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신문의 미래

 신문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정보통신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여 메시지가 종전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달이 가능해지면서 기존 매체의 제작·전달방식에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각종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하는 이른바 「인터넷 전자신문」은 바로 전자·정보통신 기술의 결합에 의해 가능해진 새로운 언론매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용지에 의한 신문은 이러한 인터넷 전자신문의 등장과 보급으로 그 기반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인터넷 전자신문이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기존 인쇄신문의 부가서비스 정도에 그칠 것으로 여겨졌으나 최근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그 역할이 증대돼 이제는 지구촌의 각종 정보를 바로 검색해 볼 수 있는 새로운 미디어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새해를 맞아 신문이 미래에 어떤 모습을 보일지 성균관대 사회과학대 신문방송학과 이효성 교수의 특별기고를 통해 그 내용을 알아본다.

<편집자>

이효성

 신문업계는 전자·통신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각종 뉴미디어 사업을 벌여 나가고 있다. 각 신문사는 신문과 잡지 이외에 여러 다양한 정보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정보 서비스는 신문기사나 신문사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서비스에서 팩시밀리판의 발행, 전화에 의한 음성정보 서비스, 전광판 사업 등 다양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앞으로 정보사회가 진행되면 될수록 신문사의 뉴미디어 사업은 더욱 성행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런 새로운 정보 서비스는 신문사의 파생상품에 지나지 않고 신문사의 주력상품은 역시 종이에 인쇄된 신문일 것이다. 전자적인 파생상품이 조만간 신문의 배포와 수용의 보편적인 양식이 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 인쇄된 신문을 가정에 배달하는 기존의 배포 및 수용양식이 상당한 기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그러한 형태의 신문만이 독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독자가 보고자 하는 내용을 손쉽게 볼 수 있게 하고 또 그렇게 뉴스를 접해온 습관이 관행으로 굳어져 있기 때문이다.

 내용면에서는 방송이나 비디오텍스·텔리텍스트와 같은 매체와의 속보 경쟁보다는 심층적인 보도나 해설·논평·분석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신문은 정보사회에서도 당분간은 오늘날과 같은 모습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과 같은 종이신문이 언제나 신문의 중심으로 존재할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현재 라디오나 텔레비전과 같은 방송매체에 비해 신문의 가장 큰 취약점은 그 배포방식이다. 방송매체는 일시에 모두에게 간단히 배포되는 데 비해 신문은 그 배포에서 복잡한 과정을 거치고 상당한 시간과 경비를 소비한다. 오늘날 생활수준 향상과 이에 따른 3D 기피현상으로 신문배달원을 구하기 어렵고 도시에서의 교통체증으로 신문, 특히 석간신문을 제때 배달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또 신문용지용 펄프 생산으로 산림자원이 고갈되고 있고 이와 함께 신문용지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또 인쇄 과정에서의 잉크사용과 낡은 신문지는 환경오염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만일 신문을 전자적으로 배포하면 이런 문제는 일거에 해결될 수 있다.

 다행히 전자·통신 기술의 발달은 신문의 전자적 배포 가능성, 즉 「전자신문(Electronic Newspaper)」으로의 전환 가능성을 더욱 높여가고 있다. 말하자면 독자들은 가정에서 정세도가 높은 컴퓨터 단말기를 통해 또는 컴퓨터와 연결된 고품위 텔레비전 수상기를 통해 신문의 전지면을 볼 수 있고 자신의 관심과 취향에 맞는 내용만을 받아 볼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휴대형 정보단말기(PDA : Personal Digital Assistants 또는 Portable Digital Appliances)가 발달되고 보편화되면 전자신문은 종이신문을 운반하듯 운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전차 안이나 외딴 섬에서도 전자신문의 수용은 가능하게 된다.

 그렇다고 전자신문이 어느날 갑자기 나타나서 종이신문을 완전히 대체해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완벽한 전자신문이 출현한다 해도 그것은 상당 기간 동안은 종이신문과 병존할 것이다. 모든 매체들이 그래왔듯이 전자신문도 혁명적이라기보다 점진적으로 매체계에서 자리를 잡아가게 될 것이다.

 또 전자신문은 종이신문과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전자신문은 내용을 담는 그릇은 다르지만 시사문제에 관한 정보와 의견의 전달매체라는 신문의 본질적인 모습에서는 종이신문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 앞으로 신문매체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세 단계를 거쳐 종이신문이 쇠퇴하면서 전자신문이 지배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들 세 단계의 구분이 엄격한 시한으로 구획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따라서 시간상의 어떤 이정표를 설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첫번째 단계에서는 신문이 현재와 같은 종이신문의 모습으로 존재하면서 지금까지와 같이 텔레비전이라는 영상매체와 경쟁하게 될 것이다. 이 단계에서 텔레비전은 기존의 무선 텔레비전을 포함하기는 하지만 그러나 그보다는 유선 및 위성에 의한 새로운 텔레비전이 더 중심적인 것이 된다.

