계획입니다. 첫째, 국민을 고객으로 모시는 국민지향의 행정을 구현하겠습니다. 공무원 모두가 국민에게 친절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더 나아가 국민이 감동할 수 있도록 관련제도나 업무처리 절차를 개선하겠습니다.
둘째로, 공직사회에 경쟁의 개념을 적극 도입하겠습니다. 국민의 정부는 공직사회에 경쟁을 도입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에서도 이같은 사실은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자정부가 구현되면 공직사회의 경쟁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봅니다. 셋째로는, 지금까지 공직사회는 변화보다 안정이 우선적인 가치로 인식돼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위해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습니다. 전자정부가 구현되면 행정의 하드웨어적인 변화뿐 아니라 행정 수행절차와 방법 등의 소프트웨어적인 변화도 동시에 진행될 것으로 봅니다.
-올해 추진될 전자정부 구축사업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어떤 것입니까.
▲우리 부는 전자정부 구축사업의 중점을 국민편의 위주의 행정서비스 실현, 행정능률의 향상이라고 보고 있으며 이를 위해 행정정보화 기반을 강화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우선 국민편의 위주의 행정실현을 위해 시·군·구 행정종합정보화를 추진하고 국민 공통민원인 호적업무의 온라인화를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또 인터넷을 통한 열린정부 서비스 확대 및 행정정보의 공개를 적극 실시해 국가 주요 정책결정에 국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정부정책포럼」과 「국민과의 대화방」을 확대 발전시켜 나가겠습니다.
그리고 행정능률의 향상을 위해 각 부처의 행정정보 파일목록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올 상반기 중 「행정정보 소재안내 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입니다. 또 전자문서 유통이 활성화되도록 올해부터 전자결재 실적을 국무회의에 보고하는 한편 범정부적으로 전자문서가 유통될 수 있도록 전자문서 표준제정 등의 기반조성사업을 추진할 생각입니다.
-대통령과 국무위원 등 국정을 운영하는 책임자들의 정보화 마인드는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취임사를 통해 『세계에서 컴퓨터를 제일 잘 쓰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표명했으며 최근 국무회의에서도 수 차례에 걸쳐 컴퓨터 2000년 문제에 대한 완전 해결을 독려하는 등 정보화에 각별한 의지를 보여주고 계십니다. 우리 부를 책임지고 있는 장관의 입장에서 저 또한 정보화의 추진이 곧 조직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보화는 장관 한 사람만이 아니라 실·국장 등 간부들의 정보화의지도 높아야 하고 직접 컴퓨터를 활용해 업무처리를 하는 근무자세가 절실히 요구됩니다. 그래서 지난해 5월부터 장관 이하 우리 부 간부들은 전자문서 유통시스템 이용교육을 받고 전자결재를 일상화하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우리 부뿐 아니라 전체 정부부처에서 전자결재 이용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정보통신부에서도 전자정부 구축이나 국가 정보화사업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자정부 구축사업은 행정자치부가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타 부처와의 관계설정은 어떻게 하실 계획입니까.
▲정보통신부와 우리부가 주도권 다툼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내용이 일부 신문지상에 보도된 적이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고 오히려 서로 상부상조하는 파트너 관계라는 말을 먼저 하고 싶습니다. 정보통신부는 「정보화촉진기본법」에 따라 정보통신 기반구축, 정보화기술·자금 등을 지원해 국가정보화를 폭넓게 이끌어가는 지원기관입니다.
이에 비해 우리 부는 정부조직법상 정부의 인사·조직·행정능률 및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지원을 관장하고 있는, 말하자면 정보화의 사용자(User)격인 업무주관 기관입니다. 국민편의 위주의 행정실현과 행정능률의 향상에 부합되는 전자정부 구현을 위해서는 정보화사업 주관부서인 우리 부와 정보통신부 등 다른 부처가 조화롭게 협조해야 한다고 봅니다.
-공무원들의 정보활용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어떠한 계획을 갖고 계십니까.
▲공무원들의 컴퓨터 활용능력은 「행정정보화 인프라」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봅니다. 현재 컴퓨터를 다루는 20∼30대 공무원들은 대학 등에서 컴퓨터교육을 받고 공무원에 임용돼 행정업무 수행에 큰 문제가 없지만 컴퓨터세대가 아닌 40대 이후 세대는 컴퓨터 활용능력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다행히 요즘엔 공직사회에도 정보화 마인드가 정착돼 컴퓨터를 배우지 않으면 앞으로 근무하기가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우리 부에서는 급증하는 정보화 교육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전산정보관리소에 교육시설 및 장비확충과 다양한 교육과정을 개발해 주간뿐 아니라 야간에도 공무원이 원하면 언제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그간 실시해온 교육 이외에도 자치단체의 기초부단체장·지방의회 의원에 대한 특별정보화교육을 실시하고 아울러 자치단체의 정보화수준 측정 및 정보화 능력평가제를 실시해 21세기 「전자정부 구현」을 위한 인력양성의 기반을 다지도록 하겠습니다.
-전자정부 구축사업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무엇보다 각 부처 공무원들이 급변하고 있는 정보화환경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이는 아직도 정보화에 대한 인식이 낮으며 정보화를 책임지고 이끌어가야 할 간부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정보화 추진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부는 「정보화책임관(CIO)제도」를 도입, 각 부처가 정보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공무원에 대한 정보화교육도 대폭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는 정보화부문의 예산이 많이 증가되고 있으나 타 부문에 비해 아직도 열악한 형편이고, 정보화 사업추진이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짐에도 이에 수반되는 예산이 매년 단편적으로 반영돼 종합적이고 일관성 있는 사업추진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과거 미국이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정보화를 통해 극복했듯이 우리도 IMF 상황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이지만 정보화만큼은 더욱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소요예산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전자정부의 효율적인 구축을 위해 행정관련 법이나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는지요.
▲전자정부의 구현을 법적·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우리보다 앞서 전자정부를 구현하고 있는 해외 선진 각국의 사례를 참고해 우리 행정환경에 맞는 법·제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행정정보의 공동활용을 위해 「행정정보의 공동이용에 관한 규정」과 동 시행규칙을 제정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으며, 행정기관의 정보화를 행정 전반의 혁신과 연계·추진하고 효율적인 「전자정부」를 조기에 구현하기 위해 「행정기관의 정보화책임관 지정·운영에 관한 지침」을 제정했습니다.
앞으로도 행정관련 법이나 제도를 적극 개선해 전자정부가 효율적으로 운영되도록 할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정보를 총괄 조정하는 기구나 정보화 추진조직을 만들 계획이 있는지요.
▲현재 국가적인 차원에서 정보화를 총괄·조정하는 기구는 국무총리가 위원장이고 각 부처 장관이 위원인 정보화추진위원회가 있습니다. 그리고 하부기구로 정보화추진실무위원회와 정보화추진분과위원회가 있는데 각각 관계부처 차관과 실·국장급이 위원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위원회 성격으로는 실질적으로 국가정보화 업무를 논의하는 데 어려움이 있으므로 보다 효율적으로 정보화를 추진할 수 있도록 우리 부는 지난해 9월 CIO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앞으로 이 제도를 잘 운영하면 정부의 정보화가 보다 더 체계적이고 활력있게 추진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바쁘신 일정에도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리=윤휘종기자 hjy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