 텔레비전의 채널이 증가하면서 사람들의 텔레비전 시청시간도 더 늘어나고 그만큼 신문의 구독시간이 짧아지게 될 것이다. 특히 이들 새로운 텔레비전은 뉴스 전문채널을 갖기 때문에 신문에는 커다란 위협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신문은 텔레비전이 갖지 못한 기록성과 일괄성, 그리고 심층보도·해설·논평 등과 같은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세가 위축될지언정 소멸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신문은 또 가능한 한 수용자의 탈대중화와 파편화 그리고 광고주의 표적광고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두번째 단계에서는 종이신문은 여전히 신문사업의 중심으로 남아 있지만 다른 한편 신문업이 뉴미디어와 결합해 정보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종합정보산업화함으로써 종이신문의 중심성이 약화할 것이다. 신문업의 종합정보산업화는 신문이 신문정보의 이용자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신문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따라서 신문사는 정보네트워크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러한 종합정보산업화는 컴퓨터 편집체제(CTS : Computerized Typesetting System)가 그 기초이고 데이터베이스·온라인신문·비디오텍스·오디오텍스·팩스신문 등의 뉴미디어가 그 수단이다. 말하자면 신문업은 정보네트워크를 이용해 이들 뉴미디어의 형태로 다양한 전자적 파생상품들을 판매하게 된다. 신문은 그 수입을 이들 파생상품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되면서 신문의 전자화가 진행된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종이신문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미 신문의 중심적인 형태가 아니며 신문의 중심적인 형태는 전자신문의 모습을 띠게 될 것이다. 앞으로 젊은 세대가 인쇄신문에서 점점 더 이탈하고 독자가 분절화·파편화하고 분절화에 대응하여 신문이 잡지화하기 때문에 그 지면이 늘어나고 신문의 배포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배포비와 신문용지대의 상승 등으로 인쇄신문의 경제적인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신문의 전자화는 피할 수 없게 된다. 신문의 전자화가 피할 수 없는 길이라면 신문의 전자화를 가능케 하는 개인용 컴퓨터와 그 컴퓨터들을 잇는 통신망이 신문의 장래에 가장 중요한 존재가 된다.

 고도의 전자 및 통신 기술의 발달과 광통신망·위성통신망에 의한 종합서비스 디지털통신망의 정비로 개인용 컴퓨터가 통합 매체화하면서 신문이 개인용 컴퓨터 특히 PDA를 통해 수용된다.

 전자신문의 발전은 저널리즘에도 상당한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종이신문과 같이 하루에 한번 발행하는 것이 아니고 수시로 발행할 수 있기 때문에 마감시간이 중요하지 않게 될 것이다. 또 기자는 기사의 길이를 마음대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압축해서 기사를 짧게 쓰기보다는 사안의 모든 면을 두루두루 심층적으로 논의하는 방식으로 기사작성법이 바뀌게 될지도 모른다. 또 취재중에 정보원이 한 말의 진실성이나 사실성을 데이터베이스 등으로 현장에서 확인할 수도 있기 때문에 사실이나 진실에 충실한 객관주의적 저널리즘이 어느 정도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객관주의 저널리즘은 이상에 지나지 않았다.

 미래에는 컴퓨터 통신을 통해 누구든지 자유롭게 뉴스나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고 특히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뉴스나 정보만을 선택해서 수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신문과 같은 공식적인 뉴스기관은 쇠퇴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컴퓨터 통신에 올려진 무수한 정보 가운데 자기가 원하는 것만을 골라내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자기에게 필요한 정보만을 취사선택해서 편집하여 자신만의 신문을 만들어 볼 수 있게 하는 소프트웨어가 개발되면 해결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개인신문은 공동체에서 일어나고 있는 중요한 일들이 무엇인가를 알려고 하는 인간의 필요와 욕구는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 게다가 컴퓨터 통신에 올려진 정보들은 그 진실성이나 그것을 올린 사람이나 단체나 기관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기가 어렵다. 따라서 컴퓨터 통신이 고도로 발전한 시대에도 신뢰성이 있는 언론기관이 중요한 뉴스와 정보를 취사선택하고 전후맥락을 분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등의 저널리즘 활동을 필요로 한다. 그런 저널리즘의 활동결과로 가능해지는 중요하고 믿을 만한 뉴스와 정보의 간편한 수용은 여전히 사회성원의 생존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될 것이다. 따라서 미래의 정보사회에서는 저널리즘이 쇠퇴하기보다는 더 번성할 것으로 예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이런 예측과는 반대의 예측도 가능하다. 신문사가 신문을 전자화하고 신문업을 정보산업화하기 위해서 필요한 설비투자가 엄청나기 때문에 신문의 전자화와 신문업의 정보산업화는 신문사로 하여금 투자된 자본을 회수해야 하는 압박감을 갖게 된다.

 그렇게 되면 신문사는 훨씬 더 상업주의적·이윤추구적이 되고 보다 더 나은 저널리즘을 위한 투자에 인색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 않아도 신문사들이 성장하면 할수록 점점 더 기업화하고 자본의 논리에 지배당하는 것이 현실인데 정보산업화함으로써 자본의 논리만을 좇을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게다가 신문이 정보산업화하면 신문의 주된 관심사가 아예 저널리즘 활동에서 정보처리 활동으로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문이 언론으로서 권력과 기업을 감시하고 국민의 의견을 매개하기보다는 정보처리의 능률화에 매몰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보산업화가 자질구레한 정보를 간편하고 신속하게 제공하는 사업으로 전락하기 쉽기 때문에 기자는 기사를 발굴하기보다는 관급정보나 홍보자료를 다듬는 일에 종사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렇게 되면 신문에서 저널리즘이 실종되고 단편적인 정보만이 난무하게 될 것이다. 신문업이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